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나이’는 사라질까 [유레카]

최혜정 2022. 12. 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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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3개의 나이가 있다.

출생한 날부터 바로 한살이 되어 매해 한살씩 늘어나는 '세는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 생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날 때 한살이 늘어나는 '만 나이' 등이다.

위계와 서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한살이라도 많은 '세는 나이'를 선호하다가도, 중장년 이후에는 한살이라도 젊어지려고 '만 나이' 또는 '연 나이'를 앞세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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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한국에는 3개의 나이가 있다. 출생한 날부터 바로 한살이 되어 매해 한살씩 늘어나는 ‘세는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 생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날 때 한살이 늘어나는 ‘만 나이’ 등이다. 이 계산법들을 적용하면 1977년 12월31일 태어난 가수 싸이는 2023년 1월1일에는 세는나이 47살, 연 나이 46살, 만 나이 45살이 된다.

이 가운데 세는나이는 한국의 독특한 셈법이다. 태어난 해를 포함해 살아온 햇수가 모두 나이가 되는 방식은 과거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에 통용됐다고 한다. 한자 문화권에는 ‘0’의 개념이 없어 한살부터 시작했다는 설, 출생 전의 기간도 인정한 것이라는 설 등 유래도 다양하다. 하지만 중국에선 문화대혁명 기간에 세는나이 관습이 사라졌고, 일본 역시 1900년대 초 만 나이가 정착됐다. 현재 세는나이가 통용되는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한국 역시 1962년 민법을 개정해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도록 명시했으나 일상에서는 3개의 나이가 뒤섞여 사용된다. 위계와 서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한살이라도 많은 ‘세는 나이’를 선호하다가도, 중장년 이후에는 한살이라도 젊어지려고 ‘만 나이’ 또는 ‘연 나이’를 앞세우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대화 중 종종 튀어나오는 “민증 까” “너 몇살이야”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한다.

서열 정리를 넘어 법적 분쟁, 행정 혼선을 초래하는 경우도 잦았다. 남양유업은 노사 단체협약에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으로 기재된 ‘56세’가 세는나이인지 만 나이인지를 두고 노사가 법적 공방을 벌였고, 올 3월 대법원 결정(만 55살)으로 논란이 마무리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18살 이하 방역패스와 백신 접종 연령을 정하는 과정에서 연 나이와 만 나이가 혼용되기도 했다.

국회는 지난 7일 별도 규정이 없는 한 법령·계약에 표시된 나이는 만 나이로 해석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과 행정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적용 시점은 2023년 6월부터다. 다만 연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병역법, 청소년보호법, 초·중등교육법 등 50여개 법령은 이번 개정안과 관계없이 그대로 유지된다. 만 나이가 정착되면 새해에 떡국과 나이를 함께 먹는 ‘세는나이’ 문화는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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