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매립은 쓰레기를 땅에 묻지만, 소각은 하늘에 묻는 것

박강수 마포구청장·서울행복플러스 취재팀 정리 2022. 12. 13. 09: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포구 쓰레기 소각장 추가 신설 문제
박강수 마포구청장. /마포구 제공

서울에서 하루 발생되는 쓰레기 3200t가운데 거의 3분의 2인 2200t이 4개 자치구의 쓰레기 소각장으로 간다. 마포구도 그 중 하나다. 마포구 쓰레기 소각장은 서울시민의 쉼터로 유명한 월드컵 공원에 있다. 과거 ‘난지도’라고 불리던 곳이다.

난지도는 1978년부터 15년간 서울의 오물과 폐기물을 받아내던 쓰레기 매립지였다. 연탄재로 가득한 난지도에 공원이 조성되고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생명의 산으로 복원되었을 때 마포구민들의 설움도 끝이 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8월 31일 이곳에 대형 쓰레기 소각장을 추가 건설한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나왔다. 마포구민들은 그간 대승적 차원에서 희생을 감내해 왔는데 그 이상의 고통을 안긴다니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이를 님비 현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매립은 쓰레기를 땅에 묻는 것이고, 소각은 하늘에 묻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소각과정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을 비롯한 각종 유해물질은 아무리 좋은 방지시설을 설치한다고 해도 여전히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일까.

자원재활용과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해서 생활쓰레기를 대폭 줄인다면 소각장 건립은 필요치 않다. 마포구는 이게 가능한지 실험을 했다. 먼저 지난 10월 마포구청 광장에서 생활쓰레기 상태조사 및 분석을 실시했다. 마포구에서 5일간 배출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일일이 뜯어 분류해보았더니 재활용이 가능해 소각이 필요 없는 내용물이 64.3%에 달했다. 그럼 주민들이 올바른 분리배출에 동참을 한다면 어느 정도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에 지난 11월 마포구 A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생활쓰레기 감량캠페인을 실시한 후 일주일동안 해당 아파트에서 배출된 쓰레기량의 전과 후를 비교해보았다. 놀랍게도 56.6%의 쓰레기가 줄었다. 올바른 분리배출만으로도 쓰레기의 상당량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실렸다. 이어 11월 17일, 마포구민들과 함께 생활쓰레기 전처리 작업을 해봤다. 이는 쓰레기 소각에 앞서 재활용할 수 있는 금속, 플라스틱, 폐비닐 들을 분리하는 작업이다. 전처리시설 장비를 대여해 마포구 아파트 53%, 일반주택 32%, 상가 15%에 해당하는 5t 분량의 쓰레기를 전처리한 결과 소각대상 쓰레기의 87%가 줄어드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 전체 구에 전처리시설을 설치한다면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1,000t 규모의 신규 소각장은 건립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예로 볼 때 2026년 쓰레기 직매립 금지 시한을 앞두고 소각장 건립만을 대안으로 삼고 있는 서울시가 쓰레기 감량을 위한 어떤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다. 답은 쓰레기 소각 대신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에 있다. 이는 시민의 적극적 동참과 전처리시설의 확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새가 한 쪽 날개로 날 수 없듯이 지역 주민의 협조와 공감 없이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서울시는 신규 소각장 건설 강행 대신 전처리시설 등 새로운 대안마련에 나서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