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일본식 부동산 버블 붕괴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인가?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2022. 12. 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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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0-20년의 차이를 두고 일본의 경제성장과 비슷한 길을 따라 왔다.

그런데 일본이 1990년대 부동산과 주식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버블 붕괴 후 30여 년 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마저도 일본을 따라 가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는 1997년 IMF를 극복하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구조적 문제를 상당히 해결한 경험이 있고 또 학습을 통한 교훈이 있어서 일본식 부동산 정책 실패는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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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10-20년의 차이를 두고 일본의 경제성장과 비슷한 길을 따라 왔다. 그런데 일본이 1990년대 부동산과 주식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버블 붕괴 후 30여 년 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마저도 일본을 따라 가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 일본이 1990년대 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산업구조나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만,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불황의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역시 부동산을 대표로 하는 버블의 붕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 역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경우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폭등과 폭락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유인이 강했던 것이다.

일본의 버블 팽창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 이론을 들먹일 필요는 없다. 바보가 아닌 이상 금리가 낮은데 누가 은행에 돈을 넣어두겠으며 현금을 갖고 있겠는가? 은행에 저금하기는커녕 저금리를 이용해 돈을 빌려서라도 실물투자에 나서려고 할 것이다. 당시 일본이 그랬다. 낮은 금리를 이용해 전 국민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근로소득보다는 부동산과 주식으로 벌어들이는 자본소득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그야말로 '1억 총 부동산업자'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돈을 벌게 되면 으레 과소비를 하기 마련이다. 부와 더불어 권위까지 과시하기 위해 명품을 두른 일본 갑부들은 전 세계 경매시장에까지 진출하여 명화와 골동품들을 싹쓸이 했다. 피카소에서 세잔느, 폴 고갱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고흐의 해바라기 한 점을 야스다화재해상보험이 한화 약 4000억 원에 구매했을 정도다. 유럽에서는 더 이상 살만한 게 없다는 불평이 일본 졸부들에게서 나왔고, 당시 미국 땅 하와이 전체 외국인 투자의 96%를 일본계가 투자하였다고 불안해 하면서 미국인들은 일본이 제2의 진주만 공습을 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 급등과 폭락의 풍경은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과 일본 모두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강력하게 펼친 시기에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버블이 형성되었고, 또 두 나라 모두 상당기간 이어진 저금리를 기반으로 부동산이 올랐다는 점도 그렇다. 그리곤 다시 금융긴축정책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투자가들이 시장에 매물을 쏟아 내면서 부동산과 주식이 폭락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대전 둔산동의 아파트 가격을 살펴보면, 2016년 2억 4000만 원 정도의 매매가가 올해 초에 6억까지 거래되더니 한국은행이 최근 3.25%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자 지금은 다시 4억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부동산 시장이 활발해 지면 중계업자들이야 수수료로 돈 벌어서 기분 좋겠지만 어떠한 생산과 고용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아파트 가격으로 삶의 희비가 엇갈리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폭락은 한국경제 성장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금융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는 1997년 IMF를 극복하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구조적 문제를 상당히 해결한 경험이 있고 또 학습을 통한 교훈이 있어서 일본식 부동산 정책 실패는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는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등락을 경험하지 않도록 한국식 버블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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