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한덕수 ‘법인세 번개 회동’···자기 할 말만 하다 끝났다

탁지영·신주영 기자 2022. 12. 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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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국회에서 예산안 협의를 위해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으로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협력하겠다는 의사는 변함이 없지만, 책임 야당으로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총리와 이 대표는 예산안 협상 최대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놓고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한 총리와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났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한 총리는 “경제위기라는 어려움에 비춰봤을 때 경제 주체 중 하나인 정부가 제대로 세수를 걷고 제대로 세출할 수 있는 예산과 세법이 확정되는 것이 총리의 과제라고 생각해서 찾아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의 대기업 법인세 감세,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감면,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 등 정부·여당의 ‘초부자 감세’ 기조를 비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소수 경제적 특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초고소득자에 대해서 ‘횡재세’라든지 세금 부담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라며 “(초부자 감세는) 세계적 추세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고, 양극화 완화나 경제 회복 측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는 법인세 감면에 대해 “여력이 있는 초대기업들이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을 감세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영업이익이 연 2억원 초과~5억원 이하 구간일 때 적용하는 세율을 20%에서 10%로 낮추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연 3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법인의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중소·중견기업 법인세 감면뿐 아니라 소득세 최저세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 월세 부담을 낮추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등 ‘국민 감세 3법’을 민주당 단독 수정안에 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예산부수법안으로 조세 관련 법안에 대해서 중소·중견기업,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감세안을 독자적으로 만들어서 한꺼번에 통과시키면 세출 예산에서 중산층과 서민 지원 효과는 못 보더라도 세입 측면에서 세 부담을 줄여드림으로써 국민 삶에 대한 지원도 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일일이 반박했다. 대기업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선 “상당히 많은 나라들이 법인세를 내림으로써 투자도 촉진하고 특히 해외로부터의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들을 많이 유치하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이 21%다. 대만과 법인세율이 7.5%(포인트) 정도 차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안에 따른 대기업 법인세 감면 규모가 연간 약 3000억원 정도 규모로 추정된다며 “이를 통해서 기업의 경제활동을 더 활성화시키고 회사를 지탱하고 있는 고용원, 노동자, 주주,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한다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했다.

3주택자 종부세 감면에 대해선 “과거에 다주택자 세제가 너무나 징벌적 세제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합리화된 세제로 바꿔야 될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주식양도소득세에 대해서도 “최근 경제 침체 예상 때문에 주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은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므로 연기하자”고 말했다.

한 총리는 민주당이 증액을 요구하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에 대해선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극성을 부릴 때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을 많이 지었다”며 “현재는 전체적인 가격이 상당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내려가는 중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많이 짓기보다는 청년, 신혼부부 등이 주택을 가질 수 있도록 희망을 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화폐 예산에 대해선 “정부로서는 지역화폐 예산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지역화폐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조에 가까운 예산을 편성하는 게 맞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준예산으로 가는 행태는 절대로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여야가 합의로 원활히 해결했듯이 이번에도 이 대표와 민주당과 정부·여당이 마지막 잘 협의해서 문제를 끝내고 민생과 국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매진해야 될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한 총리 발언을 들은 뒤 “원내대표단 협상에서 이견 있는 부분을 여기서 다시 반복하면 사실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준예산으로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은 전혀 원하지 않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회사에 없던 독자적인 수정안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비공개 회동에서도 한 총리와 이 대표는 평행선을 달렸다고 한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동을 마친 뒤 “총리께서는 ‘3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감세가 필요하다는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대표께서는 ‘그 재원으로 오히려 서민과 중소·중견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경제 활성화와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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