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묵힌 노란봉투 국회는 언제 뜯어볼까

주하은 기자 2022. 12. 13.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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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의 국회 논의 첫 단계가 마련됐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저지선’을 펴고 대통령 거부권 카드를 꺼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처리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의당 의원들이 11월30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제정을 위한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IN 이명익

노란봉투법에 또다시 ‘국회의 시간’이 돌아왔다. 11월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 소속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일부개정안’을 법안소위에 상정했다. 법안 개정을 위한 첫 번째 단계를 시작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제19대, 제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인해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이나 가압류를 당하지 않게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2년 8월 사이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은 총 151건으로 청구액이 2752억여 원에 달했다. 가압류는 총 30건, 246억여 원이 신청됐다.

‘노란봉투’ 이야기는 쌍용자동차 노조에 내려진 손해배상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12월, ‘쌍용차 노조는 회사와 경찰에 약 47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배춘환씨가 〈시사IN〉에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47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편지와 함께 4만7000원을 보내왔다. 〈시사IN〉은 2014년 신년호를 통해 배춘환씨의 이야기를 알렸고, 이는 ‘노란봉투 프로젝트-우리가 만드는 기적 4만7000원’으로 이어졌다. ‘노란봉투’라는 이름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전달된 해고 통지서가 노란색 봉투에 담겨 있었고, 과거 월급을 노란 봉투에 담아주던 것에서 착안됐다.

총 4만7547명이 참여한 노란봉투 프로젝트는 노조법 개정 논의로까지 확장됐다. 법 개정을 통해 ‘노조법이 규정한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에 한정된 손해배상 면책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었다. 예컨대 정리해고에 반발해 일어난 쌍용차 노조의 파업은 노조법이 규정한 ‘쟁의행위’에 포함되지 못했다.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이 노조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쟁의행위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기 만료 폐기’ 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노란봉투법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계기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었다. 지난 8월,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노동조합 집행부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청 노동자의 임금으로는 배상이 불가능한 수준의 금액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 ‘노란봉투법 입법’을 통해 과도한 손해배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지난 9월 정의당은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당론으로 채택했고, 더불어민주당은 ‘7대 입법 과제’에 노란봉투법을 포함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황건적법’ ‘노란(勞亂)봉투법’ ‘불법파업 조장법’ 등으로 이름을 바꿔 부르며 노란봉투법이 재산권을 침해하고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다고 비판했다. 만약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11월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 임이자 의원이 노란봉투법 상정을 반대하며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국민의힘은 논의 거부, 민주당은 뒷짐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 법안소위에 상정해 논의하는 것 자체에도 반대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의원은 민주당의 법안소위 상정 요청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11월30일 법안소위 8석 중 5석으로 과반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법안 상정을 진행하자 임이자 의원은 즉각 법안소위 회의장에서 퇴장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법행위에 면책특권을 주고 헌법과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법안 심사에 참여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21대 국회는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 노란봉투법에 찬성하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국회 의석 300석 중 175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망은 어두운 상태다. 법안 개정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심사에서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1월30일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임이자 의원은 기자들에게 “합의가 안 된 법안이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걸러지지 않겠나. 그것을 알면서도 저렇게 (국민의힘 동의 없이 법안 소위에 상정) 하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의 심사 단계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빠르게 강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1월22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무리해서 강행 처리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11월30일 김영진 법안소위 위원장(민주당) 역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취합해서 노사 간 평화, 산업평화법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한 좋은 길을 찾아가겠다”라고 말하며 법안 처리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암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민주당에 노란봉투법을 빠르게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64개 노동·법률·시민·종교 단체가 모인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운동본부)’는 11월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 공개 발언에서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연내에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론 채택과 연내 처리를 약속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인다. 단체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운동본부는 노조법 제2조와 제3조가 모두 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법 제2조는 ‘사용자’ ‘근로자’ 등 용어의 정의를, 노조법 제3조는 손해배상청구 제한 요건을 규정한다. 예를 들어 시민단체들은 원청을 ‘사용자’에 포함하자고 주장한다. 운동본부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손잡고’ 활동가 윤지선씨는 “노조법 2조를 개정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불명확한 상태로 남게 된다. 노조법 3조만 바꾼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에는, 문제가 됐던 대우조선해양 등 하청 노동자에게 면책권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노조법 2조를 제외하고 3조만 개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은 “노조법 2조 개정은 원론적인 정의를 명확히 하는 데 중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노동조합 활동에 실효성 있는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오히려 단체교섭의 효력을 산업별까지 포괄하도록 개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주하은 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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