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상 / 은성수 前 금융위원장] 한국 금융史 고비마다 등판 … 금융수장땐 혁신의 선두에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2. 12. 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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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mind who gets the credit!"

2022년 대한민국 금융대상 공로상은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에게 돌아갔다. 은 전 위원장은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2021년 8월 금융위원장직에서 물러나기까지, 40년 가까이 대한민국 관료로 살았다. 민간에서 일할 때에도, 야인(野人)으로 돌아가서도 나라 걱정이 먼저인 천생 공무원이다.

'누구에게 공적이 돌아가는지는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에서 따온 이 문구는 늘 그의 집무실 책상에 놓여 있었다. 그는 후배들에게 이 문구를 설명하면서 업무에 집중할 것을 독려했고,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일해왔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무상으로도 업적이 많은 분이지만, 진짜 성공 비결은 '선공후사'를 강조한 이 말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일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대한민국 금융사의 주요 장면마다 등판해 최일선에서 실무자로 뛰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기에 64조원의 공적자금 조성 계획을 세웠고, 2011~2013년 유럽 재정위기 때에는 일본·중국과 통화스왑을 확대하며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세트'를 마련했다. 세계은행 상임이사를 마친 후에는 민간금융 부문에서 일했다. 2016년부터 한국투자공사(KIC) 사장과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을 지낸 뒤 2019년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됐다.

2019년 취임 직후 일본과의 갈등이 불거지자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들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며 '소부장 위원장'을 자청하기도 했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와 금융사 배당 축소, 가상화폐 소신 발언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각종 리스크가 불거진 최근에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투자자들을 더 큰 위기에서 구했다"는 의미의 '갓성수'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장과 개별 기업을 대할 때에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이지만, 산업 전체로 봐서는 유연한 자세로 혁신의 기반을 만들어준 금융수장이었다. 특히 핀테크 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해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태동할 수 있는 길을 터줬고, 디지털금융 발전에도 날개를 달아줬다. 은 위원장 시절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서비스, 금융 샌드박스의 기반이 마련됐고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시행됐다.

그와 일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협상과 소통의 달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위원장 이임식 때 전 직장인 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이 축하인사를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호할 때는 단호하지만 늘 상대 입장에서 생각한다. 그러니까 협상도 되고 소통도 되는 것"이라며 "은 전 위원장이 나서면 어려운 문제도 술술 풀린다고들 하는데, 그 비결 중 으뜸이 공감능력 아닐까 한다"고 평가했다.

대한민국 금융대상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은 전 위원장을 추천했다. 수상 소식을 들은 은 전 위원장은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라 놀랐지만 영광이고 감사드린다. 대체로 공로상은 그 분야 원로에게 드리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아직 원로가 아닌데 이런 상을 받아도 되나 싶기도 하다"면서 "잘하라고 미리 주시는 상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한국 금융 발전에 기여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은 전 위원장이 늘 책상 앞에 두었던 문구, 후배들이 관계부처 업무 협의에서 서운함을 내비칠 때마다 암행어사의 마패처럼 내밀었다는 문구의 전문은 이렇다. "There's no limit to what a man can do if he doesn't mind who gets the credit."

[신찬옥 기자]

▷은 전 위원장은… △1961년생 △군산고·서울대 경제학과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1983년 행시 27회 △1984~1996년 재무부 사무관 △1997년 재경원 금융정책과 서기관 △2005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 △2006년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2010~2013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업무관리관 △2014년 세계은행 상임이사 △2016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2017년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2019년 9월~2021년 8월 금융위원회 위원장 △2022년 1월~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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