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완전체 컴백 기획' RBW 김진우 대표 "콘텐츠 위한 콘텐츠가 화두"

이재훈 기자 2022. 12.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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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마마무·원어스 등 제작자…DSP·WM엔터 인수하며 회사 규모 키워
콘텐츠 마케팅 회사 '콘텐츠 엑스' 설립도
K팝 제작 노하우 담은 '엔터테인먼트사의 25가지 업무 비밀' 출간

[서울=뉴시스] 김진우 알비더블유(RBW) 대표. 2022.12.12. (사진 = RBW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콘텐츠기업 알비더블유(이하 RBW)는 수많은 K팝 기획사 중에서도 개성을 인정 받는다.

인기 걸그룹 '마마무' 등이 속한 이 회사는 아티스트 교육 프로그램과 엔터테인먼트 인력 양성에 특화돼 있다.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것과 직결되는 일들이다. 다른 대형 K팝 기획사보다 스타가 적음에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유다.

마마무, 원어스, 퍼플키스 등의 콘텐츠 제작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RBW는 4000곡 이상의 음악 지식재산권(IP)을 보유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고 '오마이걸'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이어 '카라' 소속사 DSP미디어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등 회사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그래서 김진우(44) 대표가 최근 펴낸 '엔터테인먼트사의 25가지 업무 비밀'(민음인 펴냄)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컸다. 김 대표는 과거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해 아티스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스태프로 통한다. 책엔 신인개발부터 A&R, 기획제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팬 매니지먼트, 인사 관리 및 경영지원까지 K팝 스타가 양성되는 6가지 과정의 직무별 특성은 물론 에피소드와 실무자의 인터뷰 등도 포함됐다.

김 대표는 이미 능력을 인정 받아 2020년 명지전문대에 엔터융합비즈니스과 신설할 당시 커리큘럼을 설계했고 학과장도 맡았다. RBW가 지난 8월 '2022 뉴시스 한류엑스포'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을 받는데 큰 기여를 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우 대표 '엔터테인먼트사의 25가지 업무 비밀'. 2022.12.12. (사진 = 민음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자양동 RBW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회사거든요. 근간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책은 어떻게 내시게 된 겁니까?

"RBW를 창업한 지 13년차가 됐는데 그간 교육사업을 꾸준히 해왔어요. RBW가 타 엔터사와 다른 점이 몇 가지가 있는데 교육이 그 중 하나입니다.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서 우리 아티스트 뿐 아니라 글로벌 아티스트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해오고 있죠. 또 스태프 후배들을 양성하는 교육도 해오고 있어요. 명지전문대에 학과를 만들면서 책이 하나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아티스트 생활을 잠깐 했지만 우리는 아티스트를 권하는 사회예요. 근데 좋은 면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죠. 아티스트는 굉장히 소수가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실용음악학과·음대를 나왔거나 플레이어를 했거나 연습생 생활을 한 친구들이 제작 스태프로 함께 할 때 시너지가 날 거예요. 아티스트 생활을 잘 아니까요. 또 제작 파트뿐만 아니라 회계, 재무 등 엔터 회사도 파트별로 발전을 해야 탄탄한 회사가 됩니다. 저희는 김도훈이라는 크리에이티브가 굉장히 센 분이 계시니, 저는 김 프로듀서님 같은 창작자를 잘 돕는 경영자의 역할을 하는 거죠."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시스템 체계화를 잘 보여주고 계신 거 같아요. 큰 회사가 아닌 이상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에서 체계를 갖춘 곳은 많지 않잖아요.

