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내년 생존경쟁 직면… 정책적 육성방안 시급"

김나인 2022. 12. 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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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문가 '지속성장' 토론
글로벌 兆단위 투자에 속수무책
"稅지원·펀드 등 직접지원 필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고 시즌과 합병하는 등 숨가쁘게 달려오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대응을 위해 노력했다. 올해 '성장'이란 키워드를 내세웠다면 내년에는 '생존'이란 키워드가 필요하다."(고창남 티빙 국장)

"올해는 '고군분투'의 한해였고 내년에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할 것이다."(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기획실장)

OTT 업계 관계자를 포함한 미디어 전문가들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내 OTT 산업의 현재와 지속성장 과제' 토론회에서 "K OTT를 둘러싼 상황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OTT와 구분해 K OTT가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 국장은 "그동안 자율등급제와 같은 간접적인 지원 정책 방안이 있었다면 내년에는 세제혜택 지원, 더 큰 규모의 펀드 조성 등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OTT 시장은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K콘텐츠의 폭발적 인기로 선전했다. 미국에서 K콘텐츠의 인기도는 2019년 이후 2배 가량 증가했지만, 국내 OTT 업계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콘텐츠 수급 비용 급증으로 여전히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OTT 공룡' 넷플릭스는 저렴한 '광고 요금제'를 도입해 신규 가입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OTT 업계는 "경기 침체 속에서 악화되고 있는 국내 방송광고 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산업적으로 보면, 올해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880억 달러(약 115조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반면, K콘텐츠를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킨 한국 시장 규모는 19억 달러(약 2조4000억원) 수준에서 머문다. 그마저도 국내 OTT 시장의 독보적 1위 사업자는 글로벌 사업자인 넷플릭스다. 지난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9월 기준 월 이용자가 1051만명에 달한다. 뒤를 이어 지난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도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HBO 맥스, 파라마운트플러스는 웨이브, 티빙 등 국내 사업자와 제휴하는 방식을 택했다.

내년에는 OTT 시장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이에 맞서 국내 사업자는 티빙과 시즌 합병 등 합종연횡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OTT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콘텐츠 투자는 '쩐의 전쟁'으로 이어간다. 넷플릭스의 투자 규모는 올해 20조2000억원, 디즈니플러스는 39조1000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사업자들은 티빙, 웨이브조차 몇천억원 가량 수준에 머물러 글로벌 사업자에 비해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문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수리남'의 경우 편당 제작비가 55억원에 이를 정도로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콘텐츠 투자비용 부담이 목을 조르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OTT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한 만큼 국내 미디어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OTT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그간 전통 미디어인 방송을 중심으로만 논의돼 온 미디어의 정책적 가치를 돌아보고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사업자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OTT 산업 진흥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OTT 산업과 레거시 미디어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법안에 OTT에 대한 정의 조항이 신설돼 법적 지위가 마련됐지만, 정작 업계에 절실한 세액공제 등 OTT 특화 지원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콘텐츠 경쟁력도 높지만, 국내 OTT 사업자들이 글로벌 사업자에 비해 플랫폼 경쟁력이나 기술 기반이 열위인 상황에서 투자의 상당 부분을 콘텐츠 수급비에 할애할 수밖에 없는 고질적 구조도 문제다. 노 연구위원은 "플랫폼 서비스 고도화나 기술 인력 확충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통해 국내 OTT 사업자들이 취약한 부분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제작에 필요한 방송영상 기술, 바우처 지원이나 인력 양성 등 OTT 사업자 성장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OTT의 글로벌 진출 또한 내년 과제로 제시된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업계에서도 미국에서 활성화한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TV) 플랫폼과 같은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해외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외교적 지원 등 진흥 정책을 지속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정부 부처에서는 국내 OTT지원을 위한 법·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관계 부처와 협동을 통해 법·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동정 과기정통부 방송진흥기획과장은 "미디어법 체계도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레거시 미디어에 적용하고 있는 낡은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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