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 파격 세일" "외제차 증정"…'미분양 떨이' 건설사의 속사정

이소은 기자, 유엄식 기자 2022. 12.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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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커지는 미분양 공포(上)

[편집자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둔촌주공 분양 성적표는 초라했다. '10만 청약통장' 전망까지 나왔지만 1순위 마감도 실패했다. 분양 대박 기대는 미계약 우려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둔촌주공도 이 정도면 앞으로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공포와 대책을 짚어본다.

"2.5억 깎아줄게요" 아파트 재고떨이…위약금 주고 분양 취소도
-분양취소·할인분양·취득세 지원까지..그래도 "계약취소해 달라"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고강도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약시장 흥행불패 지역이던 서울에서도 미계약,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2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2022.7.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국 미분양이 5만가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수억원 깎으며 수요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가격 하락을 우려한 수분양자들은 되려 '계약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장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위약금을 물고 사업을 취소하는 현장도 나오고 있다.

계약금 2배 물어줘도 분양 미루는 게 나아

1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과 지방 분양 현장에서 입주자 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을 미루려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서희 스타힐스 더도화'와 전남 광양 '더샵 광양 라크포엠'이다. 이들 단지는 청약이 미달된 데 이어 당첨자들조차 계약을 하지 않아 대거 미분양이 발생하자 입주자모집공고 취소를 검토 중이다.

계약자들이 납부한 계약금에 위약금을 얹어 2배로 '배액배상'을 해줘야 함에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인천과 광양의 미분양은 각각 1666가구, 1244가구에 달한다.

비단 이 지역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국 미분양은 10월 기준 4만7217가구로 1년 전(1만4075가구)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서울은 같은 기간 44가구에서 855가구로 20배 가까이 폭증했다. 미신고 물량까지 합치면 전국 미분양은 이미 6만가구에 근접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분양업계는 통상 미분양이 5만~6만가구를 넘어서면 침체기가 본격화 된 것으로 본다.


눈물의 재고떨이…수분양자와 분쟁도

지금이라도 사업을 취소할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이미 분양 중인 단지들은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출혈 마케팅 중이다. 이미 계약금 분납제, 발코니 무료 확장, 중도금 무이자 등은 흔해졌다. 청약을 신청하기만 해도 백화점 상품권을 주거나 추첨을 통해 외제차, 가전제품 등을 제공하는 파격 혜택이 넘쳐난다.

눈물을 머금고 할인분양에 들어간 현장도 많다. 할인분양은 분양업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다.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현재 첫 공급 당시 분양가 8억원대보다 최대 2억5000만원 싸게 분양 중이다. 서울이라고 다르지 않다.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일부 타입을 최대 15% 할인해 최초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분양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관리비를 대납해주고 2주택 이상인 경우 취득세를 일부 지원해주겠다는 조건까지 걸었다.

상황이 이러니 호황기에 분양 받은 수분양자들은 억울하다. 작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 받은 수분양자 수십명은 시행사와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20% 이하, 중도금 대출 무이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근 아파트가격이 분양 당시와 비교해 30% 하락한 만큼 분양가도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분양한 대구 수성구 '만촌자이르네' 계약자는 최근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계약 취소 등을 요구하다 거절 당하자 의자를 던져 단지 모형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11억500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며 대거 미분양으로 남았다.

업계 "미분양 앞으로도 빠르게 늘 것"

앞으로도 미분양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데다 구축 가격이 하락하면서 분양가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10만 청약설이 돌았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조차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서울 도심·분양가상한제·대단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아파트조차 '완판'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135.8이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전망하는 지표로, 주택사업을 하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등 500곳 가량을 상대로 매달 조사한다. 100을 초과하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이란 의미인데, 지난 10월 122.7에서 11월 131.4, 이달 135.8로 세달째 증가세다.

