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가 살길”…제약·바이오업계 ‘빅딜’ 본격화

김양혁 기자 2022. 12.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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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암젠, 36조원 투자해 바이오기업 호라이즌 인수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최대 규모
코로나 이후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 M&A 봇물
LG화학·에스디바이오 등 국내 기업도 인수전 참전
일러스트=정다운

미국 제약사 암젠이 278억달러(약 36조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로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최대액을 갈아치웠다. 이전까지 올해 가장 규모가 컸던 미국 화이자의 투자 금액 116억달러의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앞두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M&A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제약사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화학과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도 적극적으로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M&A는 주로 대기업이 경영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식으로 이뤄져 왔었다.

◇암젠 ‘36兆 빅딜’ 올해 제약·바이오 M&A 새로 썼다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암젠은 278억달러를 투자해 호라이즌 인수에 나선다. 호라이즌은 희소 자가면역 질환과 중증 염증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미국 나스닥 상장사이기도 하다.

암젠은 이번 인수로 면역질환 치료제 제품군 강화를 꾀한다. 기존 보유한 일부 제품들의 특허 만료가 임박한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이다. 로버트 브래드웨이 암젠 CEO(최고경영자)는 “혁신적 의약품을 통해 장기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우리의 전략과 일치한다”라고 강조했다.

암젠의 호라이즌 인수로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시장도 요동쳤다. 278억달러는 올해 M&A 최대 규모로, 이전까지 최대액은 화이자가 편두통 치료제 개발 기업인 바이오헤븐 인수에 투자한 116억달러였다.

지난해 최대 규모 M&A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로 꾸려진 블랙스톤·칼라일·헬맨앤드프리드먼(H&F) 컨소시엄이 차지했다. 이들은 3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1위 의료용품 업체 메드라인 최대주주에 올라선 바 있다. 앞서 2020년의 경우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알렉시온 파마슈티컬스 인수를 위해 투자한 390억달러가 가장 큰 규모였다.

제약·바이오업계 역대 최대 M&A는 2000년 화이자의 워너램버트 인수 건이다. 당시 인수금액은 1118억달러에 달했다. 2015년 화이자는 1500억달러를 투자해 앨러간과 M&A를 추진하려다 미국 당국의 제재로 무산됐다.

◇韓 제약·바이오도 글로벌 M&A 본격 시동

미국 뉴욕에 위치한 화이자 본사. /AP 연합뉴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M&A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M&A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제네릭(복제약)을 통해 성장해왔기 때문에 신약 매출 비중이 높지 않다. 또 주 타깃으로 삼는 영업 조직도 대부분 겹친다.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이 1조원이 넘는 기업이 약 10개에 그칠 정도로 재정적인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도 한 몫한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전통 제약사 대부분이 창업주로부터 이어받은 2, 3세들이 경영하고 있다”라며 “최대 주주가 회사를 팔 의향이 없으니 M&A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M&A는 경영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대기업이 인수하는 식이 주를 이뤄왔다. 2001년 GC녹십자가 상아제약을 인수했고, 2004년 CJ가 한일약품을 사들인 게 대표적이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과거 SK케미칼이 2006년 흡수합병한 동신제약이 전신이기도 하다.

가뭄에 콩 나듯 진행돼왔던 국내 제약·바이오의 M&A가 최근 쏟아지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1월을 목표로 미국 항암 신약 개발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인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0월 LG화학은 역대 최대 규모인 8000억달러를 투자해 아베오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기업을 직접 인수한 첫 사례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 전경.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앞세워 몸집을 불린 에스디바이오센서도 M&A 큰 손으로 급부상했다. 내년 1월 말을 목표로 미국 진단기업 메르디안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다. 지난 7월 밝힌 인수 금액은 15억3199만달러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최대 규모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추가 M&A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에스티도 지난 11월 미국 바이오 기업 뉴로보 파마슈티컬스 인수를 밝혔다. 신약후보 물질을 기술수출해 받게 될 계약금 2200만달러에 추가로 1500만달러를 투자해 총 3700만달러에 지분 65.5%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신약 출시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데다, 상용화도 장담할 수 없다”라며 “이런 과정에서 투입되는 비용들을 고려하면 M&A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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