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정치 복원 위해선 지도부 일방적 ‘강제 당론’부터 없애야”

강희철 2022. 12. 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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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강희철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적 토론·논쟁 없이 당론 강제하면 ‘민주주의’ 질식
국회법대로 의원 양심·소신 따른 ‘크로스보팅’ 허용해야
극심한 진영갈등 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절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에 야당 역할 제대로 못해
정부·여당 정책에 아예 관심 없어 민생 논의 진전 불가능
윤 대통령 ‘법의 지배’ 아니라 ‘법을 활용한 지배’만 보여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조응천(60)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얼마 안 되는 ‘소수’로 평가받는다. 가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주류인 ‘친명계’는 윤석열 정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단일대오로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조 의원은 당의 피해가 막심하니 이 대표 문제는 분리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관계 대응은 변호인에게 맡기고, 당은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 마구잡이 피의사실 공표 문제 등을 짚는 쪽으로 ‘역할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 의원은 “이 대표와 당이 ‘인계철선’으로 한데 묶이는 바람에 대표 취임 뒤 100일 넘게 민생 입법 같은 중요한 책무를 등한히 할 수밖에 없었다”며 여권이 이를 자신들의 ‘무능’을 덮는 데 역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쓴소리’만으로 세상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여야를 포함한 극단적 진영 대립의 배후로 “제왕적 대통령제, 극악한 양당제,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지목한 그는 “개헌이 필요한 대통령제는 좀 미뤄두더라도, 한 선거구에서 3~4명 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양당제부터 깨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런 제도적 변화 이전에 “국회의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른 판단을 제약하는 각 당의 ‘강제 당론’부터 없애야 상대를 부정하는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 민주주의)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사법연수원(제18기) 동기이고, 검찰로는 윤 대통령의 다섯 기수 선배다. 그래서 이런저런 오해와 공격도 많이 받지만, 두 사람의 속내를 비교적 정확히 읽고 근거를 들어 비판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이재명 대표와 개인적인 연은 어떻게 되나.

“1986년, 사법연수원(18기)에서 처음 만났다. 거의 40년이 돼 간다. 서로 인간적인 견적은 대충 나와 있는 상황이다. (웃음) 중간에 근황 정도는 알고 지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할 때는 ‘시장이 의욕적으로 일하면 시민들에게 많은 변화를 드릴 수 있구나’ 생각했고, 경기도지사가 된 뒤에는 우리 지역(남양주시) 일과 관련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엔 특정 캠프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생각에 ‘이재명 캠프’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당 대선 후보가 된 뒤에는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황실장을 맡아서 정말 열심히 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대선 패배 뒤 이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 조언한 게 있었나.

“이 대표에게 ‘6개월이 됐건 1년이 됐건 기간을 미리 정하지 말고, 전국을 돌면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얘기를 들어보라’고 했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업그레이드된, 더 커지고 강해진 이재명이 돼 있을 거다. 그때쯤 정국 상황이 당신을 내버려두지 않고 아마 보쌈을 해 갈 거다. 그게 최고다’라 말했다. 그런데 인천 계양에 출마한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그래서 이 대표한테 ‘그렇게 하면 당 지지율 10~15% 빠진다, 다른 후보들에게 특히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더니 ‘알겠다. 잘 생각해 보겠다’ 하더니만 결국 강행했다. 당을 살리기 위해 출마한다고 선언하는 걸 보면서 ‘그럼 당신 갈 길을 가시라’ 이렇게 된 거다. 그 전에 2차 ‘검수완박’ 입법 강행 때 이 대표와 꽤 긴 시간 통화하면서 위헌 문제 등을 지적했는데, 가만 보니 그분 의중인 것 같아서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고. 대표 되고 나서 직접 만난 적은 없다. 방송 나가 무슨 얘기하고 나면 전화 걸어와 ‘이건 무슨 뜻이냐’며 본인이 직접 물어보는 정도가 전부다.”

―이 대표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소통을 잘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들린다.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대표 체제의 지도부 구성을 볼 필요가 있다. 당원들이 선출한 것이긴 하지만, 전당대회 기간에 (조직적으로) 처지는 사람은 올려주고 밀어주고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거기다 사무총장, 전략기획위원장, 대변인 이런 당직 인선을 봐도 일색이다.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에도 4 대 6, 3 대 7 이런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좀 갖추곤 했는데, 지금 체제는 ‘원 보이스’에 ‘모노 톤’이다. 동료 의원들도 공식적인 자리 말고 따로 대화했다는 얘기는 별로 못 들어봤다.”

