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치료견이 꼬리 흔들자 우크라 아이들의 얼굴이 빛났다

김미향 2022. 12. 12. 22: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의 한 재활센터에 모인 열여섯명의 아이들에게 심리치료사 옥사나 슬리포라가 묻자, 교실의 모든 아이들이 환호했다.

12일 <에이피> (AP) 통신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도시 보야카의 한 재활센터에 심리치료견 '바이스'가 투입돼 전쟁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난기 많은 8살 회색 빛깔 강아지인 바이스는 미국에서 온 불테리어 견종으로, 전쟁으로 지친 아이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 우크라 침공]

지난 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도시 보야카의 한 심리치료센터에서 심리치료견 ‘바이스’와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AP 연합뉴스

“누가 강아지와 놀래?”, “저요, 저!”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의 한 재활센터에 모인 열여섯명의 아이들에게 심리치료사 옥사나 슬리포라가 묻자, 교실의 모든 아이들이 환호했다. 마침내 문이 열리자 심리치료견 ‘바이스’가 꼬리를 흔들며 입장했다. 아이들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12일 <에이피>(AP) 통신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도시 보야카의 한 재활센터에 심리치료견 ‘바이스’가 투입돼 전쟁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난기 많은 8살 회색 빛깔 강아지인 바이스는 미국에서 온 불테리어 견종으로, 전쟁으로 지친 아이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심리치료에 말이 동원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또다른 네 발 달린 동물인 강아지가 심리치료를 돕는 ‘친구’로 활약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아이들이 다가와 바이스에게 한두 가지 묘기를 부탁하자, 바이스는 뒷다리로 일어서고 때때로 앞발을 길게 뻗어보이거나, 몸을 바닥에 굴리기도 했다. 아이들이 다가와 모두 함께 포옹을 하자, 바이스는 짖지도 않고 모두가 자신을 만지도록 내버려뒀다. 함께 포옹하는 순간, 마치 교실은 전쟁 걱정이 없는 것처럼 평안했다.

지난 7일 센터에 모인 2살 소년부터 18살 소녀까지 총 열여섯명은 단지 수업을 즐기는 평범한 학생들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다. 몇몇은 러시아 군인들이 어떻게 자신의 집에 쳐들어와 가족과 친척들을 구타했는지 목격했다. 아버지나 형이 전선에 나가거나 전사한 경우도 있다. 하르키우 쿠피얀스크에서 온 한 남매는 러시아 군인들이 기관총을 들고 집으로 들이닥쳐 할아버지를 붙잡고 머리에 가방을 씌워 구타하는 것을 목격했다.

9살 난 아들 막심과 함께 이곳에 온 어머니 레샤 쿠체렌코는 전투가 활발한 도네츠크 바흐무트 마을에 19살 아들을 공수부대원으로 보낸 뒤 잠을 이루지 못한다. 때때로 아들을 생각하면 울음이 터지고 아들에게 일어날 일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9살 둘째 막심이 바이스와 함께 노는 장면을 보면 한 동안 불안을 잊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도시 보야카의 한 심리치료센터에서 심리치료견 ‘바이스’와 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들. AP 연합뉴스

슬리포라가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강아지와 함께 일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동물이 심리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에이피>에 “네 발 달린 동물 재활사와 함께 일하는 것이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스트레스 저항력을 증가시키며,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문헌을 많이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전쟁 스트레스를 못 느끼는 것 같지만, 전혀 아니라고 했다. 창문을 닫는 큰 소리에도 몇몇 아이들은 바닥에 몸을 낮추고 근처에 지하대피소가 있는지 묻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트라우마를 치료해온 이 센터의 직원들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쟁의 상흔을 입은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심리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으로 이 지역에 정전이 흔한 일이 됐지만, 센터는 조명과 난방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라고 통신은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