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죄 없수다”…4·3으로 옥살이한 어르신의 얼굴이 말했다

노형석 2022. 12. 12. 19: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제주섬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얼굴 사진은 말없이 부르짖는다.

다큐 사진작가 이규철씨가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용산구 후암동 케이피(KP)갤러리 지하 전시실에 펼쳐놓은 개인전 '2530 나, 죄어수다'는 얼굴 자체로 역사를 되새김하는 특별한 작품 마당이다.

작가는 생존자들이 제주시민단체와 함께 국가에 70여년 만에 무죄 재심을 요구하는 작업을 본격화한 2018년부터 생존한 80~90대 수형인 16명의 주름 깊은 얼굴을 상세히 담은 정면 초상사진을 찍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규철 작가 사진전 ‘2530 나, 죄어수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동 케이피갤러리의 전시장에서 만난 이규철 작가가 제주 4·3항쟁 수형자들을 찍은 초상사진. 노형석 기자

‘나는 죄 없수다!’

제주섬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얼굴 사진은 말없이 부르짖는다. 70여년 전 난데없이 끌려가 얻어맞고 고문당하고 옥살이를 겪은 고통스러운 옛 체험이 얼굴 곳곳에 깊이 팬 고랑과 계곡을 빚어놓았다. 남녀 어르신 열여섯분의 초상사진이 도열하듯 내걸린 전시장엔 한분 한분의 낭랑한 육성이 함께 떠돌고 있다. 1948년 제주 4·3항쟁 때 선량한 양민이 당한 수난의 과정과 그 뒤 이를 어떻게 삭이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진 속 얼굴과 함께 관객들의 눈과 귀에 와닿는다.

다큐 사진작가 이규철씨가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용산구 후암동 케이피(KP)갤러리 지하 전시실에 펼쳐놓은 개인전 ‘2530 나, 죄어수다’는 얼굴 자체로 역사를 되새김하는 특별한 작품 마당이다. 제주 4·3항쟁 당시 정부 당국에 의해 ‘폭도’로 몰려 ‘피고인’의 이름을 달고 뭍의 감옥으로 끌려간 제주 양민 수형자 2530명 가운데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와 70여년 삶을 이어온 생존자들이 자신들의 초상으로 사연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동 케이피갤러리의 전시장에서 만난 이규철 작가. 제주 4·3항쟁 수형자들을 찍은 초상사진 앞에서 작업 경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작가는 생존자들이 제주시민단체와 함께 국가에 70여년 만에 무죄 재심을 요구하는 작업을 본격화한 2018년부터 생존한 80~90대 수형인 16명의 주름 깊은 얼굴을 상세히 담은 정면 초상사진을 찍었다. 작가는 중산간 등 항쟁의 피어린 흔적이 깃든 제주 산야와 바다도 찍었지만, 이번 전시에는 과감히 빼고 그분들의 얼굴, 목소리만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사진 속 어르신들은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구둣발에 짓밟히며 인천, 대전 등지의 형무소를 전전하다 전쟁 직전 겨우 풀려난 이들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때까지 남아있던 다른 수형자들은 아직도 대부분 실종 상태이며 학살된 것으로만 추정할 뿐이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케이피갤러리 전시장. 이규철 작가가 제주 4·3항쟁 수형자들을 찍은 초상사진들이 내걸렸다. 노형석 기자

여전히 제주 사람들의 삶에 생채기처럼 남아서 아픔을 주고 있는 제주 4·3사건의 현재적 실체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최근 70여년 만에 무죄 판정을 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사진가로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작가는 이 두가지 화두를 이일우 기획자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관객을 담담하게 직시하는 컬러판 대형 초상사진의 세세한 얼굴과 그들의 절절한 육성만으로 전시를 구성하는 파격을 선택했다. 작가는 “수시로 만난 어르신들이 수형의 고통을 이야기하며 과거의 역사로 돌아갔을 때의 눈빛을 찍었다. 그 눈빛과 관객의 눈이 만나 교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4일까지 어르신들의 눈과 대면할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