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슈룹' 최대 반전키 김재범

황소영 기자 2022. 12. 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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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슈룹'의 배우 김재범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배우 김재범(43)이 tvN 주말극 '슈룹' 최대 반전키로 활약했다. 그저 평범한 의관인 줄 알았는데 강찬희(의성군)의 친부였고 세자를 죽인 진범이라니 충격 그 자체였다.

김재범을 둘러싼 또 하나의 반전이 있다. 신선한 마스크라고, 다소 낯선 얼굴이라고 느꼈을 수 있겠지만 매체 연기에서나 '신인'이지 그는 200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베테랑 배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걸어왔고 매체 연기를 시작한 건 2017년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가 처음이었다. 5년 정도 매체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것인데, 스스로를 거침없이 "신인"이라 일컫는 그였다. 조용조용한 말투 속 재치가 묻어났다. 알면 알수록 궁금하고 앞으로 보여줄 김재범의 다채로운 얼굴들이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종영 소감은.

"무사하게 촬영을 마쳐 다행이란 생각이 들지만 끝났다고 하니 서운한 마음이 크다. 감독님, 스태프분들 모두 존경스러웠고 함께한 배우분들께 고마웠다. 난 신인이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데뷔한 지 18년이 넘은 베테랑 배우 아닌가.

"매체에선 많이 못했으니까 신인의 자세로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사실 (매체 연기에) 그렇게 절실하지 못했다. 공연을 계속하고 있어서 공연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 기회가 되는 것만 하고 그랬다. 근데 영화 '인질'(2021) 이후 좀 더 본격적으로 매체 연기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매체 연기에 잘 적응했나.

"주변에서 다 잘해줘서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실제 현장에 있다 보면 여기에도 카메라가 있고 저기에도 카메라가 있고 수십 분의 스태프분들이 내 앞에 있고 그런다. 모두가 바쁜 와중에 촬영에 들어가야 하고 같은 장면 찍는 걸 반복해야 한다. 이에 반해 무대는 연습 기간 두 달을 거쳐 준비한다. 무대 위에서 만큼은 아무것도 없이 다들 조용히 나만 바라보고 상대역 정도만 있으니 내 나름대로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이곳은 쉽지 않더라. 처음에 그 부분에서 당황했던 것 같다. '고래고래' 때 윤경호 배우랑 같이 했는데 그때 경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귀여운 경호!"

-'슈룹'에서 적대적인 관계로 김혜수와 호흡을 맞췄다.

"찍기 전 부담은 없었다. 물론 김혜수 선배님의 존재감이 크지만 같이 연기하는 입장이니까 어떤 배우와 호흡을 맞추든 긴장을 하는 편인 것 같다. 근데 김혜수 선배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고 배우로서 존중도 많이 해줘 행복하게 찍었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나중에 알고 보니 영화 '인질'에서 날 본 김혜수 선배님의 추천이 있었다고 하더라. 경력은 어느 정도 있는데 얼굴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찾아야 해서 제작진이 권의관 역할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하더라. 그렇게 감독님과 미팅 기회가 생기게 됐고 최종 합의가 끝난 뒤에 어떤 역할인지 얘기를 들었다. 이런 역할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니 기쁜 마음으로 시작했다."

-연기하며 권의관, 이익현이란 인물에 공감할 수 있었나.

"다시는 이런 사람이 있으면 안 되겠다 싶더라. 공감도 많이 됐지만 해결해나가는 방법엔 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다 죽이고 그럼 안 되지 않나. 안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 인물을 할 때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려고 했다. 권의관일 때 권의관으로서의 연기를 하는 이익현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평범한 의관으로 보이되 순간순간 보이는 눈빛들엔 다른 무언가를 담고자 했다. 감독님이 나의 텔레파시를 받은 것 같다. (웃음) 그런 장면 몇몇을 써 줬다."

-어떤 점에 신경 쓰며 연기했나.

"뒤로 갈수록 정체가 밝혀지면서 거의 무표정에 눈도 착하게 안 뜨고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게 하려고 애썼다. 후반부에 감정이 격해지는 장면이 많지 않나. 최대한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사람이 눈물을 흘릴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 '슈룹'의 배우 김재범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주변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근데 그 얼굴이 내 얼굴인지 잘 모르더라. 초반에 존재감이 없게 나오긴 했지만 뒤로 가도 '너인지 몰랐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염도 붙이고 사극이고 하다 보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많았다. 그런 반응들이 재밌었다. 처음엔 의관으로 나오나 보다 하다가 나중엔 계속 정체가 뭐냐고 묻더라. 끝까지 답 안 해줬다."

-이번 작품으로 부모님께 효도했겠다.

"부모님의 낙은 자식 자랑이지 않나. 그동안 공연 위주로 하니까 부모님 지인분들은 잘 알 수 없었다. '슈룹' 같은 경우 많은 분이 봐줘 어머니가 주변에서 전화가 왔다고 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평소 이런 것에 티를 많이 안 내는데 기뻐하는 게 보이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도 살아계셨으면 엄청 자랑하셨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매체 쪽에 좀 더 비중을 둬서 하려고 한다. 어머니가 좋아하니 기쁘고 흐뭇하고 그랬다."

