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소프트파워와 글로벌 인재전략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아태첨단기술전략연구센터장 2022. 12. 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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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아태첨단기술전략연구센터장

지난 10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팀은 페루의 수도 리마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페루의 국가과학기술혁신위원회 및 주페루 한국대사관과 공동으로 세 차례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페루의 주요 전문가 및 고위층 인사들과 한국 과학기술·혁신 성과를 공유할 수 있었다. 향후 페루의 거버넌스 개편과 기술 예측 전문조직의 설립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한국과 페루 간의 협력을 한층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페루 방문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을 조우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연구진이 머물고 있던 호텔 앞에 10대부터 20대 초반 정도의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연구진들은 취업 면접이나 관련 행사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고,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음 날 더 많은 젊은이가 모여들었고,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연구진들은 호텔에 문의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젊은이들에게 직접 물어봤고, 그 대답은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이들이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한국의 래퍼(Rapper) 크루인 DPR이었다. 래퍼인 DPR Live, 비주얼 디렉터 및 보컬 DPR Ian, 프로듀서·보컬 DPR Cream으로 구성된 크루다. 이들이 페루에서 공연할 예정이었고, 우연히 연구진이 머물고 있던 호텔에 숙박했던 것이다. 연구진 누구도 이들을 알지 못했으나, 한국에서도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 래퍼 크루가 페루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풍경은 인기 아이돌 그룹과 싸이(Psy) 등 유명 아티스트에 대한 열광이었다.

그러나 DPR 크루에 대한 페루 젊은이들의 관심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해 준다.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더 많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글로벌 사회에서 관심을 받고 있고 K-Pop의 저변이 훨씬 넓지만, 그에 상응하는 관심을 주류 언론·방송으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또 있다. 지난 10월 26일 인도 델리에서 열린 CyFy2022 컨퍼런스에 참석하면서 인도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인도는 이미 미국과 중국 다음의 리더로 자리 잡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과연 인도에게 한국은 어떤 국가일까? 아마도 지금의 인도 지도층에게 한국은 가깝거나 익숙한 국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고, 한국과의 교류도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본다면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과 인도가 진정한 우방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우연히 찾아왔다. 컨퍼런스 마지막 날,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우연히 조우한 인도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미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국제지역학을 공부한다는 인도의 청년들은 한반도 통일 가능성과 통일에 대한 한국 젊은이들의 생각, 한국이 어떻게 급속한 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는지 등을 알고 싶어 했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인도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는 것과 이른바 치맥(치킨·맥주), 현대적인 한국 식당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국제협력은 지난한 작업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30년 후를 내다보고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우방을 얻을 수 있다. 선진국과 비선진국의 차이는 국가전략으로써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지금부터 30년 동안 미국, 인도, 영국, 호주, 캐나다 및 주요 협력국의 과학기술 인재 1000명을 매년 초청해 한국에서 교육과 연수를 시킬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다양한 K-Pop을 접하고 한국의 문화와 감성을 공유할 수 있다면? 진정한 우방을 만들고 싶다면 경험과 감성 그리고 감정을 공유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을 중심으로 매년 1000명의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고, 한국의 인재 1000명을 글로벌로 보내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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