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덕칼럼] 한전을 어이할꼬

손현덕 기자(ubsohn@mk.co.kr) 2022. 12. 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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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 헤매는 한국전력
전기료 올리는게 답이나
탈원전으로 늘어난 비용까지
국민이 부담할순 없다

대한민국은 전기 선진국이다. 전기 품질이 좋다. 정전이란 게 거의 없다. 가구당 1년에 평균 9분. 미국은 50분이다. 전압과 주파수도 출렁거리지 않고 깔끔하게 유지된다. 허용기준을 넘어서는 경우는 0.1%밖에 안된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독점이다. 한수원을 포함해 한국전력 6개 자회사가 70%의 전기를 생산하고 나머지 30%는 민간 발전소가 담당하지만 그 모두를 한전이 구매해 가정과 기업에 공급하는 구조니 독점도 그런 독점이 없다.

전기값이 싸 독점이라고 욕할 게 못된다. 더운 여름 에어컨 빵빵 틀어대고, 추운 겨울 집 안에서 내복 차림으로 지낼 수 있는 나라. 밤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불 밝히고 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다국적 기업을 한국에 유치하는 핵심 인센티브도 바로 전기다.

그렇게 된 데는 정부와 한국전력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송배전 손실률이라는 게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선로를 타고 변전소로 오고 이는 다시 배전선로를 통해 최종 수요처에 전달된다. 그 과정에서 얼마의 전기를 잃어버리느냐가 손실률인데 우리는 3.53%다. 일본은 5%, 미국은 6% 정도. 배전 전압을 외국보다 상당히 높은 22.9㎸ 단일 전압으로 확정한 게 첫 번째 이유이고, 110V에서 220V로 전압을 높인 게 두 번째다. 전압을 2배 높였다는 건 가만히 앉아서 전깃줄을 2배로 늘렸단 얘기다. 해방 후 북한이 전기를 끊으면 암흑천지가 됐던 나라가 이렇게 괄목상대한 발전을 한 것이다.

이런 세계적 우량기업이 망가졌다. 망가진 정도가 아니라 사경을 헤맨다. 몇 주 전 본지에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한전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썼는데 맞는 말이다. 올해 예상 적자가 대략 35조원. 말이 쉬워 30조, 40조원이지 전기 팔아 버는 돈의 60%쯤 된다. 한전 재무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매출은 거의 다가 전기 판 돈인데 연간 55조원 정도. 여기서 발전소로부터 구입하는 전력비용을 빼면 흑자냐 적자냐가 판명 나는데 매출은 거의 고정, 비용은 좀 들쭉날쭉하다. 국제에너지 가격이 오르거나 값싼 원전을 덜 돌리면 올라간다.

정부가 전기값 조정으로 대강 수지를 맞춰주는데 올해 난리가 났다. 국제에너지 값이 올라 연료비용이 늘어난 데다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탈원전 하느라 생산원가가 올라갔다. 한전은 자전거 같은 기업이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쓰러진다. 굴러가야 산다. 무슨 말이냐 하면 매년 송배전 선로 깔고 시설 수선하는 등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그게 연간 9조원 정도다. 이거 안 하면 전기 공급이 제대로 안된다. 30조원 넘는 적자기업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빚을 내야 한다. 급속도로 불어나 무려 72조원이나 됐다. 문 정권 5년 동안 2배가 늘어났다.

한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부득불 적자 메우려고 채권을 발행했더니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한전 지분을 33% 들고 있는 산업은행은 재무제표가 연결돼 있는 탓에 자동적으로 손실을 보게 된다. 그만큼 기업들에 제공할 자금여력이 줄어든다. 얼추 계산하면 60조원에 육박한다.

철없는 우리 국회의원 나리들은 이런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했다. 물론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채권 발행한도를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만 급한 불은 꺼야 하지 않겠는가.

눈을 씻고 봐도 방법은 단 하나. 전기료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 값이 급등해 어쩔 수 없다. 국민들도 그동안 싼값에 전기 쓴 데 고마움 표시할 정도의 아량은 있을 것이다. 단, 탈원전 해서 비용 늘어난 부분, 그건 정부가 메워야 할 것이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고 그것도 국민 세금이긴 하나 그만큼 정부가 허리띠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전도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힘들 것이다.

[손현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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