-아들 역의 강찬희를 바라보며 연기할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우리 아들 잘생겼구나, 듬직하네'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사실 나쁜 짓도 많이 하고 못난 아들이지 않나. 하지만 권의관 입장에선 보고 있으면 애틋하고 미안하고 그런 아이였던 것 같다. 내가 아버지로서 뭐라고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 않나. 합당한 복수라고 생각한 일이지만 많은 죄를 지었고 아들이지만 아들이라고 부르지 못해 더 애틋함이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매체 신인이기 때문에 안 해본 역할이 많다. 신인의 자세로 경험해보지 못한 역할들을 무궁무진하게 보여주고 싶다. 다양한 역할들을 잘 해내는 게 목표다."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니 과거 생각도 많이 날 것 같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해이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굉장히 다른 시스템이니까 집중해서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공연 쪽에서는 오래 해왔으니까 뭔가 도전적인 정신이 좀 떨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선 신인의 자세로 의지가 불타오르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 젊어진 것 같다. 아직 나에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창창하다고 생각한다."

-쉴 때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시간이 나면 집에 가만히 있는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영화 보고 TV 보고 가만히 있거나 작품하고 있을 때는 대본 보고 그런다. 아내랑 있을 때는 다르다. 쉬는 날 데이트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그런다. 자상한 남편이다. 아내가 내게 잘해주기 때문에 자상한 남편일 수밖에 없다. 본래 성향도 E(외향적인)보다는 I(내성적인)인 것 같다."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반에 친한 애들 몇 명 있고 잘 나서지 않고 조용한 편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권의관처럼 존재감이 없는 그런 학생이었던 것 같다."
tvN 드라마 '슈룹'의 배우 김재범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배우로서의 꿈은 어떻게 꾸게 됐나.

"어렸을 때 형이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냥 그걸 보고 똑같이 따라갔던 것 같다. 중학교 때 장래희망 칸에 '탤런트'를 쓰곤 했다. 담임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물어보고 그랬다. 고등학교 때 연극부에 들어가서 연극부 활동을 했는데 부모님께서 '세상 조용하고 끼도 없고 그런데 어떻게 배우를 하겠냐'라고 했다. 효자라서 알았다고 하고 나왔는데 이미 늦었더라.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겠더라. 그래서 인천에 있는 연기학원을 3개월인가 다녀서 운 좋게 대입에 합격해 연기를 전공하게 됐다."

-한예종 출신이더라. 입학하기 쉽지 않은 학교인데 3개월 만에 합격이라니 타고난 끼가 있는 것 같다.

"날 뽑아준 교수님 말로는 못하니까 뽑았다고 하더라. '잘하는데 뽑아서 뭘 가르쳐!'라곤 했었는데 대학 다니며 진짜 많이 배웠다. 한예종 5기 출신인데 그때만 해도 학교 이름을 잘 몰랐다. 그냥 친구들끼리 '장동건 다니는 학교다' 그렇게만 알고 시작했던 것 같다."

-한예종 10학번 후배들이 연예계를 휩쓸고 있다.

"후배들이 많은데 후배들이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오)만석 형, (이)선균이 형은 이미 학교에서부터 유명한 선배들이었고, 후배들은 잘 모른다."

-공연할 때 배고프거나 그런 건 없었던 것 같다.

"초반에 살짝 시작할 때 군대 다녀오고 나서나 힘들었지 그 이후로는 운 좋게도 계속 작품을 해서,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 잠깐 힘들 때는 공연하기로 했던 게 엎어지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했는데 엎어지고 그랬던 거 빼곤.(웃음) 돈이 없어서 밖에 잘 나가질 않았다. 친구들도 돈이 없던 시절이다. 그때 배우 이희준이랑 친했다. 걔랑 같이 뼈해장국을 먹고 있었는데 갈비찜을 바라보며 나중에 꼭 성공해서 먹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야기를 아직도 하곤 한다. 그래도 (남들과 달리 공연계에서) 힘들지 않은 삶을 살아 감사하다."

-요즘 관심사는.

"연기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취미도 별로 없다. 예전엔 만화책을 좋아했는데 요새는 많이 안 본다. 작품 할 때 대본 종일 보고 생각나면 적고 그런다. 그게 제일 재밌는 것 같다. 나머지는 아내와 함께 바람 쐬러 가고. 배우가 천직인 것 같다. 아무런 재능이 없어서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다. 고등학교 때 생각한 것처럼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운 좋게 18년 동안 쉬지 않고 했고 내가 무언가를 질리지 않고 이렇게 오랫동안 한 건 연기가 처음이다."

-내년 계획은.

"좋은 작품들을 찍고 공연도 잘 맞아떨어져서 좋은 작품 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나 혼자만의 계획이다. 실천이 될지는 모르겠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오래오래 꾸준히 연기를 하는 게 목표다. 얼마 전 '아트'라는 공연을 했다. 이순재 선생님, 백일섭 선생님, 노주현 선생님과 함께했다. 내 친구들과 '우리도 훗날 저 무대에 서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어떤 역할을 해도, 잠깐 잠깐 나와도 누군지 알아보고 싶은 배우였으면 좋겠다. 이젠 나이가 있으니 몇 분이라도 내가 누군지는 알아야될 것 같다. 그렇게 쭉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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