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호봉제' 손질 띄운 尹 대통령…노동시장 개혁 속도 낼까

이정현 기자 2022. 12. 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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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 토대로 정부 입장 조속 정리"
정부, 공감대 충분 판단…주52시간 유연화 논란은 거셀 듯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윤석열 정부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개혁안 발굴·수립 역할을 맡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미래노동연구회)가 낸 권고안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관련 입법 일정 등 구체적 추진계획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개혁 과제 발굴 작업이 민간 주도의 미래노동연구회를 주축으로 이뤄진 만큼 공감대 형성은 이뤄졌다고 판단, 개혁 작업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52시간제' 완화를 내용으로 한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서는 노동계 반발이 커 진통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2.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尹 "권고 내용 토대로 조속히 정부 입장 정리, 흔들림 없이 개혁 추진"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어제(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권고안을 제안했다"며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노동연구회 권고안에 대한 속도감 있는 추진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민간 주도의 기구 운영을 통해 충분한 의견과 검토 작업이 끝난 뒤 나온 권고안인 만큼 일정부분 공감대 형성이 이뤄졌다는 데 신속한 추진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연구회가 정부에 권고한 개혁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주52시간제(기본 40시간, 연장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최대 '연 단위' 로 확대하는 개선안을 냈다.

일부 업종이나 기업에서는 집중적으로 연장근로가 필요한 시기가 있음에도, 현행 주52시간제에 묶여 일주일에 최대 12시간만 일할 수밖에 없다는 제약을 고려해 더욱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운영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에 대한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제시, 모든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연구회는 이럴 경우 노사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또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이상'으로 바꿀 경우 11시간 연속 휴식을 강제해 장시간 연속근로를 막는 방안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도 제안했다.

다음은 대기업·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고착화 한 현행 '연공급(호봉제)' 임금체계를 '직무수행 성과' 등을 반영한 다양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연구회는 기계적으로 해가 바뀌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가 청년층의 신규채용 기회를 줄이고, 중·고령층에게는 고용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데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임금체계 개편은 어디까지 민간 자율의 영역인 만큼 정부는 임금쳬계 구축 시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함으로써 전환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연구회는 '통합형 임금정보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빅데이터 시대 임금·직무 설계의 핵심적 인프라(기반시설)는 정보 조직과 통계 구축이라는 점에 인식을 공유하고, 민간부문의 자유로운 임금체계 선택을 지원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해당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권고했다.

임금체계 개편에 핵심인 세분화된 임금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무별 임금 통계 자료가 확충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기존 통계조사를 개선하고 정보제공 범위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직무별 임금통계 조사를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각종 소득정보와 직업정보를 보완, 이를 임금체계 설계와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시스템 구축과 함께 미국 BLS와 같이 노동통계를 수집·관리·분석하는 노동통계 전문행정기관 설치 방안도 제안했다.

고령자의 계속 고용에 대한 기반 마련을 위해 직무와 역할, 성과, 숙련도 등에 따라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을 활용해 현행 60세인 정년을 더 늘리기 위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외에도 추가 개혁과제로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해소 △디지털 기술혁신 및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등 산업대전환(고용형태 다변화에 대응한 법제 정비, 통상임금·평균임금 등을 둘러싼 현장 불확실성 해소 등) △노동현장의 불확실성과 노사관계의 사법화(노사관계 자치강화:노동형벌제도 개편, 자율적 해결을 지원하는 분쟁조정 방안 수립 등) △저출생·고령화 시대 노동시장 활력 회복(여성·청년 차별 없는 경제활동을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연합 회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원자재가격 폭등과 함께 유례없는 인력난으로 현상 유지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을 국회에 촉구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주52시간제 적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22년말까지 주 8시간 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제도다. 2022.1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권고안 '갑론을박'…주52시간→주62시간 "장기 노동 서막 열렸다" 이견 커

미래노동연구회가 정부에 제출한 권고안 중 가장 논란거리는 '주52시간제' 유연화다.

연구회는 노사협의를 전제로 개별기업에 근로시간 연장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경영주만을 위한 '친기업적' 정책이라는 데 반발이 거세다.

연구회 권고안에 따르면 현행 주52시간제는 일주일에 기본 40시간, 일일 8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제한한다. 여기에 주 최대 12시간만을 연장근로로 할 수 있게 돼 있다.

연구회는 이 같은 구조가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규율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변화나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는데, 현행 '일 단위'인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단위'나 '분기 단위', '반기 단위', 최대 '연 단위'까지 다양화하자는 방안을 냈다.

현행 주52시간 제도 하에서의 연장근로 총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집중근로가 필요한 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자는 얘기다. 대신 단위에 따라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은 줄임으로써 총 근로시간은 줄이자고 제안했다.

실례로 연장근로시간을 한 달 단위로 관리하도록 가정할 경우 한달 치 연장근로시간에 해당하는 52시간(12시간×4.345주)을 한 달 동안 필요할 때 언제든 몰아서 쓸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특정 주에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겨도 월·분기·반기·연간 언제로 따져도 평균 일주일당 근로시간은 52시간 이하면 된다는 계산이다.

만약 '분기 단위'로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설정할 경우에는 총 연장근로시간은 현행 156시간(주 52시간×3)인데, 이 156시간의 90%인 140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연장근로의 총량은 줄이는 식이다. '반기 단위'로 할 때는 원래 연장근로시간의 80%인 250시간, '연 단위'는 70%인 440시간으로 줄어든다.

다만 일각에는 근로기준법상 의무 휴게시간 등을 모두 고려하면 한 주 '최대 69시간 근무'도 가능해진다는 데 우려도 나온다. 연장근로 시간 관리단위가 확대되면 하루 최대 11.5시간 근로가 가능해지는데, 이를 일주일 단위로 계산하면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양대 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전날 미래노동연구회 권고문 발표 직후 민주노총은 "역대 어느 정권도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이를 성공한 정권이 없다"고 반박 논평을 냈다.

한국노총도 입장문을 내 "노사 선택권을 빙자해 장시간 노동 체계로의 회귀가 우려된다"며 "대부분 사업장에 노동조합도 없는 현실,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뿐인 '자율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연노동시간제 확대는 비정규직이 양산해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규제 사각지대 양산, 고용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2030 자문단 발대식에 참석해 청년 자문단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2.12.5/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정부, 노동시장 개혁 '강공 드라이브'…친기업 행보 지적에 조목조목 반박

권고안 발표 후 윤곽이 드러난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 일각에 친기업적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우선 개혁과제 발굴·수립을 민간 주도의 미래노동연구회에서 이끌었다고는 하지만, 정부 방향성을 그대로 대변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결과를 전제하고 논의를 진행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권고안을 수용해 연장근로시간을 최대 '연 단위'로 변경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장기 근로 우려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에서 주52시간 일하는 근로자의 비중이 선택적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월평균 연장근로가 52시간을 초과하는 사업장은 1.4%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고안에 따르면 특정 주에 집중근로를 할 경우 나머지 주는 연장근로를 줄이거나 쓸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가 가능해졌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도 "법정 주류는 법이 강제하고 있는 의무로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례를 가정해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주무장관인 이정식 고용장관은 전날 자신의 SNS 계정에 신속한 개혁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이 장관은 "지속 가능한 미래지향적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을 위한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일궈내 발전한 대한민국에서 87년의 전투적 노사관계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과 MZ가 중심이 되는 세상과 세대의 변화 속에 우리 노동규범과 의식, 관행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상생으로 풀어내야 할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면서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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