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적격' 판정에도…구현모 "복수후보와 경쟁"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우수민 기자(rsvp@mk.co.kr) 2022. 12. 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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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디지털 테크 기업으로 성장한 KT 위상에 걸맞게 복수 후보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자."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에 도전하는 구현모 KT 대표(사진)가 주주 신뢰를 얻기 위해 막판 승부수를 띄웠다.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복수 후보가 신임 대표직에 도전하는 경쟁 구도를 만들어 누가 KT를 이끌 최적의 후보인지를 당당히 심판받겠다는 것이다.

KT 이사회는 13일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구 대표의 후보자 적격 결정을 보고받고 구 대표를 포함해 추가로 복수 후보를 추천받은 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최종 1인 후보자를 확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달 KT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를 근거로 꾸려진 후보심사위는 지난 8일과 이날 두 차례 회의를 거쳐 구 대표의 후보자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주목할 점은 구 대표가 자신의 적격성 입증과 더불어 자발적으로 이날 이사회에서 "다른 복수 후보자를 추가로 받아 경쟁 구도에서 이사회가 최종 후보자를 결정해달라"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연임을 위한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시장에서는 구 대표가 큰 무리 없이 이사회 추인을 받고 단독 후보에 올라 내년 정기 주총에서 주주들이 연임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관측했다. 구 대표가 취임 후 회사를 양적으로 성장시킨 데다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KT 전체 조합원 가운데 99%가 가입한 KT 노동조합도 지난 6일 연임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냈다.

그럼에도 구 대표가 단독 후보로 임기 연장을 시도하지 않고 이사회에 추가 후보자 접수·검증을 역제안한 것은 복수 경쟁 체제에서 자신의 경영 역량을 검증받겠다는 의지다.

이는 내년 주총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예고한 국민연금 행보와 맞물려 있다. 소유분산기업은 재벌그룹과 달리 명확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을 지칭하는 것으로 KT, 포스코, 금융지주 등이 해당된다.

복수 경쟁을 제안한 구 대표 행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기조 속에 구 대표가 투명경영과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의지를 표명한 동시에 복수 경쟁을 통해 철저히 검증된 후보자가 새 KT 수장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KT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준비된 리더로서 스스로 강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올해 3월 구 대표 단독 체제에서 KT가 박종욱 후보자를 각자대표로 올리는 주총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주총 직전 박 후보자가 일신상 이유로 자진 사퇴하면서 주총장 표 대결 상황을 피했지만 박 후보자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결정한 배경을 들여다보면 구 대표의 마음이 편치 않다. 박 후보자가 불법 정치후원금 건에 연루돼 구 대표와 함께 약식기소되고 벌금형을 받은 이력 때문으로,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이력 등을 거론하며 반대 의결권을 택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구 대표의 벌금형이 KT 대표직 사임 기준인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되지 않음을 인정한 상황이다. 적격성을 인정받고도 복수 경쟁 구도를 요청한 구 대표의 결심에는 결벽증적 인생 행보도 연관돼 있다는 평가다. 그는 과거 KT의 정치자금 제공 과정에서 불법성을 전혀 모르고 회사 명령에 따라 본인 명의를 제공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 결과 범행 가담 정도가 낮아 검찰이 약식기소하고 법원이 벌금형을 내렸음에도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재철 기자 /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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