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최악의 가뭄, 해법은 '스마트 워터 그리드'

최기창 2022. 12.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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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역 주민과 간담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문제가 바로 가뭄과 제한 급수에 관한 것이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광주·전남지역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현재 광주의 주 식수원인 동복댐 저수율은 작년 대비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작년 10월 기준 댐 저수율은 68%지만 올해 11월에는 30.4%를 기록해 빨간불이 커졌다. 만약 내년 3~4월까지 비가 오지 않는다면 제한 급수해야 하는 긴급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광주·전남 강수량이 최저 순위를 기록해 가장 심각하지만 전국 강수량도 형편이 좋지 않다. 전국 강수량 역시 평년 대비 86.4%에 그친다. 앞으로 3개월간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국적으로 가뭄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와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는 공급과 수요 측면으로 나눠 용수 확보와 함께 물 절약 홍보 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물 절약 실천은 가뭄 위기를 해소할 임시방편은 되겠지만, 장기적인 대응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심지어 지역 주민의 물 사용량은 전국 평균에 비해 특별히 높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가뭄은 하늘 탓도, 주민 탓도 아니다. 답은 기후 위기로 인한 이상기후에 있다.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 시작된 가뭄과 물 부족 사태는 벚꽃 전선을 따라 이어질 전망이다. 만약 광주·전남지역이 대한민국 가뭄 스트레스의 시작점이 된다면 어려움이 해소될 때까지 가장 오랜 기간 스트레스를 겪어야 하는 지역이 될 것이다.

물 절약 캠페인을 통해서라도 물 부족을 알리고 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보려는 정부의 노력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가뭄이 발생할 때마다 지역 주민의 물 절약 실천에만 의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기후 위기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50년 만에 찾아온 가뭄을 이례적 현상에 치부하기보다 세계를 덮친 기후 위기의 징후로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 전 지역 생존 문제가 될 수 있는 물 부족 사태에 대해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후 위기 대응은 가까운 미래가 아닌 당장의 과제가 됐다. '벚꽃이 피고 지는 순서대로 물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가뭄을 해소할 방법으로 기우제 모시듯 해서는 안 된다. 고도의 기술 개발에 의한 과학적 접근이 돼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자원 확보 기술을 찾는 것이 미래를 위한 확실한 솔루션이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 이후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한 1.5℃ 상승 억제라는 비가역적 정책에 동의했다. 각국에서는 기후 정책과 기후 기술(Climate Technology) 개발에 상당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특히 가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자가 가뭄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을 지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가뭄 빈도와 패턴이 불규칙하고 기후 위기로 인해 이상기후가 발생하면서 가뭄 예측이 더욱 어려워져 정확한 예측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어려움이 큰 만큼 기술 개발에 과감한 투자가 더욱더 필요하다. 현재까지 개발된 지속가능한 수자원 확보 기술 가운데 대표적인 기술로는 해수담수화와 워터 그리드 기술을 꼽을 수 있다.

호주는 세계 최초 해수담수화를 기반으로 한 광역 단위 워터 그리드 구축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3년간 이어진 가뭄을 해소하고자 시작된 사업이다. 호주 남동 퀸즐랜드지역은 2004년 이후 3년 연속 가뭄이 이어지자 2008년부터 8조원의 예산을 들여 200㎞×100㎞ 범위에 워터 그리드 구축을 추진했다. 또 2012년까지 600만 인구의 생활용수 확보를 위해 해수담수화 시설을 필요 지역에 건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시기에 2007년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단을 출범했다. 이를 통해 바닷물로 식수를 만들어내는 지속가능한 수자원 확보 기술 개발을 시도했다. 기술 국산화에 성공하자 2014년 부산에 1일 4만5000톤의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해수담수화 시설을 실증했다. 지금은 부산시민 15만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수자원 확보 시설이 됐다.

2012년에는 '지능형 워터그리드연구단'을 출범해 첨단 정보통신기술로 기존 수자원 관리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천수·우수·지하수·해수·담수 등 각종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 관리, 수송하는 기술 개발이 시작됐다. 수자원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수자원 확보를 통해 '물 복지'를 구현하려는 시도였다. 2016년 기술 국산화까지는 성공했지만 워터 그리드를 작은 섬에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제외하곤 괄목할만한 실증 작업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뭄과 물 부족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해수담수화와 워터 그리드 기술력은 갖췄지만 시범 단계에 멈춰 있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와 관련해 눈에 띌만한 지자체 실증은 여전히 없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는 미완의 성공으로 남겨진 셈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처럼 다른 지역에도 물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광주·전남 지역 문제로 촉발됐지만, 기후 위기에 따른 물 부족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국가적 스트레스가 될 대한민국의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해 지속가능한 수자원 확보 기술 실증이 하루라도 빨리 추진돼야 한다. 이미 기술은 있다. 현재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실증 단계를 거치지 못한 기술이 완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상된 기후 시나리오에 대비해 해수담수화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워터그리드 실증 사업을 광역 단위 지자체에서 시작하는 게 시급한 이유다. 기후변화는 세계가 동의하는 전 지구적 생존의 문제이자 우리에게 당면한 생존 문제다. 지금, 바로 정부가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할 때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gwangsan.lyb@gmail.com

○…이용빈 의원은

광주 광산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전남대 의대에 진학한 뒤 학생운동에 몸을 담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줄곧 의사로 활동했다. 특히 광산구 월곡동에 이용빈 가정의학과를 개업하며 이른바 '마을 주치의'로 활동해 왔다. 제21대 국회 입성 이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미얀마 사태, 우크라이나 사태, 고려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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