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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늘어나는 고령운전자 … 면허반납이 해결책?

박홍주 기자
입력 : 
2022-12-12 17:18:18
수정 : 
2022-12-12 19: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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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이상 운전자 올 433만명
매년 30만명이상 급증 추세
면허반납은 年8만건에 그쳐
지자체 교통비 지원효과 미미
예산·지방 대중교통 확충해야
"늙었다고 운전 못하나"반발도
사진설명
"아무리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밑도 끝도 없이 운전면허를 반납하라고 하니 내키지 않아요. 어떻게 나이가 들었다고 한순간에 운전을 그만두기가 쉽겠어요."

서울 금천구에 사는 구 모씨(67)는 정부가 독려하고 있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에 대해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고령층에서도 젊은 층 못지않게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이가 많다고 눈치를 보게 하는 건 잘못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홍보하고 있지만 '어르신 운전자'들은 되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몇 년 동안 고령자의 면허 반납이 이뤄졌지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의 수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수는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433만7080명에 달했다. 전체 운전자 중 12.7%를 차지하는 수치다. 고령 운전자의 수는 2018년 307만650명(9.5%)에서 2019년 333만7165명(10.2%), 2020년 368만2632명(11.1%)으로 매년 약 30만명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401만6538명(11.8%)으로, 고령 운전자 400만명 시대를 맞이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3만1841건 발생해 전년(3만1072건)보다 늘어났다. 매년 사상자 수도 4만5000여 명을 넘나들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해왔다. 안전을 위해 면허를 반납하도록 하는 대신 대중교통 사용을 독려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제공하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10만~30만원 내외의 지역화폐와 교통카드를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은 고령 운전자 수 증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령자 운전면허는 올해 10월까지 7만3976건이 반납됐다. 면허 반납은 2019년 7만3221건, 2020년 7만6002건, 2021년 8만3997건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고령 운전자의 2% 안팎에 그친다. 매년 고령 운전자가 30만명 이상 증가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보다 실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고령자들은 교통카드 지급과 같은 지원책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불필요하기까지 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분간은 면허를 반납할 생각이 없다는 구씨는 "원래도 지하철은 65세 이상부터 무료라서 교통카드를 지원받아도 버스를 탈 때나 쓰는데, 별로 와닿지 않는다"며 "당연히 운전이 어려워지면 면허를 반납해야겠지만 국가에서도 보상을 좀 더 성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 살며 택시를 운전하는 박 모씨(70)는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차량을 대체할 대중교통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교통비 몇만 원과 면허를 바꾸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면허 반납에 대한 지자체의 보상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면허를 반납하러 경찰서에 방문한 이 모씨(78)는 시 예산이 소진돼 교통카드 발급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씨는 "기껏 반납했는데 예산이 소진됐다고 내년에 다시 오라고 하니 번거롭다"며 "예산을 넉넉히 마련해 지원하면 반납도 늘지 않겠나"라고 본인 생각을 밝혔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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