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 알츠하이머 임상시험 진전] 치매 극복의 길 열리나…기대감 커진 알츠하이머 신약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전문기자 2022. 12. 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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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내부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신경세포 사이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뭉쳐 덩어리를 이뤘고(갈색), 안에는 타우 단백질이 엉켜 있다(파란색).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의 신약은 베타 아밀로이드 덩어리를 없애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기능 감퇴를 억제했다. 사진 NIH

알츠하이머 신약이 처음으로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인지 기능 감퇴를 늦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규제 당국도 내년 초 허가를 내줄 가능성이 커 환자 치료에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임상시험 도중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나 아직 확실한 치료제로 보기에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과연 치매 극복의 길이 열린 것일까, 아니면 이번에도 지나가는 바람에 그칠까.

미국 예일대 의대의 크리스토퍼 반 다이크 교수 연구진은 11월 29일(이하 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레카네맙(lecanemab·성분명)’이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 3상 시험에서 투약 18개월 뒤 인지 기능 감퇴를 27% 늦췄다”고 밝혔다. 레카네맙은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항체 치료제다.

일반인(가운데)과 알츠하이머 환자(오른쪽)의 뇌 영상 차이. 컬러로 나온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사진에서 붉은색은 신경세포 활동이 활발한 곳을 의미한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신경세포 활동이 크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Flickr

마지막 임상 3상 시험서 효능 입증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 치매 환자 5500만 명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지만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과학자들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가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 오히려 신경세포에 손상을 준다. 레카네맙은 베타 아미로이드에 결합해 다른 면역세포가 제거하도록 유도한다고 회사는 밝혔다.

임상 3상 시험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절반은 레카네맙, 나머지는 가짜 약을 투여하는 방식이었다. 연구진은 투여 후 18개월 동안 임상치매척도(CDR) 종합 점수 변화를 추적했다. CDR은 환자, 보호자와 면담을 통해 기억력, 상황인식 능력. 문제해결 능력, 사회활동, 집안 생활, 위생의 6가지 세부 영역 기능을 평가한다. 18점이 가장 나쁜 상태다.

논문에 따르면 레카네맙 투여 환자는 CDR 종합 점수가 처음 3.17점에서 18개월 후 1.21점 더 높아졌다. 가짜 약 투여군은 같은 기간에 3.22점에서 1.66점 추가됐다. 신약이 환자의 인지 기능 감퇴를 27% 늦춘 것이다. 앞서 9월에 임상시험 결과가 일부 발표됐다가 이번에 전체 자료가 논문으로 공개됐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성명서에서 “신약이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병세를 유의미하게 바꿀 수 있음을 확증했다”며 미 식품의약청(FDA)에 신속 승인을 요구했다. 리처드 오클리 영국 알츠하이머협회 연구 부국장은 “게임 체인징(game changing·판도를 바꿀) 결과”라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가설의 타당성 재확인

이번 결과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라는 ‘아밀로이드 가설’을 다시 확인한 결과로 평가됐다. 30년 넘게 제약사들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하는 약을 개발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가설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가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국 미네소타대의 2006년 ‘네이처’ 논문이 조작됐다는 발표도 나와 충격을 줬다.

앞서 아밀로이드 가설에 따라 개발된 약도 있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베타 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항체 치료제인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을 개발해 지난해 6월 FDA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약을 사실상 거부했다. FDA 심사 전에 전문가위원회는 회사가 진행한 임상 두 건의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며 허가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FDA 승인 후에는 미국 건강보험 회사들이 아두헬름을 거부했다.

이번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가설에 대한 회의론을 뒤집었다. 1989년 아밀로이드 가설을 내놓은 영국의 존 하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이것이 (알츠하이머병) 종말의 시작이며, 곧 획기적인 치료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FDA는 내년 1월에 신속 승인 여부에 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타임스’는 내년 말이면 영국에서도 레카네맙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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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부종, 뇌출혈 부작용 나와 논란

문제는 부작용이다. 레카네맙 투여군과 대조군에서 뇌출혈은 각각 17.3%와 9%, 뇌부종은 12.6%와 1.7% 나타났다. 뇌출혈 사망자도 2명 나왔다. 에자이는 “부작용이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경미했고, 뇌출혈 사망 2건도 레카네맙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망자는 레카네맙과 혈전을 막는 항응고제를 함께 복용한 환자로 밝혀졌다. 하지만 레카네맙이 직접 사인이 아니더라도 알츠하이머에 걸린 고령자는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신약의 혜택을 받을 사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레카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투여해야 효과가 있어,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 알츠하이머병을 효과적으로 조기 진단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또 약이 인지 기능 감퇴를 늦췄지만, 이번에 확인된 변화가 환자나 보호자의 생활에 실제로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반더빌트대의 매슈 슈래그 교수는 트위터에 “치료 효과는 주로 투여 첫해에 나타났는데, 실제 치료제라면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커져야만 한다”며 “내 환자들에게는 아직 기다리라고 조언하겠다”고 밝혔다. 슈래그 교수는 아밀로이드 가설을 주장한 미네소타대의 ‘네이처’ 논문이 조작됐음을 밝힌 과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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