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박수 쳤던 그 공장...17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2. 12. 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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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산업 부흥 이끌었지만
중국 저가 공세에 수익성 악화
삼성에 이어 LG도 완전히 철수
OLED 전환 통해 새로운 도전
LG디스플레이 파주클러스터 전경, <사진 제공=LG디스플레이>
대한민국 산업 신화의 상징 중 하나인 LG디스플레이의 파주 LCD TV 패널 라인이 이번 달 가동 중단된다.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으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생산 설비가 문을 닫게 되면서 한때 전세계를 주름 잡았던 국내 LCD TV 패널 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패널을 만드는 파주 P7 공장을 이달 가동 중단할 예정이다. 파주 P7은 지난 2005년 준공된 이후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LCD TV 패널을 생산하며 디스플레이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세계 LCD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관계자들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 네번째)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 다섯번째)이 지난 2006년 경기도 파주 LG필립스 LCD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축하하고 있다. <매경DB>
P7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서 파주에는 ‘디스플레이 클러스터’가 조성됐다. 재료와 부품, 장비업체의 후방산업과 완제품을 생산하는 전방산업이 한 곳에 집중돼 경기도 북부 최대 산업단지 중 한 곳이 됐다. 이를 중심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2016년까지 국내 기업들이 LCD TV 패널에서 글로벌 1, 2위를 독차지하면서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같은 LCD 호황기는 2017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디스플레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이들이 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LCD 패널 공급 과잉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수요마저 줄어들면서 수익성은 더욱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LCD 수요 면적은 전년 대비 0.7%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TV 대형화 추세에 힘입어 LCD 수요 면적은 그간 매년 2~3%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경기침체 우려로 역성장이 예상되는 것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인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P7는 기존 계획 대비 6개월~1년 앞당겨 폐쇄할 전망이며 유사한 시점에 8세대 팹(공장)도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가 P7을 가동 중단하게 되면 국내 LCD TV 패널 생산의 역사는 마침표를 찍는다. 삼성 디스플레이는 한발 앞서 지난 상반기 LCD 사업을 종료하며 라인을 철수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전환을 통해 LCD 사업 축소를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은 2019년 330만대, 2020년 450만대, 2021년 750만대 등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P7을 TV용 OLED 라인으로 전환해 빠르면 2026년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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