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절친이 '내일의 적'으로…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2. 12.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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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음바페-모로코 하키미
파리 생제르맹 팀동료지만
15일 새벽 4강전서 맞대결
파리 생제르맹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는 음바페(왼쪽)와 하키미. 【AP연합뉴스】

운명의 장난이 친구들 사이에 놓였다. 오는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4강전에서 격돌하는 프랑스와 모로코 간 경기에서는 평소 파리 생제르맹 팀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인 킬리안 음바페와 아슈라프 하키미의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평소 왼쪽 윙포워드로 나서는 음바페와 오른쪽 풀백을 보는 하키미는 포지션상 90분, 어쩌면 120분까지도 끊임없이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1998년생 동갑내기로 지난 시즌부터 호흡을 맞춘 두 선수는 이민 2세라는 공통분모 덕에 급속도로 친해졌다. 스페인 마드리드 출생으로 모로코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난 하키미는 카메룬과 알제리 출신 부모가 프랑스 파리에서 낳은 음바페를 만난 뒤 "음악, 게임, 음식까지 취향이 비슷하다"며 기뻐한 바 있다. 이들은 함께 골 세리머니를 연구하고 비시즌에는 같이 휴가를 떠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하지만 이들의 국적은 서로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모로코는 20세기 초반 프랑스와 스페인의 협공에 당해 오랜 기간 식민지 신세가 된 나라다. 모로코는 1956년 프랑스로부터, 1958년 스페인으로부터 겨우 독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프랑스에 거주하는 모로코인은 약 75만명으로 전체 이민자 수의 약 20%에 달할 정도다.

이미 16강전에서 스페인을 집으로 돌려보내며 식민지더비 1차전을 이긴 모로코는 내친김에 프랑스까지 꺾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60년 만에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월드컵 2연패라는 커다란 목표를 노리는 프랑스에도 모로코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다. 당연히 이런 중요한 승부에서 음바페도, 하키미도 양보할 리가 없기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카타르의 비인스포츠는 아예 두 선수를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만나게 만들었다. 반갑게 웃어 보인 두 친구였지만 입에서 나온 말에는 승부욕이 가득했다. 음바페가 "내 친구를 파괴할 운명인가 보다"라고 운을 떼자 하키미는 "그러기 전에 얘를 월드컵에서 내쫓겠다"고 응수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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