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나무에 대한 오해

구현모 2022. 12. 12. 23:3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투발루를 지켜주세요.'

기사에 이런 사례를 소개하자 "탄소중립을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내용이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무분별한 벌채로 지구가 멍들어간다는 것을 모르나", "목조건물은 불이 나면 다 죽는 것 아니냐"는 등 부정적 반응도 많았다.

나무에 대한 오해를 한 꺼풀만 벗겨보는 것은 어떨까.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투발루를 지켜주세요.’

열정이 넘치던 광고학도 시절, 공익광고 공모전에 기후변화를 주제로 작품을 출품한 적이 있다. 갈색 두루마리 휴지 한쪽 면에 바다가 그려진 골판지를 붙여, 휴지를 많이 쓰면 쓸수록 땅(휴지)이 줄어든다는 기후변화 위기의 메시지를 담았다. 그때만 해도 아마존 산림 파괴 사진을 보며 나무를 많이 베고 많이 쓰는 것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무를 베지 않고 산림을 ‘보호’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구현모 이슈부 기자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를 때의 오해였다. 최근 세계일보가 보도한 산림 순환과 목재 활용에 대한 시리즈 기사인 ‘탄소 중립시대 나무를 다시 생각하다’를 준비하면서 환경을 위해서는 나무를 심는 것만큼이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무는 순환이 가능한 친환경 자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비닐 등은 제조 과정에서 탄소가 다량 발생하고, 버려져도 썩지 않는다. 나무는 이와 달리 베어져 목재품으로 사용되는 동안에도 탄소를 저장한다. 쓰임이 다한 뒤엔 바이오매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고 쉽게 썩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나무를 벤 자리엔 또 나무를 심어 키우고 다시 쓸 수 있다.

나무는 너무 많이 베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고갈될 석유, 광물 등 자원과 달리 순환되는 자원이다. 세계 각국이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나무를 많이 심고 또 많이 쓰기로 합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적절히 베고, 심고, 가꾸고, 이용해 산림을 지속 순환시키는 게 자연과 인간 모두를 위한 길이건만, 한국의 산림은 순환되지 못하고 활력이 떨어져가는 상황이다.

목재를 대량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는 건축이다. 목조 건축 시 탄소 배출량은 철근콘크리트의 절반 수준이며 목재를 약 36㎥ 사용한 주택에는 총 9t의 탄소가 저장된다. 목조 건물은 화재에 취약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구조재에 불이 붙어도 표면에 탄화층이 생기고 안쪽은 온도가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조금 두꺼운 자재를 사용한다면 화재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내화 조건을 충족시켜 짓기 때문에 화재에 견디는 수준은 철근콘크리트 건물과 비슷하다.

일본은 이미 목재 이용률을 높여 산림 연령을 낮추기 위해 공공건축물을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 의무적으로 자국 목재를 사용하도록 했다. 캐나다에서는 목조로 지은 18층짜리 기숙사 건물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기사에 이런 사례를 소개하자 “탄소중립을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내용이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무분별한 벌채로 지구가 멍들어간다는 것을 모르나”, “목조건물은 불이 나면 다 죽는 것 아니냐”는 등 부정적 반응도 많았다.

사람들이 이처럼 목재 이용을 ‘나쁜 일’로 보는 이유는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푸른 강산’의 중요성을 주입받았던 영향이 크다.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벌채’라고 하면 1960년대 ‘민둥산’과 ‘환경 파괴’를 먼저 떠올린다.

국토의 63%가 산림인데도 목재 사용량의 8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런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숲은 보호해야 할 자연이면서도 친환경적이고 활용 가능성이 높은 자원이다. 방치하는 대신 건강하게 순환시킬 필요가 있다. 나무에 대한 오해를 한 꺼풀만 벗겨보는 것은 어떨까.

구현모 이슈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