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이 양의지를 다시 만났다
프로야구 두산은 내년 시즌 어느 정도의 기대치로 시즌을 맞을까. 일단 오프시즌을 보내면서는 조금씩 전력의 빈틈을 줄여가고 있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을 통해 6년 총액 152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에 안방마님 양의지를 유턴시킨 데 이어 일본으로 건너가 2년을 뛴 2020시즌 KBO리그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도 새 외국인투수로 불러들였다.
정규시즌을 9위로 마친 스토브리그 출발선상과 비교하자면 여러 각도에서 희망의 빛이 보인다. 그런데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빈자리가 있다. 두산은 경기 후반 마운드를 지켜줄 왼손 셋업맨을 놓고는 아직 선명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 2010년 이후로 10년 넘도록 불펜을 지킨 좌완 이현승(39)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최승용(21)은 내년 시즌에는 선발투수로 집중할 가능성 커지고 있다.
팀내 주요 인사들은 좌완 불펜 카드 중 하나로 베테랑 중 베테랑인 장원준(37)을 바라보고 있다. 장원준은 2017년 선발 14승(9패)을 거둔 뒤로 부상과 맞닥뜨린 2018년 3승(7패)에 그치면서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또 2019년부터는 부상으로 1, 2군을 들락거리는 사이 선발투수 타이틀은 내려놓은 상태다.
장원준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좌완 셋업맨으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올해다. 장원준은 올해 27경기에 등판해 17이닝을 던지며 1패 6홀드에 평균자책 3.71을 기록했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76으로 아직은 조금 더 올라서야 할 입장이지만, 내년 시즌 역할은 드러난 성적 이상으로 커질지 모른다.
장원준은 오프시즌부터 누군가의 강렬한 시선 속에 있다. NC에서 4시즌을 보내고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양의지가 이적이 확정되고 우선 관심을 갖고 본 선수가 바로 장원준이다.
양의지는 팀내 관계자들과 장원준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인사치레로 하는 덕담이 아니다. 양의지는 다시 장원준의 공을 받을 준비를 하며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희망의 발판은 양의지 특유의 ‘볼배합’이다. 양의지는 KBO리그 포수 가운데 볼배합으로는 독보적 자리에 올라 있다. 지난 6월 스포츠경향이 각 구단 주요타자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예측 불가의 볼배합 포수’ 투표에서 양의지는 12표를 얻어 가볍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볼배합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투수의 제구다. 장원준은 포수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다. 한창 때와 비교하자면 패스트볼 구위가 많이 떨어졌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주무기의 제구력은 여전하다. 이에 양의지도 장원준과 함께 한바탕 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의지와 장원준이 처음 짝을 이룬 것은 장원준이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이적한 2015년이다. 장원준은 그해부터 3년간 41승27패 평균자책 3.51을 기록하며 ‘두산 시대’를 열었다. 장원준이 그 시절, 자신의 공을 받았던 양의지를 다시 만났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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