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일수록 더불어 산다…탄소중립 자연의 해결사들

한겨레 2022. 12. 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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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의 파란 하늘]조천호의 파란 하늘
아마존 열대 우림. 숲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것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표적 자연기반해법으로 꼽힌다. 다만 조림을 통한 탄소 격리는 영구적이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게티이미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전례 없는 속도로 탄소를 줄여야만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탄소배출량이 0에 도달할 수 없다. 불가피하게 배출할 수밖에 없는 탄소량만큼 대기에서 이를 제거해야 한다. 공기 중 탄소를 직접 포집해 제거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값비싼 기술로 아직 실용적이지 않다. 반면 생태계에서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은 실용적으로 당장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한 168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131개 나라가 자연기반해법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올해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3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기후변화 완화)는 농업, 임업과 기타 토지 이용(Agriculture, Forestry and Other Land Use∙AFOLU) 부문에서 자연기반해법으로 2020년에서 2050년까지 매년 경제적으로 온실가스 8~16GtCO2e(이산화탄소 환산 기가톤·10억톤)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는 2050년까지 기온상승 1.5도 또는 2도를 막기 위해 줄여야 하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20~30%에 해당하는 양이다.

자연기반해법 중 첫 번째는 손상되지 않은 자연을 보호(protect)하고 손상된 자연을 복원(restore)하는 것이다. 육지와 해안 생태계의 보호와 복원은 2020~2050년 동안 매년 평균 7.3GtCO2e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전 세계 삼림은 지구 전체 표면적의 31%를 차지하며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약 4분의 1을 흡수한다. 숲이 파괴되면 탄소를 흡수 못 할 뿐만 아니라 토양에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공기 중으로 풀려난다. 2019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2%가 AFOLU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 온실가스 중 약 절반이 산림 벌채와 황폐로 인해 배출됐다.

당장 사용 가능한 기후위기 자연기반해법

숲의 보호와 복원은 이산화탄소의 흡수를 더 늘리고 배출을 더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손상된 숲을 토종 또는 자연친화적인 종으로 재조림하면 이산화탄소 흡수와 함께 생물다양성도 회복할 수 있다. 풍요로운 생태계는 깨끗한 물을 더 많이 공급하고 홍수와 토양 침식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식물과 토양에 저장된 탄소를 그린카본이라 한다.

블루카본은 대기에서 흡수돼 바다에 저장되는 탄소를 말한다. 블루카본 대부분은 바다에 직접 용해되는 이산화탄소이다. 이 과정에서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약 4분의 1을 흡수한다. 이보다 적은 양이지만 해안 식생과 수중 퇴적물에도 탄소가 저장된다.

맹그로브, 해초, 염습지와 갯벌과 같은 해안 생태계가 자연기반해법에서 주목받고 있다. 물속에서는 육상과는 달리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므로 육지 생태계보다 단위면적당 강력한 탄소 흡수원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발표에 의하면, 매년 1㎡의 해초는 대기에서 탄소 220g을 제거해 해양 토양에 저장한다. 이는 같은 면적의 열대우림 탄소 저장률의 3배 이상, 온대림 탄소 저장률의 7배 이상, 그리고 초원 탄소 저장률의 10배 이상이다.

해안 생태계의 탄소 저장 능력은 양날의 검이다. 해안이 파괴되면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다시 배출되기 때문이다. 해안가 맹그로브 숲은 전 세계적으로 약 1500만ha를 차지한다. IPCC 제2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영향, 적응 및 취약성)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맹그로브 숲 100만ha가 손실되었다고 했다. 이는 주로 양식장, 농업과 리조트 건설 같은 개발이 원인이다.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실린 논문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숲에서 맹그로브 숲이 차지하는 비율은 0.7%에 불과하지만, 전체 숲 파괴로 인한 탄소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해안 생태계는 기후변화 적응에도 큰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는 파도를 맞아도 쓰러지지 않도록 여러 개로 갈라진 줄기가 지지대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 숲은 폭풍해일로부터 매년 약 1800만명을 보호하고 수백억 달러 가치의 시설물 피해를 막는다. 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학의 싯다르트 나라얀 교수 등이 전 세계 52개 자연기반해법을 이용한 해안 재난을 막는 사업을 분석한 결과, 산호초, 염습지, 해초와 맹그로브가 방파제 비용의 20~50% 정도로도 피해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맹그로브 숲은 폭풍해일로부터 매년 약 1800만 명을 보호하고 수백억 달러 가치의 시설물 피해를 막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열대지방 해안에 형성된 맹그로브 숲. 게티이미지

두 번째 자연기반해법은 곡물, 방목과 목재를 생산하기 위한 토양을 관리(manage)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년 4.1GtCO2e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토양 탄소는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탄소가 뿌리를 통해 토양에 저장되거나 동식물이 죽어 분해되어 저장된 것이다. 풀과 잡초는 토양 탄소를 결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잡초 제거를 위해 땅을 갈아엎으면 땅에 있는 탄소가 대기 중으로 날아간다. 이는 토양을 황폐화하고 비료를 더 많이 투입하게 만든다. 질소비료는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를 발생시킨다.

조림은 비영구적…땅속 탄소 격리가 핵심

경작지 가장자리에서 나무와 덤불이 자라면 바람을 막아주고, 그늘이 드리워져 물이 적게 증발하고, 비에 비옥한 흙이 씻겨 내려가는 것을 방지한다. 이처럼 농업과 임업을 결합한 복합 영농 형태를 혼농임업이라 한다. 혼농임업은 토양을 보전하면서도 식량, 과실, 사료, 목재, 땔감 등을 지속 가능하게 생산한다. IPCC 제2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는 혼농임업이 기존 농업보다 토양 탄소를 20~33%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고 했다.

