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시한 또 넘기나…최대 쟁점 '법인세' 놓고 평행선
예산안 협상 시한을 사흘 앞둔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법인세 등 일부 쟁점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인세를 낮추면 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하가 '부자예산'이라며 프레임 공세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 본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관련) 접점이 만들어지기 쉽지 않고 양쪽 주장에 서로 더 양보할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정부여당안을 두고) 부자감세라고 하고 우리는 투자유치를 위해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하고 있다"며 "법인세를 낮추면 60~70% 소액 주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데 (민주당은) 그것은 외면하면서 서민감세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것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민주당이) 법인세를 가지고 초부자 감세니 뭐니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무식의 소치거나 오해의 소치"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반면 "서민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했지만 '마이동풍식' 여당 태도 때문에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며 "법률의 한계 때문에 (야당이) 서민예산을 증액하지는 못하겠지만 부당한 불법예산, 잘못된 예산은 감액하겠다"고 했다.
이외에 여야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기본공제 기준을 현행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기본공제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에도 협의를 마쳤다.
여야 간 최대 쟁점은 법인세다. 정부여당안에 대해 민주당은 중소중견기업의 과세표준을 현행 20%에서 10%로 낮추는 안은 수용하겠지만, 3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법인에 대한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줄이는 안은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중소기업 관련 제도는 이미 우리의 모든 시스템이 외국과 경쟁할만 하다"면서도 "25%의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는 (대)기업에는 더 투자하고 고용창출할 수 있도록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고세율 인하 여부는 (여당과의) 일종의 바터(교환) 안이 아니"라며 협상 여지에 선을 그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역시 여야 간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 시점을 현행 내년에서 2년 유예하는 방안에는 동의했지만,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에는 반대한다. 이와 함께 증권거래세 역시 현행 0.23%에서 0.15%로 낮추지 않으면 금투세는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예산안 처리 시한인 15일 전까지 여당과 협상이 불발될 경우 자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민주당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중견기업 법인세율 인하와 종합소득세 과표구간 확대,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을 담은 자체 수정안 내용을 공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초부자감세만을 고집하며 민생 예산 발목을 잡는다면 더는 물러설 길이 없다"며 "국민 다수의 편에서 민생 경제를 지키기 위한 민주당 수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더 이상 협상이 도저히 불가능해서 정부안과 민주당의 자체 수정안 중 하나를 두고 표결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수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향후 여당이 제3의 안을 역제안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에서 예산안 관련 제3의 안을 마련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소위 '부자감세'는 피하면서 투자 유치는 촉진할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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