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잡무 덜고 환자 돌보는 로봇 존재감 커져

박정연 기자 2022. 12. 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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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장이 병원에서 도입 중인 서비스로봇 5종을 소개하고 있다. 영상캡처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대학병원에서 로봇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환자를 직접 돌보는 것과 관련 없는 단순 작업을 도맡으면서 의료진의 업무를 덜어주고 있다. 긴급한 환자에 대해 곧바로 화상진료를 실시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돌봄 업무에도 투입될 전망이다.

13일 경기 한림대성심병원 일송문화홀에서 개최된 ‘서비스 로봇이 함께하는 미래병원’ 포럼에서는 병원에서 서비스 로봇을 활용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병원은 서비스 로봇에 대한 관심이 많다. 급속한 노령화로 의료서비스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인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로봇이 의료진의 업무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 한다면 의료행위 효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 환자안내, 검체배달, 방역소독...다양한 로봇 활용

이날 발표한 이미연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 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에 따르면 한림대성심병원은 병원에서 필요한 각종 업무를 위해 총 28대의 로봇을 운영 중이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앞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고령화 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진 보조 및 긴급대응 로봇 융합 실증사업’을 수행 중이다.

한림대성심병원이 도입한 로봇은 총 다섯 종류다. 3대가 운영 중인 ‘안내 로봇’은 길을 찾기 어려운 병원 내에서 고령 환자나 외국인 환자와 동행하며 길을 안내한다. 8월 11일부터 이달 초까지 총 731건의 안내 업무를 수행했다.

환자의 목적지는 병원 내 ‘통합 관제 시스템’을 통해 설정한다. 이 센터장은 “로봇을 조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복잡한 이름의 병원 내 목적지를 환자가 알기 힘든 경우를 위해 중앙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배송 로봇’은 총 5대가 운영되고 있다. 이 로봇은 병원 내 약, 검체, 물품을 운반한다. 기존에는 의료진이 물품을 직접 옮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로봇이 업무를 대신하면서 업무부담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야간 시간대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8월 16일 도입 이후 현재까지 689건의 배송을 시행했다.
 
‘방역 로봇’은 자외선(UVC)과 헤파필터로 바닥과 공기 중의 세균을 제거한다. 면역력이 약한 암 환자 병동이나 감염병 위험성이 높은 호흡기 환자 병동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다. 8월 9일 운영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로봇 2대가 1358건의 방역 업무를 실시했다. 

방역 로봇은 시간당 2188㎡를 정화할 수 있다. 한 시간에 6인실 병실 20번을 환기할 수 있는 성능이다. 방역 로봇과 환기를 병행하면서 병원은 공기 매개 오염의 99.9%를 제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기존 69분에서 16분으로 단축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환자가 있던 자리에서 즉시 방역 활동을 수행해 환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 퇴원 후 환자 곁에서 '건강관리 비서' 역할까지

‘비대면 다학제 로봇’은 의료서비스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 로봇은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비대면 면담을 진행할 때 환자 곁에서 설명 동영상을 보여준다. 또 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의 상태가 갑작스럽게 변했을 때 의료진이 즉각 화상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통신기능을 제공한다. 넓은 병원에서 먼 곳에 있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달려오는 몇 분의 시간 동안에 최선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돕는다. 현재 1개 로봇이 운영되고 있다.

‘홈케어 로봇’은 병원에서 퇴원 후 의료인의 관리가 필요한 환자의 일상생활을 돕는다. 재택 환자 시범사업에서 전화 대신 화상통화 기능을 제공해 의료진이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도록 한다. 각종 설명 동영상을 보여주며 복약시간 알림 등 기능도 갖고 있다. 내년에는 심전도 모니터링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현재 17대의 홈케어 로봇이 각 환자의 가정에 설치됐다.

이 센터장은 “한국 로봇 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병원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는 더 확대될 것”이라며 “한림대성심병원은 2023년까지 5종 72대의 서비스 로봇을 도입하고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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