―이재명 대표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말 끝도 없이 방어만 한 시기다. 전에 방송 나가서 ‘당 대표 자리가 인계철선이 돼서, 당 대표를 건드리면 당 전체가 끌려들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69석 절대다수 야당으로서 민생 입법을 책임져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딸려 들어가게 되면 사법리스크 엄호하는 데 전력을 다 소비하게 되고, 민생은 등한히 할 수밖에 없다. 여당은 그걸 가지고 거대 야당의 물타기라고 공격하면서 자신들의 무능, 무계획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특히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팩트 방어를 하는 건 딱 정부 여당이 바라는 거다. 이 대표 방어는 변호인을 선임해서 하고, 우리는 검찰 앞장세워서 이렇게 악랄하게 수사하는 것, 야당만 골라서 때리는 불공정 수사, 재판받기도 전에 당사자 말려 죽이는 피의사실 공표, 이런 걸 어필(항의)하는 쪽으로 역할을 나눠서 대응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의총 등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이나 생각은 어떤가.

“의원들이 발언을 안 한다. 그러니까 (지도부는) ‘그럼 이렇게 가도 되겠죠? 정해진 것으로 알겠다’ 이런 식이다. 자꾸 당론으로 정하고 싶어 하는데, 그건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강제 당론’이 아니라) ‘권고적 당론’이 맞다, 의원들의 양식을 믿고. 그래서 우리 당이 ‘때 되면 힘자랑하는 그런 당’이라는 인식에서 좀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런 인식이 퍼지면 2024년 총선에도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며 여러 표정을 짓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에 본 적 있나.

“작년 여름인가, 예비 후보 때 의원회관의 국민의힘 쪽 의원들 방을 쭉 돌다가 이 방에 갑자기 예고 없이 들른 적이 있다. 깜짝 놀랐고, 여기 앉아서 덕담 나누다 충고를 한마디 건넨 적이 있다. ‘제발 그 다리 좀 오므려라.’ 그걸 어느 언론이 충언을 했다고 쓰는 바람에 ‘검사 출신들은 다 똑같다’며 욕 바가지로 먹었다. (웃음). 충언은 윗사람에게 하는 건데…. 당선된 뒤에는 본 일 없다.”

―윤 대통령 6개월은 어떻게 평가하나.

“‘공정과 상식’으로 집권해서 ‘법과 원칙’으로 통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법과 원칙을 얘기할 때마다 대단한 반감이 든다. 이건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이 할 얘기지, 대통령이 쓸 언어는 아니다. 그 ‘법과 원칙’조차 ‘룰 오브 로’(Rule of law·법의 지배)가 아니라 ‘룰 바이 로’(Rule by law·법에 의한 지배)로 보인다. 화물연대 대응을 봐도 그렇고, 자신의 통치수단으로 법을 활용하게 되면 정말 최악이다. 대통령에겐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이라는 두 개의 지위가 있지 않나. 행정부 수반으로서는 당파성을 띄는 게 당연하지만, 국가원수는 국민 통합에 힘쓰는 게 제1의 책무다. 그런데 취임사에서도 통합 언급을 않더니 이젠 갈라치기를 한다. ‘애니씽 벗 문’(Anything but Moon), 즉 전 정권 부정 말고, 대통령이 돼서 뭘 하겠다는 목표가 있기는 했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지도(33%)가 여당인 국민의힘(35%·이상 갤럽, 지난 1일치)보다 낮다. 정부 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방탄과 연계돼 있다. 민생을 챙기고 정책을 내놔도 방탄용으로 치부돼 버려서 국민과 여론의 관심을 못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여당이 정책에 아예 관심이 없다는 거다. 여야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진전이 있을 텐데 현실은 반대다. 우리 당 내부에 토론과 논쟁이 줄어든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에 비공개 의총이 밖으로 아예 중계방송 된 적이 있다. 그걸 특정 유튜버가 퍼뜨려서 (내가) 원점 타격을 당하고. 나는 이골이 났고 굳은살도 박혔지만, 문자폭탄 날아오면 여전히 기분이 안 좋다. 굳은살 안 박힌 의원들이 당하면 자지러질 것이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래도 당내에 ‘다른 목소리’가 조금씩은 늘고 있는 듯한데, 모아질 가능성이 있나.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 그런데 말을 못할 뿐이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민주당 의원) 대다수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때 잘못한 것들이 축적돼서 대선과 지방선거에 연패했으니 반성부터 해야 맞는데, 그냥 문재인에서 이재명으로 팬덤이 옮겨가고, 169석은 강고히 존재하고, 이런 모습으로 계속 가는 게 국민 뜻에 부합하고 민주당이 살길이냐,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다. ‘반성과 혁신’이라고 우리 당 의원이 40명 넘게 참여하는 토론 모임이 있는데, 우리 당의 이런 내재적인 문제를 드러내놓고 얘기해왔다. 시즌 1, 2에서 토론회를 연속 18번 했고, 새해 시즌 3에서는 민주당의 진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자꾸 ‘반명’(반 이재명) 아니냐고 하는데, 세력화를 위한 모임이 아니라 옛날식으로 말하면 ‘구당파’인 셈이다. (웃음) 그리고 이 대표는 77.7%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우리 당 대표다. 그런 민주적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먼저 ‘내가 당에 누가 되는 것 같다’며 거취 표명 같은 걸 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그런 얘기를 먼저 꺼내는 건 민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검사 출신으로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어떻게 진행될 거라고 예상하는지.