[서울=뉴시스] 마마무 2022.12.09 (사진=알비더블유)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상당수의 엔터 회사는 제작만 생각해요. 엔터 회사도 회사거든요. 근간이 있어야 합니다. 일종의 베이스먼트죠. 프로듀서랑 기획자만 있어도 예쁜 집은 지을 수 있어요. 하지만 모래 위에 짓는 거죠. 그러면 오래 못 버팁니다. 비가 두 번 만 오면 바로 무너져요. 실제 그런 케이스가 많죠.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은데 앨범을 한 두 장 낸 이후 자본 조달이 안 되고, 일반 회사 형태도 아니니 투자 유치도 어려운 거죠. 이제 엔터 회사는 콘텐츠만 가지고도 직상장하는 하나의 산업이 됐어요. 그래서 여러 파트가 중요하죠. 음악 만드는 제작 뿐 아니라 기획, 마케팅, 회계, 재무, 노무 등 회사의 형태가 명확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기본 시스템이 중요한 세상이 됐어요. 앞으로 그 부분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그런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피부로 깨달은 거예요. 5000만원 가지고 회사를 만들었거든요. 김도훈 대표 프로듀서님과 5대 5를 투자해서 만들었죠. 그 때는 만들면 그냥 되는 줄 알았어요. 저희는 처음부터 우리 아티스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자본이 없으니 우선 남의 일을 도와줬죠.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등의 대행을 꾸준히 하면서 체력을 길렀습니다. 이후 '이렇게 하면 제작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노하우가 쌓였고 베이스먼트를 만드는 걸 배우는 시간이 됐죠. 운 때도 맞았어요. K팝 시장이 저희가 회사를 설립한 2010년부터 올해까지 급격하게 커졌거든요. 공부가 돼 있으니 투자(얼마 전에도 컴투스, 위지윅스튜디오, 우리넷 등 IT 기업들로부터 투자유치를 함) 유치도 했죠. 콘텐츠와 금융을 섞지 않으면 엔터 회사 운영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미리 공부를 했죠."

-경제학을 전공하신 게 아닌데 상당한 노력을 하셨을 거 같아요.

[서울=뉴시스] 카라. 2022.11.29. (사진= 알비더블유(RBW)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버지가 은행에 계셨기도 했고 저희가 대대로 금융 집안이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었고 회사 운영을 하며 공부도 많이 했죠. 그런데 이 쪽 공부는 처음에 노력한 티가 안 나요. 수비에 가까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등한시할 수 있어요. 그런데 탄탄히 다져놓은 시스템과 근간은 결국 공격이 돼요. 경영 쪽 전문 인력이 함께 있어야 프로듀서에게 힘이 실리거든요. 국내 콘텐츠 질이 높아지면서 이제 엔터 회사들의 경쟁 상대는 국내 다른 회사가 아닌 세계 회사들이 됐어요. 영국, 미국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죠. 그렇게 되면 큰 회사는 버텨요. 근데 작은 회사들은 할 수가 없어요. 엔터계엔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으로 인한 양극화 시대가 급속도로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작년부터 인수를 하거나 인수가 되면서 편을 먹잖아요. 살려고 하는 거예요. 안 그러면 버틸 수가 없거든요. 이제 작은 규모의 회사들은 색깔이 맞고 시너지가 날 곳들의 연대와 연합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체력이 안 되는 회사부터 망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RBW는 자회사 4곳인 DSP미디어·WM엔터테인먼트·콘텐츠 엑스(CONTENTS X)·RBW 재팬이 각각의 색깔을 가져가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잘 구축해나가려고 합니다."

-올해 초 DSP미디어를 인수한 뒤 카라의 7년 만의 완전체 컴백 기획은 K팝 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과거 K팝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 동시에 현 K팝 팬들에게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죠.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요.

