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재승인 심사위원 수사에 "文정부 비우호적 언론사 탄압 프레임"
사건 배당 2달 만에 심사위원·방통위 압수수색
"방통위원장 임기 무력화 시도" 비판 나와
학자 위축 우려도…"자기검열 엄청나"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검찰의 TV조선·채널A 재승인 심사위원 수사가 계속 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월23일 심사위원 자택과 사무실을, 이달 6일에는 6개월 치 이메일을 압수수색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압수수색을 피할 수 없었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9월19일 사건을 배당받은 지 2달 사이 벌어진 일이다.
9일 선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지역언론학회 겨울철 정기학술대회에서 검찰의 재승인 심사위원 수사에 대한 학자들의 규탄이 이어졌다. 검찰이 재승인 심사위원 수사를 통해 방통위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제자로 나선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의아한 건 (심사위원을 처음으로 조사했던) 감사원이 채점 방식에 대한 문제지적을 한 후 심사제도 개선을 요구한 게 아니라 (검찰) 압수수색이 들어갔다는 점”이라면서 “방통위 공무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 역시 의아하다. 방통위의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치적인 탄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감사원은 TV조선·채널A 재승인 심사과정을 조사한 뒤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고 제도개선 요구 등은 하지 않았다.
이만제 원광대 행정언론학부 교수는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방통위원장 임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이며, 교묘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교수는 “(수사에 대한 비판이 윤석열)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의 비판 내지는 푸념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논리적으로 왜 정부가 (심사위원을 수사)해선 안 되는지 학자답게 말하기는 어렵다. 체계적으로 '억압'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쉽진 않다”고 했다.
검찰은 심사위원들이 TV조선을 재승인에서 통과시키지 않기 위해 방통위와 공모해 점수를 수정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TV조선은 총점 1000점 만점에 653.39점을 받아 재승인 통과 기준(650점)을 넘었으나 공적책임 항목에서 104.15점(210점 만점)의 낮은 점수를 받아 조건부 재승인이 결정됐다.
2020년 JTBC·MBN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심사위원이 점수를 수정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선 교수는 “심사위원이 심사 중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며 “2020년부터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점수표 수정을 하면 흔적이 남게 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걸 '점수를 고친 정황'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통위 실무자가 심사위원에게 그런(TV조선 점수를 수정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흔적을 남길 수 있었겠는가. 특히 심사위원이 점수 바꾸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 건 전문가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고 '왜 생각을 바꿨는가'라고 질문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김미경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방통위에 심사하러 갔는데 '심사하러 오지 말았어야 했나'라는 자기검열이 엄청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동원 실장은 TV조선 조건부 재승인의 핵심은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아니라 방통위의 실행력이라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과락 점수가 나왔을 때 방통위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 여부”라면서 “방통위가 TV조선에 엄청난 조건을 부여했다면 재승인 심사를 TV조선을 얽어매기 위한 절차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TV조선에 내린 재승인 조건이 TV조선에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게 김 실장의 주장이다.
방통위는 TV조선에 공정성·객관성 등 조항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하라는 재승인 조건을 걸었지만, TV조선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조건 위반을 우회한 바 있다. 다른 재승인 조건들 역시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실장은 “검찰 수사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비우호적 언론사 탄압 사건'으로 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이라면서 “방통위를 통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바로잡으려 하는 게 문제다. 규제기구를 정치적 수단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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