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낡은 노조가 新산업 발목 잡는 나라의 미래
기아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전기차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지만 노조 반대에 막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기아는 경기도 화성에 2024년까지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어 일단 연간 10만대를 생산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최대 15만대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기아 노조는 일감을 늘려야 한다며 처음부터 20만대 생산 규모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기아 노사 단체협약은 신공장 착공 때 노조 동의를 필수로 정해놓고 있다. 그동안 기아 노사가 신공장과 관련해 14차례나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생산 규모를 처음부터 늘리면 시간·비용이 늘어나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노조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같은 그룹사인 현대차가 6조3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짓기로 한 전기차 공장은 부지 확정부터 착공까지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내 상황과 정반대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을 만들 정도로 전기차 시장의 선점을 놓고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도 한국 노조는 세상 물정에 귀 막고 막무가내다.
기아 노조는 광명 2공장의 전기차 라인 전환에도 딴지를 걸고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수출용 차량의 일부 생산 물량을 협력사에 외주 주겠다고 하니 노조는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아예 협력사를 인수하라고 요구한다. 대세로 자리 잡은 온라인 차량 판매조차 노조 반대에 부딪혀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 판단까지 좌지우지하면서 기업의 앞길을 막고 있다. 기업의 신속한 투자 결정이 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게 뻔한데도 노조의 자해적 행태는 끝이 없다.
은행들이 가입한 금융노조도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만 고집하는 바람에 능력·성과에 따른 차등 대우가 필요한 IT 인재 채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은행들이 호봉제를 우회해 전문 계약직으로 IT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이 있지만 3년 계약이 지나 재고용하려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해 지장을 받고 있다. 디지털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인력을 전환 배치하려고 해도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하니 노조가 은행의 변화를 가로막는 셈이다. 낡은 사고방식에 젖은 노조가 새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나라의 미래가 무엇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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