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참사’ 후 뒤늦게 모여앉은 관계기관···학부모들 “일방통행로 당장 지정” 요청

김나연 기자 2022. 12. 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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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열린 ‘안전한 등굣길 교통안전 캠페인’에서 경찰이 스쿨존 내 안전 속도인 시속 30km를 의미하는 숫자 ‘30’이 적힌 열쇠고리를 학생의 가방에 달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과 관계기관들이 13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에서 ‘학생 교통안전 강화 대책회의’를 열었다. 지난 2일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이 학교 3학년 A군이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지 11일 만이다. 학부모들은 사고 도로를 즉시 일방통행로로 지정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과 강남구청, 강남경찰서,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언북초등학교 등 관계기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통학로를 안전하게 만들 방안을 논의했다.

관계기관들이 학교 안전 현황을 파악해보니 언북초등학교 주변에는 보도가 없는 구역이 많았다. 보도가 있더라도 성인 2명이 나란히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폭이 좁아 일방통행로로 지정할 필요가 있었다. 과속·주정차 단속카메라도 미비했고 사고가 난 후문 인근의 경우 과속 방지턱이 없는 골목도 많았다.

학부모들은 언북초등학교 관계자를 통해 스쿨존을 일방통행로로 즉시 지정하고 보도와 안전 펜스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과속·주정차 위반을 단속할 폐쇄회로(CC)TV를 추가 설치할 것도 요구했다. 또 등하교시간 차량통행 금지구역을 지정하고 교통경찰과 학교보안관을 추가 배치할 것도 건의했다. 학부모들은 스쿨존 내 무관용 단속과 구청장·경찰서장의 사과도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도 학교 후문 인근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운영하고 보도를 설치하자고 건의했다. 또 후문 인근 교차로가 통행량이 많고 급경사인 점을 고려해 고원식 교차로(높게 포장한 교차로) 또는 사괴석 포장(노면을 울퉁불퉁한 돌로 포장)으로 개선하자고 했다. 정문 쪽 도로는 등교 시간뿐만 아니라 하교 시간에도 차량 통행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언북초등학교 교통안전을 점검하면서 관계기관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고 인근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강남구청이 주민 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48명이 반대해 무산됐다. 강남구청은 내년 1월에 구청 주관 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인데, 학부모들은 이날 회의에서 이를 12월 중으로 앞당기라고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상반기 동안 도로교통안전공단 등 전문기관에 의뢰해 해당 학교 스쿨존 내 안전을 점검할 계획이다. 교육청은 앞으로 관계기관으로부터 개선 결과를 회신받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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