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vs 이재명’ 싸움 되며 출구 찾기 어려워진 예산안 협상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법인세를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여야 영수 간 싸움으로 비화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연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주문하고, 이 대표는 초부자감세는 안된다고 반격하면서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이 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새로운 시한으로 제시한 15일까지 여야가 합의안을 만들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된 세제 개편안에는 우리의 국익과 민생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있다”며 “세제 개편을 통해 국민의 과도한 세 부담을 정상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해서 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활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 회동에서 “이번(12월 임시국회)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한 데 이어 연이틀 법인세 인하를 콕 찍어 강조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 25%에서 22%로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초대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주지 않으면 예산안 통과를 못 하겠다니 이해가 안 된다”며 “법인세를 굳이 깎아줘야겠으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자고 했는데 이것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한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여력이 있는 초대기업들이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을 감세하는 게 맞다”고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국민감세안’이란 이름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은 건드리지 않고 과세표준 2억~5억원 사이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를 현행 20%에서 10%로 깎아주는 방안을 전날 발표했다.
지난 대선에서 맞붙었던 여야 영수가 연일 직접 법인세를 언급하며 대립하면서 양당 원내대표들이 양보하고 협상할 여지는 줄어들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도 별다른 소득 없이 50분 만에 끝났다. 법인세를 한쪽이 양보해야 협상의 실타래가 풀리는데, 둘 다 양보할 수 없는 처지다보니 출발점부터 막혀 있는 형국이다. 김 의장은 이날 회동에서 그간 국회의 예산안 논의 성과가 반영되지 않은 정부 원안이나 민주당 수정안이 통과되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합의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이날 자신의 법인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여론전을 이어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당의 정체성 이념과 관련된 문제라는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법인세를 1%, 2% 낮췄던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나”라며 “법인세가 낮아지면 주주들, 종업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재벌 한두사람에게 가는 비율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여소야대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법인세 깎자고 하니 부득이 타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20%인 대만에게 투자 유치 경쟁에서 밀린다는 여당 주장에 대해서도 “중국과 대만 관계 긴장으로 우리 안보리스크가 적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법인세 통과 촉구에 대해 원내대책회의에서 “언제적 국회 개입을 2022년에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예산안의 민주당 단독 처리보다는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어떻게든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민감세안과 지역화폐 예산 등을 반영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4% 또는 23%로 소폭 낮추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리라 예상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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