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여파에…길병원, 소아과 전공의 지원 ‘0명’ 입원치료 중단
2022년 27.5%로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
길병원, 최근 몇년 동안 전공의 수급 안 돼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의료 공백’으로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전공의 부족으로 인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했다. 저출생과 낮은 수가 등으로 인한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실제로 나타났다.
13일 길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이달 초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한다. 검사와 외래, 응급실 진료는 정상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중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병동 운영을 중단한 것은 길병원이 처음이다.
길병원은 최근 몇 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원 환자를 진료할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상반기 전공의 1년 차 모집 과정에서 길병원 소아청소년과(정원 4명) 지원자는 단 1명도 없었다. 길병원은 내년 3월쯤 전문의 충원이 이뤄지면 입원 환자 진료를 재개할 계획이다.
앞서 손동우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지난달 28일 지역 내 협력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이 같은 입원 진료 중단 상황을 알렸다. 손 과장은 “전공의 수급이 되지 않은지 이미 수년이 흘러 이제 4년 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저희에게는 2년 차 전공의 한 명만 남는 현실”이라며 “더 이상은 입원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부족한 현실은 비단 길병원뿐만이 아니다. 손 과장은 “전국의 여러 종합병원 이상 대학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돼버렸다”며 “전공의도 수급이 안 되고 전문 과목에서 더 수련 받는 전임의도 보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원장님이나 저희나 정년 등의 사유로 일을 놓게 되면 우리나라 어린이들 건강과 성장 발달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상상하기도 두렵다”고 했다.
전국 기준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계속해 떨어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집계한 2023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현황을 보면, 정원 207명 중 지원자는 33명으로 지원율이 15.9% 수준에 그쳤다. 전공의 지원자가 ‘0명’인 병원도 83.1%에 달한다. 길병원을 비롯해 서울의 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수도권 주요 상급종합병원 중에도 지원자가 1명도 없는 곳이 적지 않다.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의 배경에는 다른 전공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 저출생 여파로 인한 환자 감소 등이 있다. 복지부는 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의 진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공공정책수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전체 인구 중 17%의 진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사회 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진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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