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복합위기 해법 담은 '미래 보고서'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2. 12. 1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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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 '2035 대한민국 디지털路 혁신전략' 발간
재난·빈부격차·저출산 비롯
6G·자율주행·인공지능까지
한국 사회의 성장·혁신 방향
전문가 에세이 10편에 담아
불확실한 미래사회 전망 속
각 분야 석학 통찰력 돋보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정책본부 AI·미래전략센터가 디지털 기반 혁신과 성장의 전환적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의 혜안을 담은 단행본 형태의 보고서 '2035 대한민국 디지털路 혁신 전략'을 출간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 발전과 근대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불평등과 격차 같은 구조적 문제들과 맞닥뜨렸다. 개인과 공동체의 희생을 담보로 노동과 자본의 양적 투입에 몰두한 결과였다. 이로 인해 국가가 발전한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많은 국민은 점점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국가 경제는 저성장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히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돌파구를 찾기 힘든 저출산·고령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와 환경 위기, 글로벌 공급망과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미·중 패권 경쟁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의 성장을 추구해서는 과실(果實)을 얻기 힘들다.

이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정책본부 AI·미래전략센터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오늘날 복합 위기를 돌파하고 혁신을 이어 가기 위한 새로운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디지털路 혁신 전략'을 주제로 미래 사회 시스템, 불평등, 돌봄, 재난, 시장 구조와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부터 6G,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이 가져올 변화와 제도적 이슈까지 폭넓은 성찰을 10편의 에세이로 풀어냈다.

◆ 6G·자율주행 기술, 상상 이상의 '공간 변화' 몰고 온다

먼저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 원장은 '디지털 기반 미래 사회 시스템 전망과 전략'에서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노동, 교육, 복지 등 사회 시스템의 미래 변화를 전망하고 기술과 인간 가치 융합을 그 기반이 되는 지향점으로 제시한다. 그는 미래가 맞이하는 것이 아닌 '형성'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하면서 디지털 기술이 추동하는 사회 시스템 혁신을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참여가 반드시 따라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이어 신동형 알서포트 팀장은 '6G 디지털路가 가져올 스마트 로컬 사회'에서 'XIA(XR·IoT·AI)' 기술과 6G 융합을 통한 사물과 사물, 사물과 사람의 연결이 가상 공간을 통해 직업, 거주, 생활 방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6G 기술은 내가 필요에 따라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자율주행 2035,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 과정과 2035년의 변화 모습을 예측하면서 이동 방식 변화에 따른 물리적 공간 연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신동형 팀장과 정구민 교수는 6G와 자율주행이라는 첨단기술이 만들어낼 '연결'을 통한 '공간'의 혁신적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장대원 LIG시스템 위기관리센터 박사는 '디지털路 미래 재난안전 서비스 강화'에서 환경 파괴, 도시화 등으로 인한 복합 재난과 반복되는 대형 참사라는 우리 사회의 취약 요소와 관련해 안전 인식, 재난 대응 관리 전환의 시급성을 역설한다. 그는 재난 안전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을 통해 재난 상황 분석 및 의사결정 지원, 개인 맞춤형 안전 서비스 같은 재난 관리 체계의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ICT 플랫폼 기업의 '환경·사회책임·투명경영'도 화두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기업과 시장 구조의 전환에 대한 논의도 눈에 띈다. 주용완 강릉원주대 교수와 류민호 동아대 교수, 최홍규 EBS 교수는 'ICT·플랫폼 기업들의 ESG 선점에서 선도로'에서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들은 친환경,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 투명한 기업 운영 등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되면서 이에 대한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그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 인센티브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종말 : 커뮤니티 경제와 ID 경제의 시작'에서 플랫폼 기업의 미래를 예고한다. 그는 초개인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경제, 정치, 행정 그리고 기업 경영과 관련된 각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ID(회원) 경제'를 플랫폼 경제 전환의 축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구독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사회의 초개인화, 맞춤형 서비스 시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혁신과 전환에 대한 우려의 의견도 있다. 먼저 김영준 상명대 교수는 '디지털 혁명과 경제적 불평등'에서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불평등과 격차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성장의 과정에서 효율성과 능력주의를 강조해 왔으며 그 결과 불평등과 격차 현상이 나타났음을 지적하고 앞으로 지식과 기술, 인적자본이 미래 성장의 중요한 수단이 되며 이것을 소유한 기업과 개인의 집중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이른바 '초(超)'능력주의 사회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인데 노동시장, 교육 등 제도적·시스템적 전환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초'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디지털 돌봄·기술이 초래하는 리스크 관리 해법 제시

