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북한군 개입설’에 “가능성 있다”는 진실화해위원장

고병찬 2022. 12. 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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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논란’ 김광동 신임 진실화해위원장
‘5·18 북한군 개입설’엔 “가능성 있다”
김 위원장 “헬기 사격 인정 여부와 평가 상관 없어”
오월단체 “김 위원장 사과하고 임명 철회”
김광동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신임 위원장. 진실화해위 제공

12일 취임식을 열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 김광동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신임 위원장이 과거 논문에서 “5·18 헬기 사격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등 부적절한 역사인식을 드러낸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김 위원장이 지난 2020년 10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현 시장경제학회) 가을 정책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국가의 파시즘적 통제’ 논문을 보면, 김 위원장은 2020년 국회에 발의된 역사왜곡금지법이 “역사를 한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권력의 폭력으로 다른 견해를 가진 자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파시즘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예시로 과거 수차례 국가 기관의 조사 등을 통해 사실로 밝혀진 ‘5·18 헬기 사격’이 허위라고 김 위원장이 주장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해당 논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누차에 걸쳐 5·18광주민주화 시기 헬리콥터로 기관총을 사격했다고 주장해왔다. 그것은 대통령이 명백한 허위사실을 공포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5개월간 조사 끝에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계엄군에 의한 헬기 사격은 존재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지난 2020년 법원은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헬기가 사격을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 김 위원장은 ‘5·18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광주사건에 북한이 개입되었다는 가능성이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역사 왜곡이거나 관련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고 적었다. 북한군 개입설 제기가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2월17일 공개한 ‘2021년 하반기 조사활동보고서’를 보면, 국정원은 2006~2015년 북한군 개입설을 자체적으로 조사해 사실무근이며 허위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에 문자메시지로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해서는 진상규명되지 않았고, 조사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헬기 사격을 인정하는지 여부로 평가의 잣대로 보거나, 비판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라 판단한다”며 “진실화해위는 5·18사건을 다루지 않기에 관련 문제를 평가하거나 추가로 언급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5·18 단체들은 김 위원장의 사과와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5·18 관련 4개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어 “대통령이 ‘진실’과 ‘화해’를 위한 국가위원회 수장에 5·18의 진실을 왜곡하는 인사를 내정(임명)한 것은 5·18 정신을 통한 국민 통합의 가능성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진정한 과거사 규명을 위해 5·18의 진실을 왜곡하는 인사에 대해 내정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편향된 역사의식에 대해서 진실화해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예단은 어렵지만, 김 위원장의 편향성은 우려가 되고, 위원장이 상정된 과거사 안건의 논의 흐름을 어떻게 끌고 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돼 이날 공식 업무를 시작한 김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성공의 대한민국 역사가 걸어온 뒤안길에 남겨진 그늘을 재조명하고, 잘못된 부정의를 바로 잡아감으로써, 화해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방향에서 진상규명을 다해야 할 소명을 다하겠다”라며 “단 하나의 억울한 피해도 진실규명 없이 남겨지지 않도록, 단 하나의 진실왜곡도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업무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12월9일까지 2년이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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