"카라는 훌륭한 IP(지식재산권)예요. DSP미디어엔 카라 뿐만 아니라 핑클, 젝키(젝스키스), 클릭비, SS501 등을 제작했죠. 이런 IP의 생명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 마케팅이 필요해요. 그런 과정에서 최근 설립한 '콘텐츠 엑스' 같은 회사가 중요한 거죠. 콘텐츠를 띄우기 위한 콘텐츠를 만들거든요. 자동차나 화장품을 더 팔기 위해 콘텐츠를 활용하는 건 일반적인데 콘텐츠를 많이 팔기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 상황은 많지 않아요. 이를테면 오렌지를 많이 팔기 위해 오렌지 주스도 만들고 오렌지 과자도 만드는 거죠. 그러니까 콘텐츠의 브랜드를 올리고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드는 일인 겁니다. 앞으로 이런 영역이 화두가 될 겁니다. 콘텐츠를 더 보이게 할 수 있는 콘텐츠, 그걸 연구하고 있는 거죠. 이런 부분을 글로벌 콘텐츠로 만드는 회사가 콘텐츠엑스예요. 사실 지금 IP가 너무 많아요. 그런 가운데 대중은 새로운 걸 원하지만 '익숙한 새로움'을 원하죠. 그래서 기존 IP를 엑셀러레이팅해줄 수 있는 집단이 필요한 거예요. 그런데 이 부분은 엔터 회사 시스템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가 없으면 힘들죠. 저희는 지난 9년 간 매년 흑자 회사였어요. 영업이익 100%를 IP 등에 모두 투자했죠. RBW는 IP 홀더로서 좋은 콘텐츠를 계속 제작하면서 콘텐츠 마케터로서 역할도 충실히 할 겁니다. 기존 IP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부스팅 역할'을 하는 거죠. 그게 엔터 사업의 미래고 RBW는 거기에 투자하는 거예요.

-대표님은 어릴 적 어떻게 음악을 시작한 겁니까?

[서울=뉴시스] 김진우 알비더블유(RBW) 대표. 2022.12.12. (사진 = RBW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냥 평범한 청소년이었어요. 그저 록, 헤비메탈을 듣다가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를 한 정도였죠. 화이트 스네이크, 스키드 로우, 본 조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이후 대중음악이 하고 싶어 길을 가게 됐는데 그 때 깨달은 거죠. '이곳엔 천재들이 너무 많다'는 걸요. 그 천재과엔 김도훈 프로듀서님도 있어요. 예술가는 달라요. 타고 나는 거죠. 이렇게 가다가는 큰일이 나겠다 싶어서 중간에 방향을 틀었어요. 그런데 음악을 했으니까 아티스트들의 습성, 언어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소통이 훨씬 편했죠. 그래서 지금도 믿어요. 음악 전공자들이 스태프들이 되는 게 더 유리하다고요."

-k팝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 주목 받고 있는데,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K팝의 수명이 계속 늘고 있어요. 엄청난 투자를 하는 K팝은 이제 더 이상 K팝이 아니에요. 외국에서 우리나라 노래가 계속 나오잖아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이후 이만한 스타들이 또 나올 것이고요. 그렇게 두 번만 더 나오면 K팝은 이제 그냥 팝입니다. K팝을 마니아들만 듣는 시대는 지나간 거죠. 지금 상황에서 K팝의 이런 흐름이 중간에 끊길 리가 없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질이 낮아야 하는데 계속 높아지고 있거든요. 근데 위기는 있어요. 앞서 말씀 드렸던 양극화죠. 아울러 기발한 것은 스타트업에서 나오는데 양극화가 되면 이런 회사들이 꽃을 피우기 전에 대형 회사들이 다 인수할 겁니다. 저희는 그런 가운데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A&R, 신인 인큐베이팅 시스템, 후배 스태프 양성 교육 프로그램 모두 개방하고 있죠. 그런 개방성을 통해 저희 프로그램을 진화시켜 나가고 있어요. 다 보여주고 다른 분들 의견을 들으면서 처음 판매할 때보다 계속 좋아지는 거죠. 우리 약점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는 일부 기획사처럼 천재들이 모인 곳이 아니거든요. 같이 배워서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는 겁니다. 정면으로 가면 저희는 깨져요. 측면으로 가야죠."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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