채석진 조선대 교수와 오연주 NIA 책임연구원은 '돌보는 세상을 위한 디지털 전환'에서 디지털 시대 돌봄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들은 ?디지털 기술만으로 돌봄을 획기적으로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고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돌봄은 정서적인 지지와 공감을 주고 사회적인 소속감과 삶의 질을 높이는 행위와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들은 단순히 CCTV 설치, 육아 앱 개발 등의 기술 개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술이 돌봄의 본질적 의미를 강화할 수 있을 때 기술이 더욱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AI) 콘텐츠, 메타버스 AI 캐릭터, AI 로봇의 권리, AI와 환경 등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리스크와 제도적 이슈도 이번 보고서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미래 위험 사회와 AI 리스크 관리 거버넌스'에서 최근 정책적으로 AI 윤리 기준, 법제도 및 규제 정비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나 해외 국가에 비하면 지나치게 원칙과 포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AI 리스크의 위험사회를 잘 대비하기 위해 실질적인 관리 프레임워크, AI 리스크 평가를 위한 툴킷 개발, AI 표준 설정 과정에의 주도적 참여 등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경동 ICTK홀딩스 이사는 '글로벌 AIP(AI-IP) 대응 현황과 시사점'에서 미래 사회는 AI와 공조·공생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AIP는 AI가 주체 또는 객체가 되어 생성되거나 활용된 특허 및 검색, 분석 등 IP 관련 활동을 총칭하는 말이다. 그는 머지않아 AI 발명물, 창작물이 반드시 늘어난다는 대다수 전문가의 전망을 제시하면서 우리나라가 관련 정책을 수립해 우리의 기준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 기술과 대중 간 소통 촉진 채널 중요성 부각

10개 에세이를 통해 제시된 '디지털路 혁신 전략'은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성찰과 미래 사회 전망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반 전환적 성장에 대한 핵심 이슈를 다루고 있는 동시에 전환적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많은 숙제를 함께 던져준다.

먼저 디지털 기술이 여러 편리함과 혁신적 수단을 제공해 주는 반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착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우려되는 지점이다. 디지털 기술이 보다 포용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관련 논의를 이어 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6G, 자율주행, AI 등 첨단 기술 접목을 통한 다양한 혁신 동력은 매우 다양한 사회적·제도적 이슈와 연계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슈를 효율적으로 논의하고 합의·조정할 수 있는 기제는 아직 미흡하다. 디지털 기반 혁신 전략의 구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립과 쟁점에 대한 정책적·사회적 논의 구조, 의사결정 구조 등 갈등 해소 및 완화 기제 마련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부정적 측면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우려는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첨단기술의 미래 사회 영향 분석, 시뮬레이션 등 과학적·합리적 기법을 활용한 사회적 논의 확대 등 디지털 기술과 대중의 소통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드는 것 또한 '디지털路 혁신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우리는 미래 예측 과잉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작 필요한 예측은 찾아볼 수 없는 예측의 부족 시대를 살고 있기도 하다.

황종성 NIA 원장은 "이번 '2035 대한민국 디지털路 혁신 전략' 보고서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환적 관점'의 혁신과 관련 쟁점을 풀어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예측을 담고 있다"며 "이 보고서가 불확실한 미래에 잘 대응해나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성장과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철 기자]

공동기획 :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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