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의 ‘무제한 에너지’ 핵융합 발전 성큼...美연구진, 에너지 ‘순생산’ 첫 성공

이종현 기자 2022. 12. 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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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실험 성공
美 정부 13일 공식 발표 예정… 바이든 대통령이 나설 수도
상용화되면 오염물질 걱정 없이 무제한 에너지 생산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핵융합 연구를 하고 있는 국립 점화 시설(NIF)의 실험 시설. /뉴스1

영화 ‘아이언맨’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가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처음으로 에너지를 ‘순(純)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언맨의 가슴 한복판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하던 장치가 바로 핵융합 발전기다.

11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매체들은 미국 정부가 오는 13일 핵융합 기술과 관련한 중요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매체는 이번 발표가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처음으로 에너지를 순생산하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를 순생산했다는 건 에너지를 만드는 데 소모한 에너지보다 얻은 에너지가 많다는 의미다.

FT는 구체적으로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핵융합 연구 시설인 국립점화 시설이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2.1메가줄(MJ)의 에너지를 투입해 2.5MJ의 열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약 20%의 에너지 마진을 남긴 셈이다.

방우석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이제까지는 실험실에서 핵융합을 할 때 들어간 에너지와 나온 에너지를 비교하면 들어간 에너지가 더 많았다”며 “이번 실험은 레이저 핵융합을 통해 아웃풋(나오는) 에너지가 인풋(들어가는) 에너지를 뛰어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와 LLNL은 발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거절했다. 하지만 13일로 예정된 발표 현장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만큼 이번 실험 결과가 큰 의미를 가진 것이라는 뜻이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를 구현한 핵융합 발전은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에 활용되는 핵분열과는 정반대로 작동한다. 핵분열은 핵이 분열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반면, 핵융합은 수소가 헬륨으로 합쳐질 때 생기는 에너지를 쓴다. 핵융합 발전을 흔히 인공 태양으로 부르는데 태양이 빛과 열은 내는 이유가 수소의 핵융합 반응 덕분이기 때문이다.

핵융합 발전이 꿈의 에너지인 이유는 지구상에 무한에 가깝게 존재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하는데다 발전 과정에서 핵분열과 달리 아무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욕조 한 개 분량의 바닷물로 핵융합 발전을 하면 평범한 가정집이 80년 동안 쓰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 온실가스나 오염물질에 대한 걱정없이 무제한으로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인 셈이다.

한국형 핵융합 연구장치. /조선DB

전 세계 각국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신재생에너지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많지만,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면 단숨에 탄소 중립도 가시권에 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연구의 어려움이다. 태양에서는 중력이 높기 때문에 섭씨 1000만도에서도 핵융합이 일어나지만 지구는 중력이 낮기 때문에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온도가 섭씨 1억도에 달해야 한다. 섭씨 1억도의 온도를 담아낼 수 있는 물질이 지구상에 없기 때문에 핵융합 반응을 위해서는 초고온, 초고압의 플라즈마를 특정 공간에 가둬놓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때 토카막 방식과 레이저 방식 두 가지가 있는데 이번에 핵융합 반응 실험에 성공한 LLNL의 국립점화 시설은 레이저 빔을 쏘는 방식을 이용한다. LLNL의 국립점화 시설은 192개의 레이저를 이용하는데 미국 핵융합 에너지 연구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 한국과 유럽 등 35개국이 참여해 개발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토카막 방식을 택했다. ITER 방식도 2035년에는 상용화 수준의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한국은 토카막을 이용한 핵융합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레이저 핵융합은 아직 기초 단계에 머문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번에 에너지 순생산에 성공한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도 정확한 에너지 효율은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드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빨라도 10년, 길면 수십 년의 시간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 교수는 “이번 실험을 통해 에너지 독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처음 입증했다”며 “향후 레이저 핵융합 기술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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