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단장이 왜 자진 사퇴를 하나···SSG의 이상한 침묵
우승 팀 단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탄생 두 시즌째에 통합우승을 한 SSG가 느닷없는 단장 교체로 어수선하다. 구단은 침묵하고 있다.
류선규 SSG 단장(52)은 지난 12일 사퇴했다. 이날 오전 구단에 사의를 전했다.
우승 직후 단장이 물러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시즌에는 KT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이숭용 단장을 퓨처스 육성 총괄로 이동시켰다. 당시에도 의문의 시선이 따랐지만 SSG의 단장 사임은 구단의 배경으로 인해 차원이 다른 물음표가 붙고 있다. 류선규 단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은 사실이지만 자의적인 것이 아닌 사실상 강제 사퇴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류선규 단장은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프런트의 핵심 인사였다. 2001년부터 SK 야구단에 몸담고 홍보팀장, 운영팀장, 전략기획팀장을 거치며 구단의 역사를 함께 했다. 그러나 단장이 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SSG가 SK 구단을 인수해 재창단했다. SSG가 구단 직원들을 그대로 고용 승계하면서 류선규 단장 역시 계약기간 2년의 임기를 안고 SSG의 단장직을 계속 맡았다.
소문이 무성했다. 올시즌 말미에는 SSG가 우승하더라도 고위 프런트들은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아예 후임으로 내정돼 있다는 특정 인물들의 이름이 나돌기도 했다. SSG는 정용진 구단주의 강한 애정을 앞세워 매우 빠른 시간 안에 팀 컬러를 바꾸고 완전히 정착했다. 그러나 SSG 그룹 쪽과 SK 와이번스 출신들로 구성돼 있는 현장 프런트 사이에 이질감은 매우 크다. 구단주와 친분 있는 외부 인사 한 명이 구단을 헤집고 다니는 정황이 여러 차례 드러나기도 했다.
류선규 단장의 임기는 올해를 끝으로 만료됐지만,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구단의 구조 속에서 우승을 하고도 단장이 물러나자 정상적인 자진 사퇴로 보는 이는 야구계에 거의 없다. 류선규 단장은 불과 하루 전까지도 정상적으로 업무했고 프로야구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외부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SSG 구단은 단장이 물러났는데도 하루가 지나도록 사퇴 사실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당초 SSG는 류선규 단장이 사퇴하자 동시에 후임 단장 발표까지도 준비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의혹의 시선이 끊이지 않자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류선규 단장은 사퇴한 12일 기자와 통화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2년 안에 팀을 재건하는 것이 목표였다. 우승했으니까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만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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