[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44>어느 꽉 찬 시장이 만든 혁신

정현정 2022. 12. 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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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핏(Retrofit). 어느 인터넷 사전은 이것에 기계 같은 것에 원래 없던 부품 등을 새로 장착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이것의 어감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오히려 '개장(改裝)'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이것으로부터 기원전 500년 전 손자의 말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꽉 찬 시장과 싸우는 대신 "가장 현명한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아니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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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핏(Retrofit). 어느 인터넷 사전은 이것에 기계 같은 것에 원래 없던 부품 등을 새로 장착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그러니 보통은 개조(改造)란 단어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의 어감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오히려 '개장(改裝)'이 아닐까 싶다. 즉 기존 아키텍처는 살리되 새로운 기술이나 기능을 추가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 말이다.

혁신하는 데 다양한 도구가 있다. 내게 필요한 것을 찾는 것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잘못된 도구를 들어서야 괜한 고생만 하거나 일을 망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딱 맞는 도구를 찾는건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일을 해낸 기업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야마하풍금제조소는 1987년 야마하 토라쿠스가 창업했다. 사명이 상징하듯 주된 생산품은 풍금이라고 부르는 리드 오르간이었다. 설립 후 얼마 지나 일본 최초 업라이트 피아노도 제작한다. 니케이지수 창립 기업 중 하나도 된다. 언젠가 세계 최대 악기 제조사 반열에도 오른다. 하지만 이곳엔 떨칠 수 없는 난제가 있었다. 엄청난 각고 끝에 피아노 시장의 40%를 점유하게 됐지만 시장은 매년 10%씩 쪼그라들고 있었다.

어찌 보면 태생의 한계였다. 모차르트 이후 이 피아노란 제품에 바뀐 건 별반 없었다. 실상 모차르트는 당대 신제품인 피아노에 매료됐었다. 이 이후부터 이제껏 여느 집의 거실과 서재는 물론 콘서트홀에 4000만대 피아노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피아노에서 손을 땔 수도 없다. 그래서 야마하는 고민해 본다. 지금 내 고객의 문제는 무엇일까. 답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첫째는 대부분 피아노가 더는 연주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태반은 조율도 안되어 있으니 악기라기보다는 큰 가구였다.

야마하는 이왕 이런 시장이라면 이미 있는 피아노에 가치를 더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야마하는 피아놀라라는 기계를 떠올린다. 마치 오르골 원리처럼 구멍 뚫린 금속 롤로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였다. 최고의 피아노 브랜드인 스타인웨이도 제작할 정도 한때 인기가 있었지만 음질이나 섬세한 표현은 낙제점이었다.

야마하는 2500달러 정도에 기존 피아노를 개장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매우 여리게'에서 '매우 세게' 사이 92가지 강도와 터치를 구분할 수 있었고 집에서 가장 큰 묵혀둔 가구가 별안간 홈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었다.

1982년 최초 대량 생산용 자동 피아노인 피아노 플레이어(Piano Player)를 출시했고, 1987년 디스클라비어(Disklavie)를 출시할 즈음 최대 1024개의 강약과 256단계의 페달링을 구분할 정도가 됐다. 야마하는 이렇게 기존 어쿠스틱을 버리지 않고 '어쿠스틱'과 '테크노' 악기 모두에서 선두주자가 된다.

어찌 보면 야마하 사례는 디지털 악기의 출현기에 돌출된 재미있는 제안일 뿐일 수 있다. 하지만 직관이 충만한 학자들은 이걸 지나치지 않는다. 대신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방식으로 본다.

그런 탓일까. 누군가는 이것으로부터 기원전 500년 전 손자의 말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꽉 찬 시장과 싸우는 대신 “가장 현명한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아니었냐고.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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