경축순환농법은 가축분뇨를 비료로 만들어 작물을 기르고 볏짚 등 작물 부산물을 가축 사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질소비료와 기타 합성 투입 물량이 줄어들어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 배출량이 감소하고 토양이 건강해진다. 그리고 토양을 보호하기 위해 비수기에 재배되는 식물인 덮개작물은 토양 침식, 토양 수분 감소, 해충, 작물 질병 등을 줄일 뿐만 아니라 토양에 탄소 함량을 증가시킨다.

세 번째로 먹거리 체계를 바꾸면 연간 2.2GtCO2e를 줄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식품의 3분의 1이 버려진다. 그렇지만 세계 인구의 10%인 8억명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결핍은 필요한 만큼 생산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눌 줄 모르는 인간 욕망으로 일어난다. 이미 전 세계 얼음으로 덮이지 않은 땅 4분의 1 이상이 방목지로 이용되고 농경지 3분의 1에서 사료용 작물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고기를 점점 더 많이 먹으려 하면서 숲을 파괴한 농지가 확대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와 육식을 줄이는 먹거리 전환도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적이다.

또 다른 자연기반해법으로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과 저장(BECCS)이 있다. 이는 작물을 재배하여 광합성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고, 그 작물로 바이오 연료를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고, 이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2020년에서 2050년까지 매년 평균 5.9GtCO2e를 제거할 수 있는데, 이 중 1.6GtCO2e만이 경제성이 있다. 그러나 BECCS를 위해 토지를 대규모 전환하게 되면 식량 안보와 생물다양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세실 지라르딘 등은 2021년 <네이처> 논평에서 자연기반해법으로 매년 10GtCO2e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중 절반은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흡수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감소하는 이산화탄소 총량 중 20%만이 조림을 통한 ‘복원’으로 이루어지며 생태계 ‘보호’와 토양 ‘관리’가 각각 40% 기여한다.

다만 조림을 통한 탄소 격리는 영구적이지 않다. 나무가 다 자라면 탄소 흡수 능력이 포화에 도달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나무가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기반해법은 땅속에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자연 서비스 균형 고려하며 신중한 시행 필요

IPCC 제3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기후변화 완화)는 자연기반해법을 신중하게 시행하지 않으면 생물 다양성, 대기질, 물 가용성과 품질, 토양 생산성, 권리 침해, 식량 안보, 인간 복지, 그리고 기타 자연 서비스의 보전과 균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자연기반해법의 숲 복원은 무분별한 조림사업과 구별해야 한다.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 잘 타는 나무를 심었다가 불이 나면 나무의 모든 탄소가 대기로 다시 방출된다. 이탄 지대나 사바나 지역을 조림하는 것은 오히려 생물다양성을 손상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 고탄소 저장고인 이탄 지대에 나무를 심기 위해 물을 빼면 탄소가 배출된다. 이런 자연기반해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오히려 악화시킨다.

IPCC 제2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영향, 적응 및 취약성)는 도시 녹화도 기후위기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도시 산림, 공원과 옥상 녹지 등은 실내 열 노출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도시에서 나무 그늘이 있는 집은 냉방 피크 수요의 30%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도시 녹화와 습지 보호는 빗물을 관리하여 홍수를 막는 데 기여한다.

그런데 도시 녹화는 소수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면서 기존 거주자들을 밀어내는 ‘녹색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다. 우리가 도시 자연기반해법을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이웃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지 않도록 형평성에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계획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연이 파괴되면 기후위기가 가중되고 기후위기는 또다시 자연파괴를 부채질한다. 자연파괴와 기후위기는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IPCC는 제2실무그룹 6차 평가보고서에서 육지와 바다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하려면 지구 표면(육지, 담수와 바다)의 30~50%가 보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2년 ‘자연을 위한 재정 상태’(State of Finance for Nature) 보고서에서 지구온도 상승 1.5도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연기반해법에 2030년까지 매년 4840억 달러를 투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투자규모는 1540억 달러로 필요한 투자액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렇게 행동은 의도보다 늘 뒤처진다. 결국 우리는 지금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로 인한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해법과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올바른 자연기반해법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 온 방식이다.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과학교사 김추령은 그의 책 <내일 지구>에서 “깊은 숲일수록 더불어 산다…숲이 오랜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더불어 살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더불어 살며 오래도록 내일의 지구를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에서만 우리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참고문헌

김추령, 2021: 내일지구 - 과학교사 김추령의 기후위기 이야기, 빨간소금

Cécile A. J. Girardin et al., 2021: Nature-based solutions can help cool the planet — if we act now, Nature 593, 191-19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1-01241-2

Donato, D., Kauffman, J., Murdiyarso, D. et al., 2011:Mangroves among the most carbon-rich forests in the tropics. Nature Geosci 4, 293–297 . https://doi.org/10.1038/ngeo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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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2022: Climate Change 2022: Mitigation of Climate Change.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 II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UK and New York, NY, USA. doi: 10.1017/9781009157926

Siddharth Narayan, 2016: The Effectiveness, Costs and Coastal Protection Benefits of Natural and Nature-Based Defences, PLoS ONE,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5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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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2022: State of Finance for Nature. Time to act: Doubling investment by 2025 and eliminating nature-negative finance flows. Nairobi. https://wedocs.unep.org/20.500.11822/41333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cch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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