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100일 허송세월… 尹정부 역점법안 처리 `0건`

김세희 2022. 12. 1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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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 대통령 공약 위해 협조하던 관례 巨野 폭주에 사라져
MB정부보다 1건 많아… 당정, 여론전 외에 마땅한 수단 없어
전문가 "국민 볼모 이재명 방탄 올인… 결정적 증거 나왔으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정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마친 뒤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국회 100일 동안 윤석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 86건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단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 출범 후 6개월 동안 이같은 저조한 실적은 MB정부(1건) 이후 처음이다. 거대 야당이 통상 정권 초 정부에 협조하던 관례를 깨고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국회 의안 정보시스템에 올라온 21대 국회 법안 처리현황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 10일부터 현재까지 국회에 발의된 정부법안은 총 86개로, 이중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통신보호비밀법 일부개정법률안만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했다.

노태우 정부는 제출한 4건의 법률안 중 2건, 김영삼 정부는 21건 중 18건이 통과됐다. 김대중 정부는 48건을 발의해 8건이 통과됐으며, 노무현 정부는 35건 중 5건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명박 정부가 47건 중 1건으로 가장 적었다. 박근혜 정부는 70건 중 9건, 현 정부 직전인 문재인 정부도 160건 중 12건이 통과했다. 역대 정권과 비교했을 때 야당의 '발목잡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과거 정치권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 철학을 펼칠 기회를 주기 위해 정권초 야당이 대통령과 여당에 법안처리에 되도록 협조하는 입장을 취했고, 이런 전통이 관례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공약한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등 국정 철학을 펼칠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169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야당이 민생과 관련한 조세법안 통과를 가로막아 국민들의 조세부담 우려도 커지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는 종부세법 개정안은 '부자 감세'라는 명분으로 반대했으나, '3주택자 이상 중과세율 부담'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2년 유예를 두고는 여전히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세금 낭비' 비판을 받는 각종 위원회의 난립을 정리하기 위한 법안 30건도 여야 쟁점 법안에 밀려 있다.

특히 기업 투자와 직결된 법인세법의 경우 민주당이 '초부자감세', '대기업 밀어주기 법'이라는 해묵은 이념을 앞세워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 급감, 대만과의 반도체 경쟁 상황 등을 언급하며 중재안(최고세율 22%로 인하·2년 유예)까지 제시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1% 인하에 3년 유예 제안마저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정부 여당은 여론전 외에 달리해볼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쟁점을 좁히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면서도 "의견차가 너무 크고 접근할 만큼 접근해서 이젠 결단이 필요하지, 협의로서 좁혀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지획재정부 장관도 일각의 준예산 우려에 "준예산은 의원 내각제 시절 국회가 해산돼 예산 편성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비상수단으로 들어온 제도"라며 "경제도 어려운데 준예산 편성 시 우리 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져 경제위기를 초래할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의 교착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모든 국민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는데 풀어낼 사람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야당을 설득하는 것은 대통령 몫으로 대통령도 갈등만 끌고 가고, 야당은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야당은 이재명 대표 수사 때문에 모든 것을 브레이크 거는 모습인데, 민생이 걸린 상황에서 수사는 수사고 정치는 정치로 접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렇게 국민을 볼모로 잡고 마냥 버티기를 할 거면 차라리 이 대표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빨리 나오든 어느 방향이든 일단 일단락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발목잡기' 이미지가 덧씌워지면 총선에서 참패했던 전례가 있어 이를 의식했던 반면 최근에는 '허니문' 기간마저 없는 극한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어 정치나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세희·임재섭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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