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떼배 복원한 원시 배 타고 현해탄 건넌 고대해양문화 탐험가[그립습니다]

2022. 12. 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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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 채바다 시인의 부고를 받았다.

두어 달 전까지도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실감이 가지 않았다.

전통 떼배를 복원한 원시 배를 타고 현해탄을 세 번 건넜다.

2020년 봄 어느 날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의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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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채바다 한국하멜기념사업회 회장(1943∼2022)

지난 11월 15일 채바다 시인의 부고를 받았다. 두어 달 전까지도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실감이 가지 않았다. 주민등록을 하늘나라로 옮겼을 뿐 지금도 소식을 보내면 바로 연락을 해 올 것만 같다.

그가 9월 3일 카톡으로 보내온 ‘생명력이란 신비함 그 자체 곧 자연의 순환이 아닐까요. 세상에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풀잎 같은 대화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런가’가 그가 지상에서 보내온 마지막 메시지였다.

금년 8월 12일 그는 제주도와 함께 제1회 하멜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헨드릭 하멜 일행의 제주 표착 37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대만·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일본으로 참가국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채 시인은 제주 성산포 출신으로 한국 유일의 고대해양문화 탐험가였다. 전통 떼배를 복원한 원시 배를 타고 현해탄을 세 번 건넜다. 왕인 박사 등 우리 조상이 뿌린 문명의 씨앗이 일본 고대문명을 꽃피웠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목숨을 건 항해였다. 그의 바닷길 탐험은 ‘제주∼강진 고대 뱃길’ ‘삼별초 뱃길’ 탐험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하멜을 만났다. 1653년 제주에 표착한 하멜 일행 64명 속에는 15세 전후의 소년 선원도 여러 명 있었다. 당시 하멜은 23세였다. 이런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은 당시 작은 나라 네덜란드를 스페인·포르투갈에 이은 해양제국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는 1996년 하멜기념사업회를 만들어 26년 동안 하멜 연구와 기념사업을 해왔다. 하멜의 도전정신을 특히 미래를 짊어질 우리 젊은이들에게 전파하는 데 진력했다. 작년에는 정조대왕의 사부이자 그의 조상이기도 한 영의정 채제공의 평전 ‘전하! 아니되옵니다’를 펴내기도 했다. 채제공이야말로 공직자의 사표이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출간 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책 주문이 들어왔다며 기뻐하던 전화 속 그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2020년 봄 어느 날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의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채 시인이 필자의 신간 ‘일본은 원수인가, 이웃인가’를 증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며칠 뒤 그의 전화를 받았다. 책을 밤새워 읽었다며 일본 열도를 도보로 종단한 나의 무모함(?)을 높이 평가해주었다. 그와 통화를 한 이튿날 딸 가족과 제주에 갔다가 어느 카페에서 그를 우연히 만났다.

그와 교류해 오며 함께 안타까워한 것은 조선사회가 하멜 일행을 오랑캐로 단정하고 전혀 활용하지 못한 점이었다. 13년간의 억류생활 끝에 하멜 일행은 드디어 탈출에 성공하며 일본 나가사키(長崎)를 거쳐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웃 일본은 그들을 통해 서양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새로운 학문과 기술을 배웠다. 해금령 아래 수백 년 동안 문호를 닫고 살았던 조선과 청은 근대화에 실패했다. 하지만 서구의 문물을 적극 받아들이고 통상으로 축적한 국부는 일본 근대화의 바탕이 되었다.

강항은 ‘간양록’에 ‘일본인은 먼 나라에서 온 사람을 박해하면 삼족을 멸한다’고 포로 시절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다. 18세기 일본을 돌아본 안정복도 ‘왜인은 자고로 통상을 업으로 삼아 서양에 이르기까지 해외 여러 나라를 왕래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최선을 다해 79년 인생을 살아내셨고 온몸을 연소시키신 채바다 회장님. 못다 이루신 일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이제 하늘나라에서 부디 평안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벌써 회장님이 그리워집니다.

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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