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회용컵 보증금제’ 생생 이용 후기

2022. 12. 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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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 측면 광고판에 1회용컵 보증금제가 12월 2일부터 제주에서 시행된다고 적혀있었다. ‘1회용컵 보증금제’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알아보니 일정 규모 이상 식음료 프랜차이즈에 속한 매장서 음료를 1회용컵에 받을 때 보증금 300원을 내도록 하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주는 제도이다. 시범적으로 제주와 세종시에서 우선 시행될 예정이며 이후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안내문(제주).

평소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제도에 대해 좀 더 알아보았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적용되는 세종과 제주 626개 매장에는 간이 무인회수기가 설치된다. 제주에는 공항, 여객터미널, 렌터카 주차장, 주요 관광지 재활용 도움센터 등에 컵 반납처 40곳 이상이 조성된다. 

제도 시행일인 12월 2일부터 2주간 1회용품 보증금제 시행 매장을 이용한 장면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한 소비자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문화상품권을 제공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또한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통해 1회용컵을 반납하는 소비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3000원권 ‘탐나는전’을 제공하는 행사도 진행한다고 한다. 컵 반납과 보증금 반환을 보조하는 반환서포터로 은퇴한 만 60세 이상의 신노년 세대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반환서포터는 소비자의 자원순환보증금 앱 설치, 무인회수기 사용, 컵 반환 및 분리배출을 안내한다. 

제도 시행 대상 카페는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카페, 베이커리, 패스트푸드 등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54개 브랜드 총 486개 매장이 보증금제 적용을 받게 된다. 스타벅스 등 일부 프랜차이즈들은 해당 지역을 자체적으로 다회용기 전용 매장으로 운영하기로 하면서 보증금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이번에 처음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2002년에 세계 최초로 보증금제를 도입했다가 2008년에 폐지됐다고 한다. 당시 1회용컵의 회수율이 최대 37%에 그치고 미반환된 보증금 사용 용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자원순환보증금 앱에서 가까운 반환장소 찾기.

시행하고 며칠이 지나 제도를 직접 이용해보기 위해 집 근처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아갔다. 지역 토착 브랜드 카페라 곳곳에 매장이 많아 우선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도와 관련한 어떤 안내문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그 옆에 있는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았다. 1회용품 사용 금지와 컵보증금제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어떻게 이용하면 되느냐고 묻자 아직 준비 중이라고 한다. 

1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매장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해서 검색을 해보니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먼저 깔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길에서 앱을 다운받았다. 거리찾기를 클릭하니 1회용컵 보증금을 시행하는 매장과 무인회수기 위치가 현재 거리별로 뜬다. 가장 가까운 매장에 다행히 무인회수기도 같이 설치되어 있어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입구에 1회용컵 보증금제도 참여 매장이라는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지만 눈에 잘 띄진 않았다.

키오스크에서 차를 주문하고 테이크아웃으로 선택하자 음료 가격 4700원에 컵 가격 300원이 포함되어 5000원이 결재가 되었다. 주문이 접수되자 직원이 바코드가 부착된 1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건네준다. 컵 반납을 어떻게 하냐고 묻자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먼저 깔고 음료를 다 마신 후 바코드를 훼손하지 않고 매장에 가져오면 무인회수기에서 반납이 가능하며 보증금 300원이 등록된 계좌로 반환이 된다고 상냥하게 안내를 해준다. 컵에 음료나 빨대같은 이물질이 있으면 안된다고 덧붙인다. 대다수 사람들이 아직 제도를 몰라서 물어보면 일일이 응대하기 쉽지 않을텐데 그래도 상냥하게 대답을 해준다. 

1회용컵에 부착되어 있는 바코드는 반환할 때 필요하다.

음료를 다 마시고 바코드가 부착된 컵을 들고 매장으로 갔다. 앱을 열어 개인 바코드를 먼저 무인회수기에 인식시킨다. 그러자 개인정보가 뜨고 컵의 바코드를 갖다 대자 보증금이 반환되었다고 뜬다. 앱에 반환보증금 300원이 바로 들어왔다. 개인 계좌를 등록하면 계좌로 옮길 수도 있다. 컵은 직원에게 반납하면 되고 계약을 맺은 업체에서 와서 숫자를 확인하고 컵을 회수해간다고 한다.

실제로 1회용품 보증금제를 사용해보니 어렵지 않았고 앱도 사용하기 편리하게 되어 있었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참여하는 카페가 프랜차이즈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제주의 경우 유명 관광지는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훨씬 많다. 전국에서 인구 대비 카페가 제일 많은 곳이 제주 지역이다. 제주 지역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을 하는 형편이다. 확실히 참여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매장에 설치되어 있는 1회용컵 무인회수기.

가장 불편한 점은 동일 브랜드 매장에서 컵 반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 마신 컵을 가지고 해당 브랜드 매장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도 적었듯이 이 제도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컵 회수율이 높아져야 하는데 좀 더 쉽게 반납을 하기 위한 무인회수기도 아직 설치가 미약한 실정이다. 참여 매장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는 무인회수기를 제공하고 소비자가 보다 쉽게 반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 매장까지 찾아가는 번거로움 없이 어느 매장에서나 무인회수기가 있으면 교차 반납이 가능하게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원순환보증금 앱에 반환보증금 300원이 찍혀 있다.

어렵게 시작한 1회용컵 줄이기 위한 보증금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힘들게 참여하는 카페 직원들의 사명감에 기댈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1회용컵을 사용하고 반납해보니 텀블러를 챙겨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된다. 1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제주에서 생생한 참여 후기를 보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오수연 atmark2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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