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해외 확장에 '조국 수호 방패' 잃을까 우려

김정률 기자 2022. 12. 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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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해외 확장에 대중국 억지력 잃을까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공장 기공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대만반도체(TSMC)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 관련해 대만 내부에서는 자국을 수호하는 방패를 잃는 것 아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만에서는 TSMC를 나라를 지키는 신령한 기업, 호국신산(護國神山)이라고 부른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TSMC의 중요성에 따라 미국 등 주요 서방 강대국이 중국의 침략 위험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TSMC가 국제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정치적, 상업적 압력이 커지는 데 대해 깊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13일 미국 CNN에 따르면 지난 6일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외곽에서 제1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TSMC의 주요 기업고객 최고경영자(CEO)들도 참석했다.

TSMC는 기공식에서 추가로 280억 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3나노 칩을 생산하는 제2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는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칩에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새겨진다면서 앞으로 미국 애리조나 TSMC 공장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TSMC는 미국 뿐 아니라 현재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추가 건설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또 유럽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테크 인사이의 댄 허치슨 부회장은 TSMC에 대해 반도체의 '호프 다이아몬드'와 같다며 모두가 이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 유럽 고객 모두 TSMC의 공장이 그들 나라에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치슨 부회장은 "대만이 반도체 강국이 되면 미국이 이를 지원하고 방어할 것이라는 대만의 아이디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CNN은 TSMC의 해외 확장과 관련해 기술 유출이나 일자리 감소 등과는 별도로 대만에서 TSMC의 존재감이 줄어들면 대만을 무력으로 장악하겠다고 공언한 중국의 더 큰 압력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한 장중머우(모리스 창) TSMC 창업주 겸 전 회장이 21일 귀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2. 11. 21.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지난 5일, TSMC의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기공식에 앞서 대만 국민당 치우천위안 입법위원은 우자오셰 외교부장(장관)에게 대만 반도체 산업에 불리한 미국과 비밀 거래가 있었는지 질문했다.

치우 위원은 TSMC 엔지니어 300명이 애리조나주 공장으로 이동한 것을 예로 들며 TSMC가 미국으로 옮기라는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 부장은 비밀거래는 없었으며 대만에서 TSMC의 중요성을 축소하려는 시도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대만 CL증권 리서치 책임자 패트릭 천은 TSMC가 국제적인 구애의 대상이자 설비 이전 압력에 놓이면서 대만 내에 우려가 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치 1970~1980년대 미국 제조업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간 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당시 미국에서는 수많은 지역 일자리가 사라졌고, 도시들이 파산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국민당 소속 원위샤 입법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TSMC가 대만을 떠난다면 관련된 업체의 생산 능력이 줄어들고 노동력이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원 위원은 대만에선 과거 유엔 퇴출, 미국과 단교, 미사일 위기 등 몇 차례가 위기가 있었으며 이때마다 기업 탈출과 대량의 실업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TSMC측은 CNN에 확장 계획과 관련해 "모든 지역이 TSMC에 중요하다"며 "전 세계 모든 고객에게 계속해서 서비스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대만 TSMC 로고. 2021.129 ⓒ AFP=뉴스1

1987년 설립된 TSMC는 세계 초고급 컴퓨터 칩의 90%를 생산하고 있지만 대만 밖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CNN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 중국과 대만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 정부와 애플 등과 같은 주요 반도체 소비 기업들은 TSMC에 현지화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칩 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는 TSMC가 애리조나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정치 및 지정학적 위험이 공급망 결정에서 이전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CL 증권의 천은 세계 정부들의 국가 안보 우려가 TSMC의 확장을 견인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TSMC는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발전 기술을 통해 생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에 비해) 더 낮은 급여와 높은 품질의 대만 엔지니어들을 고려할 때 이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할 것"이라며 "이 회사는 대만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해외로 첨단 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고 했다.

CNN은 많은 전문가가는 애리조나에서 3나노 칩이 만들어질 때쯤 TSMC의 대만 사업부는 훨씬 더 작고 더 발전된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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