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설산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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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기인 8월에 히말라야를 넘어간 적이 있습니다.
폭풍우였습니다.
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흰 눈이 펄펄 날리는 칼날 같은 겨울이 오면 히말라야 설산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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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맞닿아 납작하게 될 것 같은
히말라야 눈발이 그립다
칼날 같은 얼음 위를 걸어서 넘던
폭풍, 폭풍 속으로 난 길
목숨처럼 질기고 먼 빙하의 뒷길
빙하의 뒷길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 같은 초원이 있다
유목의 핏줄을 먹여 살리는 눈물겨운 초록 벌판
정처 없는 것들이
해마다 목숨 걸고 넘어가는 고갯길
초원 위 짧은 여름의 끝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바라보는 눈빛은
또 얼마나 간절한가
목숨 걸고 넘어가는 고갯길, 나무에서 떨어진 거머리는 우리 몸속을 파고들고,
원숭이는 갑자기 달려들어 우리 손에 들려 있던 과일과 과자를 낚아채 가기도 했습니다.
천 길 낭떠러지 아래 폭풍처럼 휘도는 계곡물을 따라 겨우 로지에 도착한 우리를 기다린 건
폭풍우였습니다. 다음 날 새벽, 우장을 단단히 하고 폭풍우를 뚫고 푼힐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무섭게 내리던 폭우는 거짓말 같이 그치고 여명이 트면서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히운출리 봉우리 등이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비바람도, 네팔 국화인 랄리구라스도, 자잘한 풀도, 우리들도, 말을 잃은 채
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침묵은 잠시, 우리는 국적 불문하고 서로를 껴안고 환호성을 지르면서 유목의 핏줄을
먹여 살리는 저 아래 초록 벌판처럼 함께 뒹굴었습니다.
흰 눈이 펄펄 날리는 칼날 같은 겨울이 오면 히말라야 설산이 그립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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