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왜 크로아티아인가? 모드리치 "축구가 벗어날 방법"

오광춘 기자 2022. 12. 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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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란 무엇인가. 크로아티아가 묻습니다. 곤혹스럽죠. 인구는 400만명밖에 되지 않는데 월드컵에선 4강까지 올랐으니까요. 그 성취는 이젠 누구나 알고 있을 만큼 반복적이며 연속적입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선 돌풍이라고 말했죠. 그때도 4강까지 나아갔습니다. 빨간 점이 찍힌 유니폼을 입은 슈케르의 골몰이가 선연합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선 결승까지 전진했습니다. 1998년 4강전과 마찬가지로 20년이 지나서도 프랑스에 덜미를 잡혔지만 대단했습니다. 4년이 지나 2022년 월드컵, 크로아티아는 브라질을 잡고 또다시 4강에 섰습니다.
브라질의 좌절, 네이마르의 눈물...크로아티아 어린 팬의 위로는 이번 월드컵 가장 따뜻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사진=DPA연합뉴스)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곤 전 세계가 묻습니다. 크로아티아는 왜 축구를 잘하느냐고. 영국 언론 '더 타임스'는 '크로아티아는 축구로 태어난 나라'라 평가했습니다. 미국 언론 '뉴욕 타임스'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라 썼습니다. 미국 CNN 역시 크로아티아의 역사까지 끄집어내며 그 근원을 찾고자 했습니다. 축구가 크로아티아와 얽힌 사연들을 모두 소환합니다.
서른 일곱, 모드리치는 전쟁의 참상을 딛고 일어선 게 축구 덕분이었다고 말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전쟁이 만들어낸 상처, 그로 인한 트라우마는 크로아티아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 됩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벗어나 1991년 독립했지만 전쟁에 휩싸였죠. 분리 독립을 반대하는 유고슬라비아 군대, 그리고 세르비아 민병대와 싸워야 했고 너무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4년여의 전쟁 속에서 2만명 넘게 숨졌고, 최대 200만명이 난민이 됐다는 통계가 나왔죠. 30년 전의 아픔이 선수들에게 투영돼 어떤 에너지로 전환됐다는 분석은 크로아티아가 4강에 오를 때마다 등장합니다. 전쟁을 치르며 겪은 생존의 문제가 스포츠에서 살아남는 법으로 바뀌었다는 거죠.
크로아티아는 1998년 월드컵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축구가 민족, 국가의 역사와 만날 때 일으키는 일종의 상승 작용이겠죠. 모드리치는 조금 더 나아가는 말을 했습니다. 전쟁 중 할아버지의 죽음을 접해야 했던 아픔이 있죠. FIFA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축구는 확실히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크로아티아 축구가 간직한 '그들만의 문화'에 주목했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스타이든 아니든 위계 없이 누구나 목소리를 내며 자율을 중시하는 방식이 결국은 그라운드 위의 자유를 끌어낸다는 것입니다. “골을 축하하지 않고 승리를 축하”하는 대표팀의 문화 역시 개인보다는 팀으로 기능하게 한다는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크로아티아는 브라질까지 잡았습니다. 월드컵에서 두 번 연속 4강에 올랐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문화적, 역사적 분석을 뛰어넘어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축구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도 있습니다. 인구가 많지 않은 나라가 어떻게 축구를 잘할 수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통계입니다. 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지난 5월 발표한 국가별 축구 선수의 해외 진출 수치를 보면 크로아티아는 400명의 선수가 해외리그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7년보다 81명 증가한 숫자입니다. 인구당 해외진출 선수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골키퍼 리바코비치는 잇단 선방으로 크로아티아의 '지지 않는 축구'를 이끌어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공은 둥글다'고 하죠. 또 '공은 어느 누군가가 오기를 바라는 쪽으로 절대 오지 않는다'는 명언도 있죠. 이런 불가측성이 축구의 매력이라면, 크로아티아는 어쩌면 이런 기준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나라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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