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대’ 공격받는 주호영, 난국 돌파할 수 있을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두고 또다시 친윤석열계의 흔들기가 시작됐다. 지난 11일 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하자 김기현·장제원 의원이 “애초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합의해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며 주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이른바 ‘김장연대’로 불리며 전당대회 연대설이 제기되고 있는 두 의원이 한 목소리로 주 원내대표를 비판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가 강경파인 친윤계의 흔들기를 이겨내면서 야당과의 예산안 및 법안 처리 합의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야당 주도로 처리되자 여권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애초에 야당과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장 의원은 같은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정조사는) 애초 합의해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며 “우리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집단을 상대로 합리적 운운하는 달콤한 속삭임에 꾀여 ‘겉멋 패션정치’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12일에는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물론 저는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안에) 반대 표결을 했습니다만 국정조사를 왜 하냐”며 “예산 처리는 법정 기일 다 미뤄서 지금 (오는) 15일 할지 말지도 모르는 상태로 해놓고, 그것도 ‘이재명 예산’을 처리하겠다고 지금 저렇게 떠들고 있는 상태에서 결국 현금을 국정조사라고 하는 것을 가결시켜버렸다. 그래서 현금 주고 부도어음 받은 꼴이 날 것이라고 하는 우려를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에 코드를 맞추며 당권 공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과 관저에서 독대 만찬을 가지기도 했던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 의원과 보조를 맞추면서 윤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김 의원과 장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계획서가 통과될 당시 반대표를 던졌다.
윤심을 등에 업은 친윤계들의 반발이 또다시 분출하면서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다시 시험대에 선 모양새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 다수 의석(169석)을 차지한 민주당을 상대로 당장 오는 15일까지 예산안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동시에 야당에 양보하지 말고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윤계의 흔들기도 이겨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판사 출신으로 합리적인 성품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주 원내대표는 거대 야당과의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당내 평가가 많다. 5선에 세 차례나 원내대표를 지내는 등 원내 경험도 풍부하다.
당내에서는 ‘김장연대’의 주 원내대표 비판을 두고 “(약속을 어긴) 민주당 탓인 거지, 왜 주 원내대표 탓을 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 원내대표가 현재) 잘하고 있다고 본다”며 “국정조사를 한다는 전제 조건 자체가 이 장관을 국정조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고, 국정조사를 해서 문제가 있으면 그때 가서 자르든 처벌하든 하면 되는 건데 국정조사를 하지 않고 해임건의안을 한다는 건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국정조사를 받음으로써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절박한 문제가 있지 않냐”며 “예산안 때문에 고육책을 쓴 건데, 그럼 예산안 협상하지 말고 내팽겨쳐야 하냐”고 반문했다.
반면 한 친윤계 의원은 “공자님 말씀만 하지, (야당으로부터) 얻어오는 게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내 강경파의 의견이 원내대표의 협상에 도움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상할 때 그런 (강경한) 의견이 있는 것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이 책임론을 제기하는 데 대해 “책임론은 무슨 책임론인가. 자꾸 말을 만들지 말라”며 “사람마다 의견이 다 다를 수 있다. 거기(장 의원 SNS)엔 민주당 비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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