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가게 들렀다가 기차 여행까지”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실험이 통했다 [공연리뷰]

양형모 기자 2022. 12. 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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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문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천주교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로 덮인 아름다운 장소였다.

바흐의 '샤콘느'와 작곡가 서주리의 '장난감가게', 그리고 인터미션 후 스티브 라이히의 '다른 기차들'.

작곡가 서주리의 '장난감 가게'와 스티브 라이히의 '다른 기차들'은 현대음악답게 듣는 맛에 보는 재미가 더해진 무대.

조진주는 '장난감 가게'에서는 두 대의 전자바이올린을 연주했고, '다른 기차들'에서는 앞서 말한 동료들과 합주를 들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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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샤콘느’를 연주하고 있는 조진주
처음 방문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천주교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로 덮인 아름다운 장소였다. 이곳의 지하 3층에는 콘솔레이션홀이라는 멋진 공연장이 있다. 공연장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이벤트에 활용되는 다목적 공간으로 보이는데, 이날은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콘서트장이 되었다.

이날 콘서트의 타이틀은 ‘장난감 가게&다른 기차들’. 12월 9일(금)과 10일(토) 이틀간 같은 레퍼토리로 공연됐다. 어쩐지 레고를 떠올리게 하는 타이틀이지만, 무대를 보는 순간 ‘이게 장난감이지, 장난은 아니구나’ 싶었다. 조진주와 작곡가, 참여 예술가들과 스태프들이 시간과 아이디어와 땀과 비용을 눈 질끈 감고 갈아 넣은 무대.

조진주는 이 개성적인 무대에 홀로, 그리고 동료들과 올라 세 곡을 연주했다. 바흐의 ‘샤콘느’와 작곡가 서주리의 ‘장난감가게’, 그리고 인터미션 후 스티브 라이히의 ‘다른 기차들’. 조진주는 패셔니스타답게 곡의 분위기와 느낌에 따라 매번 의상을 바꿔 입고 등장했다. 스티브 라이히의 작품에서는 음악적 동료들(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과 함께 했다.

천주교 순교자들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의미있는 장소에서 듣는 바흐의 샤콘느는 눈을 깜빡이는 시간을 아껴가며 집중해 들었다. 조진주는 완전히 어둠에 침잠한 무대에서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샤콘느를 ‘온 몸과 영혼을 짜내’ 들려주었다. ‘에피타이저’에서 이미 포만감이 들었다.

5개의 작은 악장으로 구성된 ‘장난감 가게’는 한국 작곡가 서주리의 작품이다.
작곡가 서주리의 ‘장난감 가게’와 스티브 라이히의 ‘다른 기차들’은 현대음악답게 듣는 맛에 보는 재미가 더해진 무대.

스크린으로 변신한 광활한 무대 사방 벽은 오랜 기억, 적어도 두 세대 이전의 풍광을 숨 돌릴 틈 없이 빠르게 투사했다. 조진주는 ‘장난감 가게’에서는 두 대의 전자바이올린을 연주했고, ‘다른 기차들’에서는 앞서 말한 동료들과 합주를 들려 주었다.

현들은 끊어진 줄을 날리면서(이게 조명을 뒤에서 받으면 굉장히 멋집니다) 거침없이 달리는 기차를 묘사했다. 의도된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기차의 주행소리와 격렬한 드라마가 매우 흥미로웠던 연주. 조진주의 말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말 힘을 기울여 준비한 무대”다웠다.

이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조진주는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소리를 갖고 있다. 일단 광폭이다. 힘차게 활을 긋는 것만으로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소리가 전사의 장창이 되어 객석으로 거침없이 날아온다.

조진주와 동료들이 스티브 라이히의 ‘다른 기차들’을 연주하고 있다.
굉음을 울리며 지축을 흔들던 기차는 멈춰서야 할 곳에서 신음하며 속도를 급속히 줄인다. 음반으로만 접했던 이 신비한 사운드를 극적인 무대 연출과 함께 라이브로 경험하니 그저 숨이 막힐 수밖에.

모처럼 땀에 젖은 손을 허벅지에 문대며 보았던 콘서트. 조진주의 과감한 실험과 도전 덕에 신나게 레일 위를 달려볼 수 있었다. 귀가 시원해지니,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마저 상쾌하구나.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 | Siho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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