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교수 실험실 창업’ 전폭 지원… 글로벌 기술패권 끝없는 도전

박정경 기자 2022. 12.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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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옥 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 교수 연구팀이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 창업보육센터에서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을 통해 개인 정보 보호 및 투표 결과 신뢰도를 분석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코맥스 스타트업 타운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한양대 제공

■ 창업 스타트업 ‘지크립토’, CES 2023 최고혁신상

블록체인 투표시스템 ‘지크보팅’

선거 투명성 획기적으로 높여

스마트홈 등 5개부문도 혁신상

겸직승인 · 지식재산권 무상사용

스타트업 인프라 조성 맞춤투자

창업펀드에 시제품 개발 지원도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는 코로나19 유행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진행됐다. 투표소마다 1m 간격으로 거리를 두고, 긴 줄로 늘어선 유권자들은 열을 재고 손을 소독한 뒤 양손에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에 나섰다. 이 같은 ‘종이 투표’ 방식은 한때 ‘K-방역’의 성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생각이 좀 달랐다. “‘종이 투표’가 아닌 ‘블록체인 투표’였다면 집에서 원격 투표가 가능했을텐데…” 하는 아쉬움 말이다.

블록체인이란 특정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데이터가 등록된 블록 단위의 ‘디지털 장부’를 공유, 제3의 기관 개입 없이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는 기술이다. 코로나19 전후로 미국과 러시아 등 각국에서는 투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고, 우리 정부도 지난 10월 개정 주민투표법 시행으로 온라인 주민 투·개표가 허용됨에 따라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대규모 온라인 투표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비단 투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어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적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16일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주관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3’에서 한양대의 창업 스타트업 ‘지크립토(Zkrypto)’가 만든 블록체인 온라인 투표 시스템 ‘지크보팅(zkVoting)’이 블록체인 앱 최초로 ‘최고혁신상’에 선정됐다는 희소식이 들렸다. 지크보팅은 기존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의 문제점과 취약점을 해결한 세계 최초이자 최고 기술의 온라인 투표 앱이다. 현재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은 유권자가 공개돼 있지만, 지크보팅은 유권자의 개인 정보가 완벽히 보호돼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고 선거 관리에 드는 인력과 비용,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투표 결과를 누구나 검증할 수 있기에 선거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지크립토는 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 오현옥 교수가 창업한 회사다. 한양대에서 주관한 2020년 예비창업패키지(비대면 분야) 지원 사업을 통해 설립됐다. ‘CES 2023’에서 사이버보안·사생활보호 부문 혁신상을 받은 디지털 자산 익명거래 서비스 시스템(지갑 앱) ‘아제로스(Azeroth)’ 또한 오 교수의 지크립토가 개발했다. 오 교수는 “세계적인 혁신기술 경쟁 무대에서 자사의 기술과 제품을 알리게 되어 영광”이라며 “우리 기술이 앞으로도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이번 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비롯해 △사이버보안·사생활보호 △소프트웨어·모바일 앱 △스마트홈 △디지털헬스 △피트니스·스포츠 부문에서 총 6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지크보팅과 아제로스 외에도 의학과 임한웅 교수와 로봇공학과 박태준 교수가 공동 개발한 ‘아이핏(EyeFit)’은 디지털헬스 부문과 피트니스·스포츠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아이핏은 머신비전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눈의 피로도를 빠르고 정확히 측정하는 눈 건강관리 헬스케어 기기다.

한양대의 이러한 성과는 ‘교수 실험실 창업’ 덕분이다. 한양대는 지속적으로 우수 실험실과 창업팀을 대상으로 맞춤형 투자 멘토링데이를 개최해 실험실 기술의 시장성 검증을 위한 교육과 멘토링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교수들의 겸직 승인, 학교 소유의 지식재산권 무상 사용 허용, 창업 공간 제공 등으로 실험실 창업 인프라 조성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도 제공한다. 또 한양기술지주회사와 연계해 창업펀드 투자를 우선 검토하고 시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등 성공적인 창업을 돕고 있다. 그 결과 한양대는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혈액, 자율주행 AI 센서, 서빙로봇, 항암제, 인공수정체, 스마트 팩토리, 에너지 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실 창업에 성공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기술에 대한 제품화 기획 및 설계, 시각화, 시제품 제작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한양대 기술사업화센터의 D-Lab(제품화 콘셉트 모델 개발체계)이 큰 역할을 했다”며 “혁신상 수상에 그치지 않고, 타깃 기술 마케팅, 투자 유치 및 사업화 전략을 보다 고도화해 기술 이전 및 사업화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 학생 스타트업 성과도 ‘최상위’… 창업 7년차까지 ‘전주기 지원’

‘창업에 강한 대학’.

한양대는 교수 창업은 물론 많은 학생 창업자를 배출하고 있다. 최근 5년간의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와 다양한 외부 기관 평가를 종합했을 때, 한양대는 학생 창업 지원 및 성과 부분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학교가 학생 창업자에 대해 초기 창업은 물론이고, 창업 7년 차 도약기까지 지원하는 ‘전 주기 지원체계’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양대는 지역 내 예비·초기 창업자를 위한 창업 활동 공간 제공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대표적으로 ‘코맥스 스타트업 타운’ ‘247 스타트업 돔’이 있다. 코맥스 스타트업 타운은 2018년 문을 연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서울캠퍼스 한양종합기술연구원 앞 광장에 위치한 코맥스 스타트업 타운은 2층의 컨테이너로, 재학생들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대학발 기술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동문 기업인 코맥스와 업무협약을 통해 조성된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247 스타트업 돔’은 학생 창업 기업의 발굴과 지원을 위해 지난 2018년 문을 연 국내 최초 창업 전용 기숙사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지원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매년 30여 명씩 창업장학생을 선발해 1년간 무료로 침실, 전용 창업 활동 공간, 프로젝트룸 등을 제공하며 학생 창업자를 지원한다. 성과가 좋을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이 같은 노력 덕에 한양대는 두드러지는 학생 창업자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보면 매스프레소, 레티널, 닥터나우 등이 있다. 매스프레소(이종흔 대표, 융합전자공학부 11학번)는 인공지능(AI) 기반 수학 풀이 검색 서비스 ‘콴다’를 개발해 약 1200억 원의 투자 성과를 이뤄냈다. 레티널(김재혁 대표, 산업공학과 13학번)은 광학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경 렌즈를 개발해 약 171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해외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닥터나우(장지호 대표, 의학과 16학번)는 비대면 디지털 혁신기술 기반 원격진료 플랫폼을 개발,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창업 기업으로 해당 서비스는 누적 이용자 수 600만 명, 누적 다운로드 수 300만 건의 성과를 창출한 바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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