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홀린 우리 소리…'트로이의 여인들'

황대훈 기자 2022. 12. 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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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이혜정 앵커

우리 소리로 서양 고전을 재해석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이 세계 무대에 올랐습니다. 


창극은 소리꾼 한 사람이 완창을 하는 '판소리'와는 달리, 여러 사람이 함께 무대를 만드는 우리 소리극인데요.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겠습니다.


[VCR]


그리스 희곡과 판소리의 만남

2016년 초연 '트로이의 여인들'


전쟁의 비극 고발한 원작

우리 소리로 새롭게 전하다


지아비 프리아모스도 

금쪽같은 아들들도


목 베이고 창칼에 찔려

황천길로 떠나가고…


딸들은 노예되어

울며불며 끌려갔네


싱가포르·영국·네덜란드·오스트리아

뉴욕 브루클린음악원 초청 공연까지 


전석 매진·기립박수 받은

우리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우리는 누구도, 아무도

제 발로 걸어 트로이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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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앵커

세계 무대에 오른 우리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주연을 맡았습니다.


국립창극단 김금미 단원과 함께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금미 단원 / 국립창극단 (왕비 '헤큐바' 역)

반갑습니다.


이혜정 앵커

이번에 미국을 다녀온 작품 '트로이의 여인들' 내용을 보니 그리스 비극입니다. 


그런데 창극이라고 하니까 우리나라가 배경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배경의 이야기예요.



김금미 단원 / 국립창극단 (왕비 '헤큐바' 역)

그렇죠. '트로이의 여인들'은 트로이와 그리스의 10년 전쟁으로 비극을 맞이한 패전국 여인들의 한(恨) 서린 이야기를 우리의 말과 소리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저는 작품에서 왕비 헤큐바 역을 맡았고요, 내용은 전쟁 중에 모든 백성을 다 잃고, 남편과 아들도 잃고 딸과 며느리들마저 첩과 노예로 보내야 하는 운명에 놓인 인물을 표현하였습니다. 


삶의 희로애락이 배어 있는 우리 소리와 '트로이'의 이야기가 만나서 피 끓고 몸서리치도록 아픈 감정을 표현하는데 우리 전통음악의 꽃인 판소리의 절절한 한(恨)이 잘 어울렸다고 생각됩니다. 


이혜정 앵커

국립창극단의 창극 작품이 뉴욕 무대에 오른 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말 소감이 남다르셨을 것 같습니다.


김금미 단원 / 국립창극단 (왕비 '헤큐바' 역)

정말 대단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번 작품은 국립극장에서 기획 단계부터 전략적인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에요.


'트로이의 여인들'이 2016년 달오름극장에서 초연되었고, 흥행에 힘을 입어 유럽 3개국과 싱가포르 초청공연까지 다녀왔습니다.


2020년에 코로나로 공연들이 취소되면서 정체기가 있었지만, 지난 11월 18일과 19일, 이틀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음악원에서 다시금 초청을 받아 무사히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3층 객석까지 3천400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주셨고, 마지막 막이 내려가는 순간까지 뜨거운 찬사를 보내주셨고, 당시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소리를 하는 판소리꾼으로서 더이상의 기쁨이 없었습니다.


이혜정 앵커

K팝을 비롯해 한국 음악이 세계에 그 어느 때보다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리 소리를 바탕으로 한 창극은 세계무대에서 어떤 경쟁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금미 단원 / 국립창극단 (왕비 '헤큐바' 역)

우리의 소리는 매력이라고 하면, 소리의 힘입니다.


최대한의 목을 활용하여 장시간 동안 소리를 해도 목이 쉬지 않는 통성의 발성법이라고 하죠.


이렇게 통성으로 소리를 하는 우리들을 보고 세계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 힘을 가진 소리가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이보다 더한 감동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쟁력이라고 하면, 무서움도 없고, 두려움도 없습니다.


이혜정 앵커

국립창극단이 창단 6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국립창극단, 그리고 김금미 선생님의 앞으로의 도전도 궁금합니다. 


김금미 단원 / 국립창극단 (왕비 '헤큐바' 역)

제가 창극단원으로서 입단한지 20여 년이 흘렀고요.


또 크고 작은 국악무대에서도 벌써 40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 국립창극단에 입단했을 때의 각오는 무대의 욕심, 창극단원으로서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싶었고요.


또 창극 무대를 사랑해 주시는 관객분들께 귀감이 되고자, 판소리꾼으로서는 완창 무대를 우선으로 치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심청가, 수궁가 등 완창 무대를 꾸준히 가졌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2023년에는 적벽가로서 완창 무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창극무대를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들께 도태되지 않는 자세로 꾸준히 노력할 생각이고요.


앞으로도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현대적 요소가 가미된 연극적인 부분을 가미해서 앞으로도 김금미라는 세 글자로 무대에 당당히 오르고 싶습니다.


이혜정 앵커

미국 초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 창극이고요.


이러한 독창적이고 강한 에너지가 선생님과 함께 세계무대에 울리길 기원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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