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사장으로 '탈중국' 승부건 아모레·LG생건

정인지 기자 2022. 12. 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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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업계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CEO를 전격 교체했다. 올해 중국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신규 해외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파고를 헤쳐나갈 선장에 아모레퍼시픽은 경영전략 전문가를, LG생활건강은 실무 전문가를 사장 자리에 올려 대비된다.
아모레퍼시픽 김승환 대표, 해외 사업 확장 경험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사장/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그룹 대표이사를 신임사장으로 임명한다고 12일 밝혔다. 김 신임 사장은 아모레퍼시픽 전체 사업을 총괄한다. 지난 5년간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안세홍 사장은 퇴임 후 경영 자문 역할을 맡는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임 사장에는 현재 아모레퍼시픽 경영지원 유닛장(그룹기획실장 겸임)인 이상목 부사장이 자리한다.

김 신임사장의 기용은 아모레퍼시픽에서 영위하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는 2006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 후 전략기획 및 인사 업무를 맡아 그룹의 해외 비즈니스 확장, 조직과 제도 혁신을 주도해왔다. 2010년부터는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전략기획 디비전장, 전략 유닛장, 인사조직실장을 역임한 뒤 2021년에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로 선임됐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실무자가 사장으로 발탁되는 데 이와 달리 '경영 전략'을 보다 중시한 이례적 인사라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김 신임사장은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오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이동순 대표이사와 함께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된다. 이 대표도 올 초 글로벌 상위 SCM(공급망관리) 구축의 적임자로 대표이사에 선임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저가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들의 경우 '젊은 40대' 대표를 대거 임명하면서 자율성을 높였다. 올 하반기에 이니스프리, 에스쁘아, 에뛰드 대표에는 각각 최민정 대표(전 에스쁘아 대표), 이연정 대표(전 에스쁘아 BM팀장), 이수연 대표(전 에뛰드 마케팅 디비전장)가 임명됐다. 최 대표는 1978년생, 이연정 대표는 1979년생, 이수연 대표는 1976년생이다. 서 회장도 에뛰드, 이니스프리, 아모스프로페셔널 등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 직을 사임하면서 2013년 9월 이후 9년만에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젊은 세대를 공략해야 하는 브랜드들은 디지털 중심의 소비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LG생활건강 이정애 대표, '후' 성장 일등공신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LG생활건강
앞서 LG생활건강도 18년 만에 수장을 바꿨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던 이정애 부사장을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사장은 1986년 입사해 생활용품, 럭셔리 화장품, 리프레시먼트를 두루 거친 실무통이다.

이 사장은 2015년 말부터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을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한 경험이 있다. '후'는 2016년 단일브랜드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18년에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넘겼다. 이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첫 인사 영상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라며 유연한 사고와 업무 처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변화하는 화장품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사업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이 사장 임명과 동시에 일본 법인장을 맡고 있던 오상문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고 뷰티 사업부장으로 보임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미국 화장품 기업 뉴에이본, 올해 4월 더크렘샵을 인수하는 등 주로 M&A(인수·합병)를 통해 비중국 시장을 확대해왔다. 내년에는 자사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와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지 감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한 제품을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두 기업은 '탈중국'으로 중장기 방향을 틀면서도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소프트랜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방역당국은 최근 감염자 자가격리 허용, 주민 전수 PCR(유전자증폭) 검사 폐지 등 한층 완화된 방역대책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방역대책이 완화돼도 단계적인 정상화가 예상돼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우리나라 화장품기업들의 실적도 급격히 개선되기보다 소비와 함께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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