“처음엔 연말 안쪽으로 끝나겠지 했는데, 검찰이 아직 꼭지를 못 딴 게 아닌가 싶다. 이 대표를 향해 모든 걸 집중시키고 있는데, 정작 연결시킬 고리를 아직 못 찾았거나 물증이 있더라도 방증에 불과하거나 진술도 조각조각이어서 퍼즐을 완전히 못 맞추고 지루한 공성전을 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언론 보도 이외에 다른 정보가 별로 없어서 한계가 있지만.”

―극단적이고 소모적인 여야·진영 대결을 넘어서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최소한 (한 선거구에서 의원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3~4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 선거구제를 깨지 못하면 대한민국 정치는 계속 이 모양 이 꼴로 갈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양당제가 증오와 갈등을 증폭시키는 ‘비토크라시’의 온상이고, 소선거구제가 양당제를 재생산한다. 한 선거구에서 3~4명 정도를 뽑아서 제3당 제4당이 나오고,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게 되면, 20석 이상 되는 3~4개 유의미한 원내 정당들이 설득하고 타협하고 손잡으면서 정치를 풀어갈 수 있게 된다. 북유럽 의원내각제처럼 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도 근본적인 문제인데, 그건 개헌을 해야 가능한 문제니까, 우선 소선거구제부터 깨는 게 요체다.”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나. 이번 국회에서 가능할까.

“이상민 의원 등 우리 당에 그걸 필생의 과업으로 생각하고 달려드는 분들이 꽤 있다. 국민의힘은 잘 모르겠다. 거긴 ‘윤심’이 중요할 테니까. 어쨌거나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대단히 의욕들이 높다. 물론 정의당의 입장이 변수가 될 수는 있다. 그런데 지금 제도를 그대로 두면 22대 국회에 가서도 또 형제당, 자매당 등 위성정당들을 보게 될 거다. 말이 다당제지 그건 전위부대, 돌격대가 생기는 거다. 물론 중대선거구제가 완벽하지 않고, 유명인에게 유리하다 등등 반대 논리 또한 수없이 많다. 그래서 이런 움직임이 어느 한순간에 휩쓸려 사라질 우려도 솔직히 없지 않다.”

―제도를 바꾸는 과정이 결코 간단치 않을 텐데, 좀 더 직접적이고 지금 실천 가능한 것은 없나.

“공고한 양당제를 깨려면 ‘강제당론’부터 없애야 한다. ‘크로스보팅’(교차투표)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의원 각자가 정치적 부담과 책임을 지고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대로 양심과 소신에 따라 투표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건 법에 정해진 것이다. (국회법에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 이름은 ‘자유투표’다) 미국도 민주주의가 망가지기 전에는 크로스보팅으로 숨통을 텄다. 당론을 강제하면 질식밖에 없다. 물샐 틈 없는 강제당론에다가 (선거를 통한) 양당 독식, 제왕적 대통령제까지 더해지면서 여당은 완전히 대통령의 기능적 보조 역할만 하고, 정부 견제라는 입법부 고유 기능은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야당은 상대만 패면 다음에 집권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비토크라시가 되는 것이다.”

강희철 논설위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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