권지혜 주산연 연구원은 "앞으로 청약 당첨 후 미계약, 수분양자들의 계약 취소 등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거래, 금융, 세제 부분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양 더 늦추면 못 버틴다"...'울며 겨자먹기'로 쏟아지는 아파트
-미분양 알면서도 분양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신축 아파트 상가에 입주된 아파트 분양 사무실 앞에 이파트 할인 분양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가 놓여 있다. /사진제공=뉴스1

"내년 1월까지 일반분양 물량 중 절반은 팔아야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일부 상환하고, 건설사에 기성 대금도 줄 수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수도권에서 신축 아파트를 분양한 한 시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단지는 최근 수분양자에 중도금 무이자 등 각종 추가 혜택을 제시했지만,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악의 경우 회사가 도산하는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PF 30%대 금리도 재연장 어려워...도산 임계점 얼마남지 않은 중소 시행사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금리인상이 본격화한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아파트 17만9606가구가 분양(일반분양 11만5029가구)했다.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6만6033가구(일반분양 3만5901가구)이며 이날까지 3만792가구가 공급됐다.

지난해에도 12월에 6만5282가구(일반분양 4만1877가구)가 공급돼 월간 최대 분양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도 작년처럼 연말에 가장 많은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 일반분양 가구 중 약 30%가 '이월 물량'으로 추정된다. 시장 상황을 보고 분양가를 조정하기 위해 조합이나 시행사 등 사업 주체가 의도적으로 분양 시점을 미룬 것이다.

그동안, 이 같은 '이월 물량'은 최대한 분양가를 높여 사업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나왔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급등했고 지방 중소 규모 단지도 1순위에 청약이 마감될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좋은 시기여서다. 부지를 담보로 하는 브릿지론과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받게 되는 PF도 금리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어서 지역과 공급 물량에 따라 최적 시점을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류는 올해 들어 급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잇따른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대응해 한국은행도 단기에 대폭 기준금리를 높이자 자금조달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10% 이내였던 PF 금리는 20~30%대로 급등했고 이마저도 연장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업계에선 PF 대출을 이미 실행한 사업장이나 시행사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사업장을 위주로 분양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은 공급물량의 50~60%는 조합원이 확보했고 입지가 우수해 다소 부담이 덜하지만, 사업성이 낮아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사업장은 미계약이 장기화하면 기성금을 주지 못해 공사가 멈출 수 있다"며 "최근 PF 이자가 30%대에 육박해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는 분양 실적에 따라 연쇄 부도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A 중소 시행사 대표는 "어렵게 부지를 확보해 10%대 금리로 브릿지론을 받아 한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기존에 PF를 실행한 사업장 중 미분양 물량이 많고 오랜 기간 수분양자를 찾지 못하는 곳이 문제"라며 "일부 사업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 후 분양도 검토 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견본주택 운영 마지막 날인 4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단지 모형도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초기 계약률 낮아도 입주 때까지 다 팔자"...분양과 착공 계속 미루면 매출에도 영향

자금 사정이 양호한 건설사들도 분양을 무작정 미루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 공정이 진행돼야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분양과 착공을 미루면 그만큼 고정비용은 나가는데 매출은 증가하지 않아 회사 전체의 성장성이 둔화되는 문제가 있다.

분양업계에선 어차피 내년에도 분양 시장 전망이 어두운 만큼 지금 분양하나 내년으로 미루나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B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완판을 기대하고 분양을 시작한게 아니다"며 "분양 후 입주까지 2년 정도 시간이 있는 만큼 그 사이에만 다 팔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도 초기 분양률을 예전보다 낮게 보는 추세다. 최근 시장 분위기상 1순위 해당 지역에선 물량 소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단지들은 기타지역으로 수요층을 넓히려는 전략을 세웠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별다른 홍보 없이 1순위 완판된 인기 지역 단지도 최근 시장 분위기가 달라져 초기 계약률 60%만 달성해도 성공적으로 본다"며 "청약 경쟁률이 낮아도 미계약분이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률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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