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사원 능력 100% 끌어내려면…개인보상 더 세게 해야죠"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2. 12. 1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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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진 UT오스틴 교수

빅테크 기업발 구조조정 한파가 불고 있다. 팬데믹 당시 버블을 타고 전문 인력을 끌어모아 사세를 확장했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경기 침체가 시작되자 덩치 줄이기에 나서면서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SNS)인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전체 직원의 13%(1만1000명) 감축에 돌입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인수한 트위터는 회사 역사상 유례없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역시 전체 직원의 3%(약 1만명) 규모의 감원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철밥통'으로 불리는 화이트칼라 사무직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IT 업계에서는 버블 이후 빅테크 기업들의 인사 전략이 '유연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정덕진 텍사스주립대(UT오스틴) 교수는 팬데믹과 버블 그리고 경제 침체기 사이클을 통해 기업들의 인사 전략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외적 동기부여를 촉진하는 변동급여를 도입하는 추세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흐름을 읽고 혁신을 만드는 개인 보상체계를 수립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인사·조직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효과적인 인력관리 방법론과 기업 세일즈 전략이 그의 주요 연구 분야다. 미국 학계뿐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보상체계 수립 전략과 관련해 포괄적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에서 유일한 한국 국적 교수였던 그는 올해 가을학기부터 UT오스틴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미국은 노동유연성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 문화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미국은 개인 성과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선후배, 직급에 따르지 않고 성과에 따라 연봉이 결정된다. 그리고 모두가 이를 수용한다. 개인별 급여를 고정급여와 변동급여(성과급)로 나눈다면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의 경우 50대50 수준이다. 요즘 잘나가는 테크 기업들은 변동급여만으로 100만달러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동기부여는 내적 동기부여와 외적 동기부여로 나뉜다. 내적 동기부여는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외적 동기부여는 외부적 요소에 의해 사람 행동 변화의 동기가 자극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는 외적 동기부여를 촉진하는 방안으로 보상체계를 활용하며 변동급여가 외적 동기를 강화하는 데 힘을 발휘한다.

―미국 외 나라들은 어떤가.

▷보수적인 유럽마저도 개인 보상 중 변동급여가 1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은 20년 전엔 0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상당한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은 정확한 수치가 없지만 굉장히 낮은 편이다. 특히 한국은 팀 보상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엔 우리 사업부의 성과를 내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으?으?' 했지만 지금의 MZ세대는 다르다. MZ세대는 개인의 성장과 개인의 성과를 중시한다. 한국도 결국 미국처럼 시스템이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너무나도 잘해왔다.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도 많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적 혁신, 선진국적이고 자본주의적인 개인 보상체계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이 깊게 고민해야 할 분야다. 미국 기업들은 직원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리소스 그리고 맨파워를 쓴다. 정량·정성 평가 모두가 중요하지만 미국 기업들은 정량적 평가 비중이 많은 편이다.

―한국에서 공평과 공정에 대한 논란이 많다.

▷비슷한 말이지만 공평과 공정은 다르다. 착각하면 안 된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성과를 더 많이 낸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이 공정한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 좋은 학교에 가는 것이 공정한 것이다. 다 같이 평균적인 학교에 가는 것은 공정한 것이 아니다. 물론 사회적 차원에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사람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 대열에 올랐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라의 주축이 될 MZ세대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개인 보상체계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테크 기업들이 약진하면서 미국 대학 지형도 바뀐 것 같다.

▷테크 기업들이 미국 주식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미국은 극자본주의여서 혁신적인 회사들이 있는 곳에 위치한 학교들도 같이 발전한다. 대표적 사례가 실리콘밸리의 영향으로 동부의 명문학교들을 제친 스탠퍼드대다. UT오스틴도 실리콘힐스를 통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학교다. 이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대학에서 좋은 연구 성과가 나오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미국의 톱 리서치 스쿨은 한 학기만 강의를 한다. 나머지 학기는 교수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그 연구로 평가받고, 연봉이 결정된다. 하고 싶은 공부와 학문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학자에게는 엄청난 매력이다. 미국 대학은 강의전담교수 제도가 굉장히 잘돼 있다. 일단 교수 숫자가 많고 교수 대 학생 비율도 이상적이다.

철저한 성과주의도 미국 대학의 특징이다. 가령 같은 학교에 A와 B 교수가 있을 때 A교수가 톱 저널에 논문을 많이 등재하고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낸다면 학교에서 수업 부담을 줄여준다. B교수가 같은 직급이어도 연구 성과가 부족하면 강의에 중점을 둘 수 있도록 배분한다. 연구를 잘하는 교수는 월급이 올라가고 강의 부담은 줄어들고 연봉을 훨씬 높게 받는다. 미국에서는 같은 과 같은 직급의 교수여도 연봉 차이가 5배까지 나는 일이 흔하다. 스타 교수가 나올 수 있는 구조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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